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아웃사이더, 24 FW 아크네 스튜디오 컬렉션

명수진

ACNE STUDIOS 2024 F/W 컬렉션

아크네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은 24 FW 시즌,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아 전위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런웨이에는 빌루 자니수(Villu Jaanisoo)의 2001년 작품 <러버 체어(Chairs in Rubber)>가 놓여있었다. 재활용 타이어를 스크랩하는 방식으로 만든 초대형 소파는 24 FW 시즌 아크네 스튜디오 컬렉션의 모티프가 되었다. 조니 요한슨은 작년에 한창 레이싱에 푹 빠져 있을 때 이 놀라운 작품을 발견했다고. 그는 이 작품에서 소재의 내적 저항에 주목했다. 타이어를 가공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힘이 많이 필요한데, 이렇게 소재 자체에 존재하는 저항감과 생동감에 매력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조니 요한슨은 가죽과 데님 소재로 아크네 스튜디오의 본질에 집중했다. 거의 30년 전인 1996년, 아크네 스튜디오는 광고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인 집단으로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력하며 서브컬처와 시각 예술의 영향을 미니멀한 스웨덴 스타일과 결합했는데,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아웃사이더적인 접근 방식을 견지해왔다. 그런 아크네 스튜디오의 첫 번째 컬렉션이 바로 ‘데님과 가죽’이었고, 조니 요한슨은 이번 시즌 그런 브랜드의 본질을 되돌아봤다.

컬렉션에는 몰딩한 고무처럼 보일 정도로 매끈한 아워 글라스 형태의 가죽 드레스와 코트가 등장했다.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몸에 초밀착되는 사이클링 슈트, 유려한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보디슈트는 부드러운 나파 가죽으로 만들었다. 아크네의 데님은 오일 코팅과 금속성 후처리를 통해 거의 가죽처럼 보이도록 가공됐다. 블랙 컬러로 오일 코팅 처리한 데님 트래커 재킷은 소매 끝을 살짝 접고 블루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데님 본연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옆으로 쭉 늘어지거나 곡선으로 물결치는 니트 드레스와 지퍼를 장식한 드레스는 런웨이의 타이어 소파와 같은 시리즈의 작품처럼 보였다.

늘 그렇듯 아크네 스튜디오는 아우터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아방가르드한 트렌치코트와 대형 체크 코트,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의 풍성한 페이크 퍼 코트는 많은 이들이 쇼핑 리스트에 올릴만한 것이었다. 미드리프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크롭 니트 뷔스티에, 비대칭 크리놀린 드레스, 천사 프린트의 미니 드레스도 매력적이었다. 천사 프린트 드레스에는 브랜드의 설립연도인 1996이 새겨져 있었다. 30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줬던 아크네의 아웃사이더적 태도는 여전히 쿨한 현재 진행형이다.

영상
Courtesy of Acne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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