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해방시킨 단추의 여정, 24 SS 샤넬 오트 쿠튀르

명수진

Chanel 2024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2024 SS 샤넬 오트 쿠튀르가 열린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에 거대한 단추 하나가 등장했다. 샤넬은 초대장에 달아놓았던 단추 하나를 런웨이 중앙으로 옮겨 거대한 샤넬 단추 오브제를 설치했다. 패셔너블한 상상을 통해 여성을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켰던 가브리엘 샤넬은 남성복에 주로 사용하던 단추를 여성복에 적용했고, 50년대에는 일반적으로 구멍이 나있던 단추에 브랜드 로고를 적용하여 아이코닉 한 스타일을 개발했다. 샤넬 24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타이틀은 이렇듯 샤넬의 역사 한가운데 자리한 ‘단추(The Button)’이다. 가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사운드트랙을 맡고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데이비드 프리(Dave Free)와 각본과 감독을 맡아 동명의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배우이자 샤넬 앰버서더인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가 트위드재킷 소매의 떨어진 단추 하나를 수선하기 위해 파리 캉봉 31번지 샤넬 부티크로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는데, 마가렛 퀼리는 실제로 소매 단추 하나가 떨어진 화이트 트위드재킷을 입고 컬렉션의 오프닝을 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의 또 다른 영감인 발레와 무용의 세계를 컬렉션에 접목했다. 가브리엘 샤넬은 1913년에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s Russes)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이후 무용계 후원과 협업을 이어왔다. 1924년에는 당시 유행하는 스포츠를 풍자적으로 다룬 뤼스 발레단의 작품 <르 트랑 블루(Le Train Bleu)>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했는데, 당시 샤넬은 기존의 발레 무대 의상과 달리 테니스, 골프, 수영 등의 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일상적이고 기능적인 스포츠 웨어 무대 의상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가브리엘 샤넬은 1929년 <아폴로 뮈자제트(Apollon Musagète)>, 1939년 <바카날(Bacchanale)>까지 꾸준히 발레 의상을 제작했다. 올해는 샤넬이 발레 무대 의상을 처음으로 디자인한 이후 100주년이 되는 해로 버지니 비아르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발레 코어를 접목함으로써 이를 기념했다. 오프닝을 장식한 마가렛 퀄리 또한 실제 발레리나 출신이다.

총 56벌의 컬렉션의 중심은 발레 코어다. 화이트에 파스텔을 더한, 고운 수채화 같은 컬러 팔레트에 발레리나의 튀튀 스커트를 연상케하는 튤 소재 스커트와 화이트 래오타드 스타킹으로 발레 코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별다른 액세서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트위드재킷에 아이코닉 한 주얼리 단추가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러플, 플리스, 레이스 등 날아갈 듯 가벼운 소재, 꽃문양 자수와 섬세한 시퀸 장식 등 샤넬 공방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 오트 쿠튀르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고, 컬렉션의 후반부에는 블랙, 핑크 등 좀 더 짙어진 컬러로 이국적 무드를 보여주기도! 드레스와 미니스커트, 점프슈트 등 가볍고 웨어러블 한 컬렉션을 통해 패션과 몸이 지닌 아름다움과 힘을 하나로 결합시켰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영상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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