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파리지엔을 만나다, 24 FW 끌로에 컬렉션

명수진

CHLOÉ 2024 F/W 컬렉션

작년 10월에 끌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헤메나 카말리(Chemena Kamali)의 데뷔 컬렉션이 뜨거운 관심 속에 파리 패션위크의 목요일에 열렸다. 42세의 독일 출신의 카말리는 끌로에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포비 필로(Phoebe Philo)의 끌로에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한나 맥기본(Hannah Mac Gibbon),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 시기까지 모두 경험했다. 2016년부터 6년 동안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의 생 로랑에 있던 그녀는 다시 끌로에로 돌아와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쇼 노트에 그녀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20년 전 처음 이곳에 와서 끌로에 여성과 사랑에 빠졌을 때 느낌을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끌로에의 자유로움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7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헤메나 카말리는 전임자인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엄숙한 분위기를 지워버리고, 칼 라거펠트가 끌로에를 맡았던 시절을 소환했다. 바로 사람들이 끌로에에 바라던 70년대의 자유분방한 우드스탈 페스티벌 분위기였다. 무심하게 입을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레이스 블라우스와 벨보텀 팬츠가 그 증거다. 대담한 드레이핑과 거대한 러플을 장식한 드레스는 걸을 때마다 근사하게 찰랑거렸다. 피치 컬러의 시폰 드레스의 가슴 라인에 작은 러플을 장식한 디테일이 사랑스러웠고, 헤메나 카말리의 동시대적인 감각을 담은 중성적인 그레이 컬러 셋업, 롱앤린 실루엣의 울 재킷도 옷장에 채우고 싶은 것이었다. 헤메나 카말리의 끌로에는 런웨이의 의상과 현실의 삶이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드라마틱한 재미를 담되 현실에서 입지 못할 옷이 아니었고, 다양하게 선보인 아우터 역시 실용성을 겸비했다. 바이커 재킷과 트렌치코트에는 사랑스러운 케이프 디테일이나 화려한 테슬 장식을 더했고, 넉넉한 오버핏 체크 코트, 하이넥의 페이크 퍼 코트는 현실에서도 한 번쯤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이었다. 헤어밴드,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글래머러스한 골드 네크리스와 캘리그래피 로고 버클 벨트까지 액세서리를 적재적소에 넣어 보헤미안의 분위기를 더했다. 이 밖에도 XXL 사이즈의 호보 백부터 실용적인 카메라 백까지 보다 탄탄한 가방 라인업을 갖췄고, 사이하이 부츠와 클로그 스타일의 샌들이 매력적인 70년대 무드를 완성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운 70년대 무드의 끌로에! 알렉사 청(Alexa Chung),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 제리 홀(Jerry Hall)과 딸 조지아 메이 제거(Georgia May Jagger) 등의 셀럽이 끌로에의 귀환을 환영했다. 피날레 무대에서 5살 아들과 함께 드라마틱한 허그 장면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키스를 보내는 헤메나 카말리의 애티튜트가 사랑스러웠다.

영상
Courtesy of Chlo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