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풍자, 24 FW 로에베 컬렉션

명수진

LOEWE 2024 F/W 컬렉션

로에베 24 FW 컬렉션은 파리 12구에 있는 유서 깊은 성인 에스플러네이드 세인트 루이스(Esplanade Saint Louis)에서 열렸다. 내부는 작은 갤러리처럼 공간을 나누고, 공간과 공간을 잇는 문은 아치형으로 만들었으며, 공간 전체를 세이지 그린 컬러로 채색해 초현실적인 느낌을 냈다. 벽에는 미국 화가 앨버트 요크(Albert York)가 1963년부터 1990년 사이에 남긴 작은 유화 소품 18점이 걸렸는데, 이는 24 FW 시즌 로에베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앨버트 요크의 회화를 캐비아처럼 잔잔한 비즈로 옷에 수작업으로 넣는 한편 귀족 남성이 입던 전통 테일러링을 분해하고 뒤섞어 계급과 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로에베는 대형 벨트 버클을 장식한 저지 드레스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저지 드레스는 산뜻한 민트, 블루 컬러로 채색되거나 화려한 꽃무늬가 프린트됐다. 조나단 앤더슨이 늘 그렇듯 컬렉션에는 예술적인 레퍼런스가 가득했다. 우선 화려한 프린트는 1743년경에 설립되어 1770년까지 운영된 영국 최초의 도자가 회사인 첼시 포셀린(Chelsea Porcelain Manufactory)에서 생산한 꽃무늬 접시에서 따온 것. 도자기 접시 위에 놓인 꽃과 야채 프린트는 오프닝을 장식한 저지 드레스를 비롯해 셔츠, 팬츠 등에 프린트됐다. 로에베는 포토그래퍼 데이비드 심스(David Sims)와 함께 촬영한 <Seated with Plate>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성장을 하고 접시를 들고 있는 남성의 자못 진지한 초상이 어쩐지 유머러스했다. 한편, 컬렉션 베뉴의 벽에 걸린 앨버트 요크의 회화는 로에베의 장인들이 마이크로 비즈로 한 땀 한 땀 수놓았다. 잔디에 앉아 있는 강아지를 수놓은 삼각형 원피스, 새와 나뭇가지를 비즈로 장식한 트레이닝 셋업은 ‘단순한 형태에 그렇지 않은 디테일’이었다. 이와 함께 밀푀유처럼 겹겹이 겹쳐진 시폰 소재에 프린트해서 마치 주파수가 맞지 않는 화면처럼 일그러진 스코틀랜드 타탄체크까지 귀족들의 클래식한 프린트는 보기 좋게 뒤틀렸다.

가장 격식을 차린 모닝코트를 비롯해 테일러드 재킷, 베스트, 버튼다운셔츠와 넥타이 등 영국 부유층의 상징인 이튼 스타일을 묘하게 비틀었다. 모닝코트는 테일 부분을 바닥까지 끌리게 과장했고, 더블 버튼 슈트의 칼라와 라펠 부분에는 나뭇조각에 실버 페이팅한 과시적인 조각 장식을 달았다. 버튼다운셔츠, 넥타이, 니트 베스트 스타일링에는 대형 스터드를 장식한 허리밴드를 매치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Guido Palau)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받은 컬러풀한 헤어 브리지로 이튼 스타일을 비틀었다. 그러고 보면 컬렉션 내내 등장했던, 원피스와 셔츠 중앙에 떡 하니 장식한 거대한 벨트 버클이나 원피스 허리 옆부분에 달아놓은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삼각 장식은 사실상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것이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스퀴즈(Squeeze) 백에 강아지와 채소 문양을 비즈 장식으로 넣었고,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묶어 만든 듯한 트롱프뢰유 백으로 유머 감각을 과시했다. 시크한 브라운 컬러의 나파 레더 집업 점퍼, 작은 단추를 여러 개 단 시어링 재킷, 그리고 점보 사이즈의 카고 팬츠 등은 조나단 앤더슨이 ‘이상한 세계’에 숨겨둔 멋진 아이템들이었다. 여성복 컬렉션임에도 피날레는 남성 모델 파블레 니콜릭(Pavle Nikolic)이 장식한 것도 독특한 선택이었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그는 지난 1월에 열린 로에베 남성복 컬렉션을 통해 데뷔한 신인 모델이다.

영상
Courtesy of 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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