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숨결, 24 FW 꾸레주 컬렉션

명수진

COURRÈGES 2024 F/W 컬렉션

꾸레주 24 FW 컬렉션은 파리 중심부, 까로 뒤 템플(Carreau du Temple)에서 열렸다.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전율을 찾아서(In Search of a Thrill)’라는 테마로 보디슈트, 브래지어, 가터벨트, 안대 등 섹슈얼한 모티프를 통해 꾸레주의 60년대 코드와 미니멀리즘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다.

꾸레주는 좌우, 상하 대칭의 개념을 전복했다. 한쪽 어깨만 덮거나 소매도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패턴을 떠서 좌우 대칭을 보기 좋게 파괴했다. 재킷 소매에 있는 지퍼를 열고 손을 빼면 손쉽게 삐딱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고, 포켓은 배 아랫부분 중앙에 배치했다. 모델들은 트렌치코트를 비롯해 스키니 팬츠, 니랭스 스커트의 가운데 포켓으로 한 손을 찔러 넣은 채로 워킹해서 야릇한 느낌을 냈다.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도 뒤집혀서 어깨 스트랩이 치맛단 아래에 있거나 바지 밑단에 버클이 달래 있는 식이었다. 컬렉션 후반부에는 바이어스 컷의 시스루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바이어스 컷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루 드레스에는 마치 소름이 돋은 것처럼 깃털을 삐쭉삐쭉하게 장식했는데, 이는 마치 SF 영화 속 뮤턴트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시폰, 저지, 데님, 가죽, 모피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했는데, 니콜라스 디 펠리스의 소재 선택은 무척이나 감각적이었다. 첩보원처럼 뒤집어쓴 후드와 빈틈없이 밀착되어 거의 제2의 피부처럼 보이는 PVC 및 스웨이드 부츠가 꾸레주 하우스 특유의 스페이스 에이지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액세서리는 미래적인 고글이었다. 스포티한 고글에 플레이보이 버니 걸의 헤어밴드 같은 검은 리본 장식을 더해서 안대처럼 연출한 아이웨어는 관능적인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꾸레주 컬렉션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린 것은 무대 세팅과 사운드트랙이었다. 온통 하얀 무대의 중앙이 마치 숨을 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는데, 혹자는 이를 마치 하얀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ASMR로 시작해 반복적인 리듬으로 긴장감의 수위를 서서히 끌어올린 사운드트랙이 컬렉션의 몰입감을 높였다. 음악을 좋아해서 패션까지 시작하게 됐다는 니콜라스 디 펠리체의 과거 인터뷰가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제 꾸레주에서 3년차를 맞는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꾸레주를 최고의 반열에 가뿐하게 올려두었다.

영상
Courtesy of Courrege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