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영향력! 라거펠트의 유산, 24SS 펜디 컬렉션

명수진

Fendi 2024 S/S 컬렉션

펜디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정제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남성복 테일러링을 적용한 절제된 분위기의 셔츠, 팬츠, 입거나 걸치거나 묶거나 두르며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카디건, 롱앤린 실루엣을 연출하는 펜슬스커트, 고혹적인 슬립 드레스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을 콕 짚어 모범답안처럼 제시해왔다. 킴 존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펜디 가문의 여성들! 이번 시즌, 킴 존스는 이러한 영감을 근원을 로마의 여성들로 확장했다. “로마에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편안함과 우아함이 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위해 옷을 입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설명이다.

로마의 아침을 재현하기 위해 런웨이 무대에는 스페인 계단과 트레비 분수 같은 로마 유적을 떠오르게 하는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각상은 다름 아닌 펜디의 아이코닉 백 시리즈!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데미 무어, 린다 에반젤리스타 등 카리스마 넘치는 셀럽 군단들이 거대한 가방 조각상 사이사이 벤치에 앉아 웃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은 그 자체로 멋진 그림이었다.

베이비 블루, 테라코타 브라운, 펄 그레이까지 컬러 팔레트 역시 최근 펜디가 선보여온 컬렉션과 결을 함께 했다. 강렬한 애시드 옐로, 오렌지 컬러를 가미하여 조형적 컬러 블록을 완성했고, 칼 라거펠트 시절인 1990년대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더블 F 로고 프린트가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니트, 나파 레더, 이그조틱 레더까지 다양한 질감의 소재를 활용해 심플한 디자인에 풍부한 양감을 불어넣었다. 칼 라거펠트가 1999년 SS 시즌에 선보였던 펜디의 옐로 드레스를 재현했는데, 이 또한 리넨의 표면을 광택 처리해 가죽처럼 보이도록 한 것. 펜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방은 다채롭게 등장했는데 바게트, 피카부, 퍼스트 등 아이코닉한 시리즈는 보다 작고 가벼운 미니 사이즈로 선보였고, 새롭게 선보이는 백 컬렉션 – 납작하게 접은 것 같은 플립 파우치 백과 일본식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은 오리가미 백, 동서남북 종이접기 형태의 가죽 참 액세서리 – 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델들의 여유로운 워킹의 배경에 깔린 BGM은 막스 리히터(Max Richter)가 다이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의 곡을 매시업한 <This Bitter Earth/On the Nature of Daylight>으로 이는 디자이너 킴 존스가 실제로 아침 출근길에서 자주 듣는 음악이라고. ‘출근길에 들으면 일하러 가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킴 존스의 모범생 같은 설명이 흥미롭다.

어디에도 없는 상상의 세계, 24SS 에트로 컬렉션

세련된 컬러 팔레트, 24SS 페라가모 컬렉션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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