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서 티 안 내는 사람, 왜일까?

최수

나도 내 마음을 몰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오히려 말이 없어진 적 있나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말수가 적어지는 건, 의외로 아주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평가받는 상황이 무서운 당신

@oliviahalle

상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아주 특별한 위치에 놓입니다. 좋으나 싫으나,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응을 보게 되니까요. 이를 하나의 ‘사회적 평가’ 본다면,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건 꽤 근거 있는 심리 특성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절’을 경험할 때, 뇌에서 신체적 통증을 처리하는 영역과 같은 곳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뇌 영상 연구로 확인됐거든요. 거절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경험이 아니라, 뇌가 위험 신호로 받아들일 만큼 큰 사건이라는 뜻입니다(Science, 2003)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적어도 거절당할 일이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전략이 단기적으로만 안전할 뿐,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시작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만든 방어기제가 결국 새로운 관계까지 막아버리는 셈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오래 남아서

@reginaanikiy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사람 중에는 과거의 나쁜 기억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표현했다가 무시당했던 기억, 고백 후 어색해진 관계, 일방적으로 상처받았던 연애처럼요. 당시의 경험은 끝났어도 뇌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과거의 위험을 다시 불러내기 마련이죠.

애착 심리학에 따르면, 이전 관계에서 반복적인 거절이나 불안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관계에서도 자신을 먼저 드러내는 걸 훨씬 조심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상대가 아직 아무런 거절 신호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혹시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계산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이겨낼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입니다. 평생 몇 번 경험해 보지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이렇게 흘려 보낼 건가요?

표현해야 드러나는 감정

@llolarosalie

모든 침묵이 무관심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사람들은, 대게 상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대가 한 말을 오래 기억하거나,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거나, SNS를 자주 확인하는 것처럼요. 다만 그 모든 노력이 상대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을 뿐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큰 호감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에겐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완벽한 타이밍이 올 거라 기대하지 마세요. 작은 신호를 주고 받는 과정 자체가 관계 형성에 중요하며, 접점을 늘려가는 사람에게만 그럴듯한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혹시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어서, “내 마음이 확실해지면 표현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입니다. 모든 마음은 말과 글로써 표현할 때 비로소 확실해지곤 하니까요. 상처를 피하기 위해, 좋은 인연까지 지나쳐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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