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o 2024 S/S 컬렉션
지난 2023년 SS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으로 에트로 브랜드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누구보다 바쁜 1년을 보낸 마르코 드 빈센조. 에트로의 상징적인 페이즐리를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재배치하면서 브랜드에 새로움을 불어넣고 있는 중. 마르코 드 빈센조는 2024년 SS 여성복 컬렉션에 더욱 과감한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아프리카와 캄보디아로 다녀온 여행을 통해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다고! 주제는 ‘노웨어(Nowhere)’. 마르코 드 빈센조는 쇼 노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패턴과 패브릭, 에트로의 헤리티지, 나의 상상력과 비전을 혼합하여 어디에도 없는 노웨어(Nowhere) 컬렉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상상의 산물인 만큼 에트로의 이국적인 색채는 더욱 독특하게 표현됐다. 런웨이 중앙에는 페이즐리 프린트를 넣은 거대한 기둥 여러 개를 세워 흡사 고대 사원 같은 분위기를 냈다. 이탈리아 남부 팔레르모 출신의 밴드 산타마레아(Santamarea)의 음악 <Acqua
Bagnami>가 배경 음악으로 나왔는데 이는 아랍의 현악기, 아프리카의 타악기,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혼합되어 상상의 이국적 세계라는 컬렉션의 주제와 썩 잘 어울렸다.
오프닝은 코튼 셔츠 드레스가 장식했다. 대담한 프린트는 물론 트레일 디테일로 화려함을 더했고 과감한 사이즈의 골드 이어링과 헤어 메이크업까지 어울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동시에 레더 미니스커트, 플랫 슈즈와 믹스 매치하여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려 한 노력도 느껴졌다. 이후에도 머메이드 실루엣의 스커트와 스포티한 오버사이즈 베스트, 타투 저지와 우아한 사랑 스커트, 스카프 톱에 자이언트 사이즈의 팬츠, 데님 베스트와 실크 드레스, 고혹적인 번아웃 시스루 벨벳 스커트와 호화로운 산둥 실크 재킷에 캐주얼한 스트라이프 니트와 스포티한 고글 등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을 실험적으로 매치했다. 다양한 문명으로부터 온 영감이 혼재되어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예를 들면 인도 전통의 사리와 사롱, 고대 미케네 문명에서 부활의 상징이었던 문어 프린트, 폴리네시아 스타일의 땋은 머리 장식, 텍사스 스타일의 웨스턴 부츠 등의 요소 등이 돌출적으로 드러났다. 원피스 위에 원피스를 다시 한번 레이어링 하는 스타일링은 실생활에서도 응용해 봄직한 아이디어였고, 정교한 스티치와 금속 장식을 더한 미니 백은 펜디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라는 마르코 드 빈센조의 이력을 새삼 상기시켰다.
노련한 마르코 드 빈센조는 ‘당신이 에트로를 입는 여성이라면 컬러와 상상력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이번 컬렉션의 의미를 깔끔하게 정의 내렸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E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