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드레스 맛집, 24 SS 아르마니 프리베

명수진

Armani Prive 2024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오트 쿠튀르 라인인 아르마니 프리베 컬렉션이 1월 23일 화요일 저녁 7시,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선보였다. 타이틀은 ‘오트 쿠튀르 게임(Haute Couture en Jeu)’. 아르마니는 이를 ‘쿠튀르를 좀 더 가볍게 플레이하자는 의미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쿠튀르가 재미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진지함을 버리고 완전히 즐거움에 몸을 기울이는 모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패션은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 19년 전인 2005년 1월에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도전한 89세의 아르마니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컬렉션 직전까지 열정적으로 모델들의 액세서리와 헤어스타일을 손수 체크하며 컬렉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르마니는 동서양 문화를 두루 아우르는 영감을 우아한 드레스로 풀어놓았다. 섬세한 실크 소재 위에 꽃, 새, 곤충, 자연 풍경을 넣었는데, 서양에서는 이를 ‘벽지 문양’이라고 부를 테지만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산수화나 화조도 같은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아한 기모노 스타일의 로브, 슬림한 라인의 머메이드 드레스, 허리에 페플럼 장식을 장착한 컵케이크 같은 스커트, 모조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비단 조끼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이브닝 스타일이 무려 92개의 룩으로 선보였다. 실크, 시폰, 튤 등 이브닝 소재 삼총사와 섬세한 레이스와 고서머(gossamer), 윤기나는 자카드(jacquard) 등 다채로운 소재를 사용했고, 수채화같이 섬세한 핑크, 그린, 바이올렛, 블루 컬러 팔레트가 가볍고 산뜻하게 펼쳐졌다. 지난 1월, 마고 로비가 골든글로브에서 입었던 아르마니 프리베 드레스를 연상케하는 마젠타 드레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르마니는 ‘방문하는 곳마다 무언가를 가져오고 이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여성’을 상상했다고 한다.

아르마니의 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골든글로브, 에미상, 오스카상에서 주요 여성 수상자의 13%가 아르마니 드레스를 입었다(참고로 2위는 발렌티노, 3위는 프라다). 때마침 2024년 SS 아르마니 프리베 컬렉션이 열린 23일에 오스카 후보 명단이 공개됐다. 프론트로에 앉은 배우 글렌 클로즈(Glenn Close), 기네스 팰트로(Gwineth Paltrow)와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Natalia Vodianova)가 열심히 메모를 하며 컬렉션을 감상했고, 파리의 인플루언서이자 ‘잇걸’인 지타 오트빌(Zita d’Hauteville) 역시 눈을 반짝였다.

영상
Courtesy of Armani P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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