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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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타투이스트, 밴드, 그리고 디자이너. 한승재의 욕심은 끝이 없다.

브랜드명 ‘다잉브리드(Dying Breed)’는 무슨 뜻인지. 직역하자면, ‘멸종위기종’이란 뜻이다. <Beck>이라는 밴드 이야기를 다룬 만화에서 신격화된 밴드 이름을 차용한 거다. 워낙 좋아하는 만화책이기도 했지만, 본뜻이 좋았다. 주위에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라고 불릴 만한 친구가 많은데, 이 단어가 그런 것들과 겹쳐 보였다.

최근의 추세와는 달리 록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서가 첫 번째 이유다. 힙합, 스트리트 스타일이 대부분인 세상이라 옷을 사는 게 너무 제한적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분명 있을 거고, 소수가 소수답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장르의 옷을 하고 싶었다.

평소 다양한 스타일을 입는 것 같던데. 다양하게 입어보려고 했다. 브랜드 초기 단계에서는 그래픽이나 모토 같은 건 ‘Rock’적으로 가져가되 핏은 스트리트 스타일로 가는 것도 생각했고, 그 반대로도 생각했다. 그런데 다양하게 입을수록 ‘아, 이게 내 스타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은 이런 핏,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은 나였다.

다잉브리드의 디자인적 특징은 무엇일까? 일단, 록 문화를 베이스로 반항적인 메시지를 시즌별로 심으려고 한다. 첫 시즌에는 ‘무례한, 저속한’이라는 의미의 ‘루드(Rud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록의 중요한 정신 중 하나지 않나. 건전한 반항 정신을 담았다.

여기저기 보이는 패치워크 디자인이 눈에 띈다. 꾸준히 가져갈 정체성 중 하나다. 여러 문화를 흡수해서 두서없이 매치하는 그런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룩북 영상을 보니 밴드가 공연하고 직접 기타를 치던데, 밴드의 정체는 무엇인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해온 밴드다. 20대 들어 각자 바빠서 뭉치지 못했는데, 브랜드를 계기로 반강제로 뭉친 셈이다. 그러면서 밴드 이름도 다잉브리드로 변경했다. 영상에 들어간 음악도 촬영을 위해 우리가 만든 거다.

밴드의 장르는 뭔가? 기타는 언제부터 쳤나? 장르는 하드록이 고, 중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배웠다. 어릴 적 집이 잘살지는 않았는데 LP판은 엄청 많았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록밴드를 하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별히 애정하는 뮤지션이 있나? 펄잼(Pearl Jam)이라는 밴드다. 너바나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동일선상에 있던 얼터너티브 록 밴드다. 좀 더 다크하고 테크닉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보통 록스타들이 단명하는데 다들 아직 안 죽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델, 타투이스트, 밴드, 디자이너까지, 재주가 많은 것 같다. 이런 질문 받으면 사실 부끄럽다. 어느 것 하나 굉장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저런 재능이 조금씩 있는 듯하다. 예전엔 하나만 제대로 하라는 식의 공격도 받았는데, 이것저것 시도하고 경험하는 것도 그럴듯하지 않나? 얼마나 살지 모르는 인생인데. 모든 것이 사람 한승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본업 하나를 꼽으라면? 지금은 디자이너. 너무 재미있게 배우며 하고 있다.

모델이 브랜드를 시작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잘된 브랜드도 있지만 사라져간 브랜드도 많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홍대 가면 맨날 가는 술집 같은 느낌? 내게 브랜드는 친구들을 모으고 밴드를 계속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튀지 않고 대박 나지 않아도 쭉 오래 갈 수 있는 브랜드를 하고 싶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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