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만큼 기상천외한 ‘닭강정’ 비하인드

우영현

<닭강정>에 빠지니 답 없다

김유정과 고윤정의 공통점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대환장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을 표방합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되돌리기 위한 딸바보 아빠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인턴사원의 짠내 나는 웃픈 사연과 이에 얽힌 비밀을 그렸는데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닭강정>은 캐스팅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극한직업>, <무빙>에서 치킨을 튀겼던 류승룡은 닭강정과 고군분투하는 아빠 ‘최선만’ 역을 맡아 ‘치킨 유니버스’를 완성했죠. 여기에 더해 김유정의 특별 출연.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딸 ‘민아’로 분해 세상 사랑스러운 닭강정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류승룡은 애틋한 부성애 역할을 자주 연기했는데요. <닭강정>의 김유정 전에는 <7번방의 선물>의 박신혜, <염력>의 심은경, <무빙>의 고윤정과 부녀 케미스트리를 선보였죠. 없던 딸바보 본능도 끄집어내게 만드는 한 명 한 명입니다.

‘댄싱머신’ 안재홍의 춤사부

“난 항상 너가 생각날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 야야 야야야”. 안재홍이 열연한 인턴사원 고백중은 인간 주크박스와 다름없죠. <닭강정>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에드 시런 같은 뮤지션을 떠올리며 엉터리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원작 캐릭터에 ‘아무도 몰라주지만 정말 재능이 있다면’하고 살을 붙여 나갔다고 합니다. 고백중의 첫 등장 장면에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나는데요. 출근 중인 고백중은 거리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아지경 춤을 춥니다. 꿈틀꿈틀 소위 킹받게 만드는 춤은 사실 고퀄 안무. 안재홍은 실제로 “보는 사람이 스멀스멀 킹받는 느낌”을 의도해 안무가 아이키에게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고 하죠. 비하인드를 듣고 고백중의 춤 장면을 다시 보니 아… 아티스틱하네요.

<닭강정> 속 BTS

스포일러 주의! <닭강정>에는 킹받는 댄스 장면이 더 있습니다. 극의 후반부, 미스터리의 근원지인 ‘백정 닭강정’을 운영하는 외계인 4인방이 의문의 기계를 두고 지구인들과 대치하는데요. 초능력 금지령 때문에 그들은 지구인들이 무서워할 만한 것들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미사일’을 몸짓으로 표현하거나 “지구에서 BTS는 아무도 못 건드려!”라며 아이돌 댄스를 추는 지경에 이르는데요. 이상하지만 어느새 과몰입해 보게 되는 이 장면은 안무팀도 부르고 심혈을 기울여 촬영했다고 합니다. 4인방 중 ‘주모’를 연기한 황미영은 인스타그램에 이런 후기를 남기기도 했죠. “감독님이 4인조 혼성 그룹을 데뷔시켜주는 줄 알고 열심히 연습했지만 첫 연습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감독님이 직접 연습실까지 잡으러 오셨다”. 다행히도 현타는 안 왔다고 합니다.

호연을 펼친 정호연

<닭강정>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예측 불가한 저세상 ‘말맛’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중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이 특별 출연한 에피소드가 빅재미를 선사하죠. 정호연은 고백중의 전 연인이자 맛 칼럼니스트 ‘홍차’로 등장하는데요. 이별 후에도 콩깍지가 씌운 듯 진심을 다해 “넌 이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라고 전 애인의 외모를 찬양하는 홍차와 이를 당연한 듯 받아치는 고백중의 티키타카가 미치도록 웃깁니다. <닭강정>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배우들은 이 장면을 연기하며 뜻밖의 ‘웃참 챌린지’를 견뎌야 했는데요. 정호연의 대사 소화력과 수준급 능청 연기에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은 “이 작품에 선물 같은 배우”라고 극찬했다고 하죠.

안재홍의 남다른 입금 전후

핑크색 셔츠, 파란색 조끼, 노란색 팬츠. 안재홍이 연기한 고백중은 작품 내내 단 한 벌의 의상만 입는데 그마저도 평범하지 않죠. 여기에 더해 안재홍은 체중을 증량하고 힘을 줘 가르마를 타 넘겼는데요. 역시 만찢남! 안재홍은 원작 캐릭터의 외모와 미친 싱크로율을 뽐내며 전작<마스크걸>로 얻은 ‘만찢남’ 수식어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안재홍의 입금전후 모습은 극과 극을 달리는데요. 보통 입금 전 배우들의 모습에서 친근함이 느껴지는 편인데 안재홍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역대급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안재홍은 진정한 프로! 한편으로는 안재홍의 잘생김과 훈훈함을 제대로 살린 캐릭터도 보고 싶네요.

사진
넷플릭스, @ryuseungryong_, @byeongheoni, @you_r_love, @aahnjae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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