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에 대하여, 24 FW 발망 컬렉션

명수진

BALMAIN 2024 F/W 컬렉션

발망 24 FW 컬렉션은 파리 파빌리온 깡봉(Pavillon Cambon)에서 열렸다. 발망은 쇼를 앞두고 보르도의 포도밭 풍경을 티저로 내보내며, ‘익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하우스의 창립자인 피에르 발망이 40년대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포도 모티프를 즐겨 사용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또한 보르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2019년에 다큐멘터리 <원더보이(Wonder Boy)>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올리비에 루스테잉을 입양한 어머니 리디아 루스테잉(Lydia Rousteing)은 항상 트렌치코트를 입었고, 깅엄 담요를 잔디에 깔고 피크닉을 즐기곤 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개인적인 추억과 크리스토퍼 발망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24 FW 발망 컬렉션을 구상했다.

보르도의 포도는 때로는 프린트로 얹어졌고 때로는 액세서리의 모티프가 됐다. 주렁주렁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샹들리에 이어링과 네크리스 등 스테이트먼트 주얼리가 되었고, 무라노 유리로 포도송이를 만들어 톱에 장식하거나 미니 백으로 선보였다. 자카르 패턴으로 수놓아 근사한 홀터넥 드레스를 제작하거나 실크 재킷과 팬츠 셋업의 모티프나 아플리케로 활용했다. 달팽이 모티프도 등장했는데 이는 골드 네크리스와 건축적인 주름 패턴의 드레스로 재해석됐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피크닉 매트의 깅엄(Gingham) 체크는 발망의 아이코닉한 비시 프린트(vichy print)로 재현됐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페플럼 장식의 재킷과 스커트는 피에르 발망의 아이코닉한 졸리 마담(Jolie Madame) 스타일을 고스란히 따랐고, 와이드 팬츠와 매치한 톱 역시 1960년대 아카이브를 인용한 것이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베서니 나기(Bethany Nagy) 등 연륜 있는 모델들로 런웨이를 채웠다. 그들은 잘 익은 포도처럼 세월을 초월한 성숙하고 농염한 매력을 표현했다. 부침 심한 패션계에서 12년 동안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담아낸 컬렉션을 통해 ‘세월은 스타일을 무르익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상
Courtesy of B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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