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안 달리는 것 같은 불안감, 러닝 포모

박은아

운동복 셀피조차 하나의 콘텐츠가 된 지금, 러닝은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러닝 크루, 마라톤 인증샷, 새 러닝화 언박싱. 모두가 뛰는 것 같은 시대. 땀에 젖은 운동복 셀피조차 하나의 콘텐츠가 된 지금, 달리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취향이 됐고, 커뮤니티가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관리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소비되고 있죠. 지금 한국의 러닝 인구는 1천만 명에 달합니다.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것입니다.

@jennalitner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다 보면, 뛰지 않는 사람은 왠지 설명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만 안 달리나?’ 그 감각은 꽤 구체적이고, 꽤 불편하죠.

좋은 운동과 나에게 맞는 운동은 다릅니다

러닝은 훌륭한 운동입니다. 심폐지구력을 끌어올리고 심혈관 건강에 기여하며, 달리고 난 뒤 찾아오는 특유의 개운함은 다른 운동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죠. 기록을 경신하고 목표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도, 크루 문화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유대감도 러닝이 이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좋은 운동’과 ‘나에게 맞는 운동’은 처음부터 다른 질문입니다. 모두가 러닝을 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러닝이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barbara_ines

관절 건강에 무리가 없고 평소 꾸준히 움직여온 몸이라면 러닝은 시간 대비 효율이 탁월한 선택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심박수를 끌어올릴 수 있고, 체지방 감량과 체력 증진이라는 목표에도 빠르게 반응하죠. 반면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거나, 체중 부하가 높거나, 무릎이나 발목에 기존 통증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달리는 동안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의 2~3배에 달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몸이 억지로 러닝을 시작하면, 그 반응은 족저근막염이나 아킬레스건염, 장경인대 증후군 같은 형태로 돌아오죠.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의 고강도 운동 역시 회복보다 소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리지 못하는 몸이 아니라, 지금 달리면 안 되는 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걷기는 결코 차선이 아닙니다

@goldnewrok

걷기는 인증샷도 없고, 크루도 없고, 기록 앱의 숫자도 극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상 위험이 낮고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건,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작은 조건이 아닙니다. 건강은 한 달 동안 200km를 달리는 것보다, 앞으로 20년을 꾸준히 움직이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루 30분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혈압 조절, 혈당 안정화, 심혈관 건강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지치는 운동보다, 몸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속도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matejanova

누군가는 러닝화를 신고 달릴 때 가장 자유롭다고 말합니다. 또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공원을 한 시간 걷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온전한 시간이라고 하죠. 수영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웨이트 트레이닝 루틴에서 리듬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고, 피드 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방식이 가장 옳은 방식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모두가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사실 중요한 건 내 몸이 지금 어떤 속도를 원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러닝 포모에 휩쓸려 억지로 달리는 것보다, 오늘도 기분 좋게 걷는 사람이 어쩌면 더 오래, 더 잘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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