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속 그 작품

권은경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영화 · 드라마를 유독 아끼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있다

‘역대급 캐스팅’으로 진작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아직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 재미있게 잘 나왔다 풍문이 떠도는 작품, 주연 배우 이슈로 개봉이 기약 없이 미뤄진 작품···.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영화 · 드라마를 유독 아끼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있다. 갑진년 정초, 지금 가장 궁금한 그 이름들을 목 놓아 불러본다.

<보고타>

감독 김성제
출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제작 (주)영화사 수박, ㈜이디오플랜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촬영 기간 2020년 1월 20일 ~ 2021년 6월 21일

한국에서 콜롬비아 보고타에 가려면 최소 20시간 이상이 걸린다. 영화는 한국에서 가장 먼 그곳으로 떠나 옷 장사를 하며 생존한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다. 현지 로케이션이 중요했기 때문에 2020년 1월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팬데믹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중단됐다. 2021년 한국에서 촬영을 재개해 현지 촬영분과 한국 촬영분의 그림을 맞춰나가는 작업을 완수했다.

기대 포인트
드라마는 대중적으로, 영화는 도전적으로 선택하는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준 송중기는 이미 4년 전에 ‘온갖 풍파를 겪고 콜롬비아 사회에 동화된 청년’, 국희를 연기했다. 그가 작품 속에서 연기하는 나이대도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로, 송중기의 외모에서 배어 나오는 부드러움과 실제 배우가 지닌 남성적인 기질이 섞인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줄 예정이다. ‘송중기가 이런 연기를 한다고?’ 하며 관객이 깜짝 놀랄 만한 파격적인 신이 포함돼 있다.

<승부>

감독 김형주
출연 이병헌, 유아인
제작 영화사 월광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촬영 기간 2020년 12월 ~ 2021년 4월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이끈 두 전설, 조훈현 9단(이병헌)과 이창호 9단(유아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승과 결국 그를 이긴 제자의 구도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사연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묘사하는 사제 관계는 보다 입체적이다. 바둑은 대단히 정적인 게임이기에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로부터 파생되는 긴장감을 순도 높게 뽑아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승부>는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아 2023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었고, 운 좋은 영화로 회자됐다. 주연 배우인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넷플릭스 공개가 잠정 보류된 상태다.

기대 포인트
감히 조훈현으로 분한 이병헌의 상대역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캐스팅고가 돌 때 도대체 그 역을 감당할 젊은 배우로 누가 있을지 궁금했다. 유아인은 독이 된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인 배우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가 ‘미쳤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들려왔으니, 제목처럼 두 전설 혹은 두 배우가 승부를 겨루는 그 미묘함이야말로 이 작품을 어서 보고싶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다. 그러나 하필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의 주연 배우에게 이슈가 생기는 바람에, 작품 공개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복잡하게 엉켜버렸다.

<원더랜드>

감독 김태용
출연 박보검, 배수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제작 ㈜영화사봄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촬영 기간 2020년 4월 10일 ~ 2021년 5월 14일

더는 만날 수 없게 된 가족, 연인, 친구를 영상통화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 로맨스 드라마물이다. 캐스팅이 공개되자마자 이들이 모두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탕웨이가 남편인 김태용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헤어질 결심>이 제작되기도 전에 들려온 소식인지라 더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편 박보검은 이 작품 촬영을 마치고 입대했는데, 그가 전역 후 아이유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고 뮤지컬 <렛 미플라이>를 공연한 바로 최근까지도 <원더랜드>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다. 영화제를 노린다거나 명절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다가도 막상 확정은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박보검과 탕웨이는 얼마 전 청룡영화상에 시상자로 참석해 작품을 곧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알렸다.

기대 포인트
김태용 감독의 영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걸작 그리고 좋지만 상대적으로 걸작까진 아닌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시작해 <가족의 탄생>과 <만추>를 거쳐오며, 그는 지금까지 ‘별로인’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특히 인간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그의 장기는 <원더랜드>와 같은 장르에서 더욱 빛을 볼 가능성이 크다. 설정 자체는 흔한 SF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디테일에서 장인의 솜씨를 기대하게 된다.

<하이파이브>

감독 강형철
출연 이재인, 유아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박진영
제작 안나푸르나필름
배급 NEW
촬영 기간 2021년 6월 ~ 2021년 11월

초능력자로부터 장기이식을 받고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폐를 이식받은 후 숨 참기를 오래 할 수 있게 됐다거나, 심장을 이식받은 후 괴력을 갖게 됐다거나. 보통의 히어로 영화에서는 초능력자가 멋지게 그려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왠지 쓸데없이 느껴지는 능력을 갖게 된 소시민들이 그 능력을 소박하고 엉뚱한 데 쓰려고 한다. 유아인 출연작으로, 2023년 극장 개봉을 준비하다 개봉이 기약 없이 밀리게 됐다.

기대 포인트
중학생 나이로 영화 <사바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후 드라마 <라 켓소년단>과 <밤이 되었습니다>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재인을 비롯해 여러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 영화의 기대 포인트이자, 주연 배우의 스캔들로 불거진 문제를 단순한 편집으로 수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지닌 가장 큰 무기는 앙상블 연기를 재치 있게 보여주는 데 있다. 한편 갓세븐 멤버이기도 한 박진영은 초능력자에게서 췌장을 이식받은 빌런을 연기한다. 캐릭터의 임팩트나 연기력 모두 출중해 작품이 개봉한다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온다.

<호프>

감독 나홍진
출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테일러 러셀, 캐머런 브리턴
제작 포지드필름스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촬영 기간 현재 촬영 중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마을 외곽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된 후, 그 실체를 수색하다 마을이 파괴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사투를 그려낸다. 나홍진 감독은 “누군가의 선의가 입장의 차이를 거쳐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될 때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현상을 담아보려 한다”라면서 “주제 의식을 영화의 형식적 측면에 반영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대 포인트
나홍진은 보통의 관객이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해외 영화인들에게 ‘핫한’ 이름이다. 미국 영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개관 행사 당시 만난 관계자들은 봉준호, 박찬욱 다음으로 나홍진의 이름을 가장 많이 언급했고, <추격자>, <황해>, <곡성>을 모두 봤다며 그 작품들로 자기만의 순위를 꼽았다. 2021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역시 그가 영향 받은 예술가로 나홍진을 지목한 바 있다. ‘나홍진’의 차기작에 한국과 할리우드의 다양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베테랑2>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제작 외유내강
배급 CJ ENM
촬영 기간 2022년 12월 2일 ~ 2023년 4월 22일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후속작.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 형사는 물론 강력범죄수사대 팀 멤버들이 전편에 이어 그대로 출연한다. 작중 배경을 고려해 일찌감치 올해 연말 겨울 안에 개봉하기로 결정됐다.

기대 포인트
넷플릭스 시리즈 를 통해 정해인이 그저 말랑말랑하기만 한 배우가 아니란 점은 이미 증명됐다. 더군다나 정해인의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온 사람이라면 안다. 그가 진짜 잘하는 건 분노를 억누르는 연기, 술 취한 연기, 한없이 무해한 줄 알았던 얼굴에 공격성이 드러나는 연기라는 것을. <베테랑2>야말로 그의 ‘포텐’이 제대로 터질 작품 아닐까? 전편의 빌런인 조태오의 “어이가 없네”와 류승완의 또 다른 영화인 <부당거래> 속 검사 주양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를 잇는 또 다른 명대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하얼빈>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그리고 이동욱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배급 CJ ENM
촬영기간 2022년 11월 20일 ~ 2023년 4월 29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가 있기까지 독립투사들의 사연을 그린 작품.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처음으로 ‘선의를 가진 인물들’을 주인공 삼았다.

기대 포인트
그린 스크린과 CG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모든 배우 및 스태프가 몽골과 라트비아 현지를 누비고 육체적인 고생을 자처하며 완성한 영화다. <하얼빈>은 이를테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작품을 위해 긴 시간 광활한 옥수수밭을 경작하고 불태우며 아날로그적 연출을 했을 때 얻은 식의 사실성을 지향한다. 실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빛과 소리, 배우들의 연기가 담긴 결과물이 기대를 모은다. 영화가 잘 빠졌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같은 제작사의 <서울의 봄>에 이은 ‘근현대사 시리즈’의 명맥을 이을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별들에게 물어봐>

작가 서숙향
감독 박신우
출연 공효진, 이민호
제작 키이스트, MYM엔터테인먼트
채널 미정
촬영 기간 2022년 4월 ~ 2023년 4월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 남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온 작가의 신작. 공효진이 우주 비행사 역을, 이민호가 산부인과 의사이자 우주 관광객 역을 맡았다. 우주 정거장 배경을 고집하면서 제작비는 500억원대로 치솟았다. 이 작품은 최근까지도 편성이 유력했던 채널과 결국 연이 닿지 않은 후 아직 거처가 확정되지 않아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를 고대하는 작가와 배우의 팬들이 주목하는 중이다.

기대 포인트
‘유방암에 걸린 남자’가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가 있었다. 설정만 놓고 보면 과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갖고도 서숙향 작가는 가장 트렌디한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였고, 이제 2018년 SBS <기름진 멜로>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는다. 높은 제작비에 비해 세부 설정이 다소 마이너하다는 의견도 들리지만, 결국 보는 이를 설득해내는 공효진의 연기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삼식이 삼촌>

작가, 감독 신연식
출연 송강호, 변요한, 서현우, 이규형
제작 슬링샷스튜디오
채널 디즈니+
촬영 기간 2023년 3월 ~ 8월

1960년대,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두 사건에 가상의 인물들의 사연이 연루되어 있다고 상상해본 작품.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먹게 도와줬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 펼쳐지는 믿음과 의심의 드라마다. 배우 송강호와 신연식 감독의 첫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기대 포인트
영화 <동주>의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은 영화계에서 안목 높은 이들이 인정하는 뛰어난 예술가다. 송강호 역시 주변에서 그에 대한 소문을 듣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커리어 정점을 찍은 직후 제일 먼저 그를 만났다. 그렇게 신연식이 연출하고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등이 출연한 영화 <1승>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한때 올 초 공개를 염두에 두었지만 아직 개봉을 확정하지 못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거미집>을 쓴 이도 신연식이다. 하지만 <거미집>의 최종 결과물은 원안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이 감독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작품은 <삼식이 삼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작가, 감독 황동혁
출연 이정재, 이병헌, 공유, 위하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박규영, 조유리,
강애심, 이다윗, 이진욱, 최승현, 노재원,
원지안, 김시은
제작 ㈜싸이런픽처스
채널 넷플릭스
촬영 기간 현재 촬영 중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이 작품이 2023년 7월부터 한창 촬영 중이라는 말 밖에. 알려진 제작비는 무려 1,000억원이고, 매 촬영마다 배우와 스태프가 비밀 서약서를 쓸 만큼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연말엔 대전 지역에서 세트장 일부를 공개하는 미디어 행사가 열렸다. 채경선 미술감독이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한다.

기대 포인트
시즌 2 출연진은 2023년 6월, 넷플릭스의 글로벌 팬 이벤트인 투둠(Tudum)을 통해 최초 공개됐다. 향후 넷플릭스 작품 라인업을 소개하는 그 이벤트가 브라질에서 열렸을 때 현지에서 가장 뜨겁게 호응한 작품이 바로 <오징어 게임> 시즌 2다. 투둠 현장을 함께한 바, 시즌 1에서 죽은 줄 알았던 황준호(위하준)가 다시 출연한다는 사실이 공식화되거나 〈도깨비>의 스타이기도 한 공유의 얼굴이 스크린에 떴을 때 사람들의 환호성이 가장 컸다. 지구 반대편에서 임시완의 얼굴을 알아보고 소리 지른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시즌 2가 공개된 이후 임시완, 강하늘의 입지는 어떻게 달라질까? 박규영, 조유리, 원지안, 김시은은 제2의 정호연이 될 수 있을까?

임수연

More Like Thi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