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아우라, 24 SS 디올 오트 쿠튀르

명수진

Dior 2024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지난 1월 22일 월요일 오후 3시, 24 SS 디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공개됐다. 컬렉션이 열린 파리 로댕 미술관(Musée Rodin) 내부는 93세의 아티스트 이사벨라 두크로(Isabella Ducrot)의 작품 ‘빅 아우라(Big Aura)’가 설치됐다. 높이가 5m에 달하는 대작으로 23개의 의상은 인도 뭄바이에 있는 차나키야(Chanakya) 아틀리에의 장인이 베틀로 직접 직조하여 만든 텍스타일 작품이다(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공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차나키야 공방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가로, 세로 방향으로 교차된 검은 라인은 텍스타일의 날실과 씨실을 상징하는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텍스타일이 지닌 다양한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24 SS 시즌을 완성했다.

80년대 이브 생 로랑의 뮤즈였던 배우이자 모델 비올레타 산체스(Violeta Sanchez)가 이탈리아의 시인 파트리치아 카발리(Patrizia Cavalli)의 시 <To Weave is Human>를 낭독하는 영상이 티저 영상으로 공개됐고, 이는 오프닝에서 다시 한번 사운드트랙과 함께 울려 퍼졌다. 컬렉션은 트렌치코트를 새로운 비율과 형태로 재해석한 시리즈로 시작했다. 전쟁 이후 날씬한 허리와 둥근 힙 라인을 강조한 ‘뉴룩’을 창시하며 여성의 패션을 새롭게 정의한 크리스챤 디올처럼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역시 남성적인 트렌치코트를 우아하고도 웨어러블 한 드레스와 코트, 톱과 팬츠로 디자인했다. 이 밖에도 1950년대 유선형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1952년 FW 시즌에 선보인 디올 라 시갈(La Cigale) 드레스는 건축적이고 모던한 루비 컬러의 뷔스티에 드레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1951년 FW 시즌에 선보인 디올 멕시코(Mexique) 드레스는 클래식한 자수 디테일을 그대로 사용하되 시스루 톱과 주머니가 달린 풀 스커트의 조합으로 재해석했다. 디올의 아이코닉한 바(Bar) 슈트는 와이드 팬츠나 플리츠 풀 스커트를 매치하여 디올의 오리지널리티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했다. 디올 하우스가 간직한 무궁무진한 아카이브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컬렉션의 테마인 ‘아우라(Aura)’는 소재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났다. 디올은 프랑스 리옹(Lyon) 지방의 실크 공방에서 섄텅 실크 소재 등을 특별 제작했는데 특히 무아레(moiré) 실크 소재는 이름처럼 일렁이는 물결 문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역시 자신이 무아레 실크로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는데, 블랙을 비롯해 미드나이트 블루, 도브 그레이, 캐러멜 샌드 컬러의 무아레 실크 드레스와 슈트는 그만큼 더 신선한 매력을 발산했다. 크리스챤 디올이 사랑한 18세기의 영감은 오트 쿠튀르 다운 섬세한 디테일로 드러났다. 추기경의 케이프를 연상케하는 와인 컬러 무아레 드레스는 스커트 밑자락에 타조 깃털을 장식했고, 풍부한 양감의 셔닐(chenille), 메탈릭한 칸티유(cannetille), 흑옥제 구슬(jet beads), 시퀸 등의 소재로 이국적인 태피스트리를 완성하거나 꽃, 식물 등의 문양을 한 땀 한 땀 장식하여 패션을 넘어선 작품을 창조했다. 섬세한 주름 소재로 완성한 그리스 여신 스타일의 화이트 드레스와 발랄한 폴카 도트 프린트 드레스까지, 24 SS 디올 오트 쿠튀르는 브랜드의 유산과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동시대적 감각이 날실과 씨실처럼 아름답게 직조됐다.

영상
Courtesy of Dior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