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노 브라운관

W

MOSCHINO [tv] H&M’ 란 힌트만 가지고 밀란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 바로 2018 H&M 협업의 게스트 디자이너가 된 모스키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러미 스콧이 협업 컬렉션을 선공개하는 자리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로 모스키노의 유쾌한 메시지를 송출하고자 하는 그와 <더블유 코리아>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

메인 사진 (1)

모스키노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제러미 스콧과 앤 소피 요한슨

H&M 새 협업 컬렉션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밝혀졌다. 지난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모스키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러미 스콧과 모델 지지 하디드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협업 소식을 알린 것. 전 세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TV 조정 화면만 남긴 인스타그램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7월, 전 세계 소수 프레스에게만 협업 컬렉션을 선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밀란의 모스키노 헤드쿼터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패션위크에서 목도한 모스키노의 런웨이를 곱씹었다. 유쾌한 상상력, 키치한 팝 컬처,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 독자적인 제러미 스콧의 세계.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한 ‘MOSCHINO [tv] H&M’ 컬렉션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제러미 스콧다운 면모는 상상한 대로였다. 펑키한 체인이 장식된 트레이닝복, 가죽 사이하이 부츠와 오버올, 도톰한 패딩 크롭트 재킷과 스커트, 디즈니 캐릭터와 엠티비 로고의 메시업, 애완견용 후디까지. 그리고 모스키노 재킷 모티프의 체인 미니 백, 체인이 달린 볼캡은 품절 대란이 예상됐고, 휘황찬란한 금색 콘돔을 귀고리로 만든 데서는 그의 절정의 유머를 볼 수 있었다. 제러미 스콧이 LA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주먹만 한 로고 귀고리를 하고, 사이하이 부츠를 신은 채 팜트리 가득한 LA 블러바드를 걸어가는 모스키노 걸, 또는 영화 <귀여운 여인> 속 길거리 여인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 천사의 도시에 내려앉은 모스키노가 그려졌다. 컬렉션이 공개될 11월 8일, 한국에서 또 어떤 열광적인 반응이 일까, 역대 협업이 세운 기록을 생각하며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제러미 스콧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그의 집무실에서 그와 H&M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 소피 요한슨에게 이번 협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협업 캠페인에 톱모델 이만 하만, 비토리아 세레티, 수주, 스텔라 맥스웰, 리아너 판롬파이를 기용한 제러미 스콧.

협업 캠페인에 톱모델 이만 하만, 비토리아 세레티, 수주, 스텔라 맥스웰, 리아너 판롬파이를 기용한 제러미 스콧.

모스키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러미 스콧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슈퍼 디자이너의 삶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어떤 스케줄을 감내하나? 밀란에 오기 전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그웬 스테파니의 콘서트를 다녀왔고, 다시 LA에서 밀란까지 건너왔다. 내일은 뉴욕으로 가 이번 협업을 위한 광고를 찍을 거다. 그런 다음 4~5일 후에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간다. 말하고 보니 대부분 비행기와 관련됐다(웃음).

쇼룸에서 협업 컬렉션을 처음 봤는데, 저지, 모노키니, 디즈니, 엠티비 등 할리우드와 LA 라이프스타일이 연상된다. 이번 컬렉션은 어떻게 시작됐나? 기존 모스키노 컬렉션에서 사랑받아온 요소에서 영감이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재료로 삼은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 골드 체인 같은 모스키노의 글래머러스한 심벌, 로고들의 메시업, 스트리트 룩과 하이패션의 조화 등을 마음껏 변주했다.

‘MOSCHINO [tv] H&M’에서 티비란, 이번 협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상징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맞다. 사실 매우 단순하다. 우린 어떤 언어를 사용할지 깊이 논의했다. MOSCHINO TIMES H&M, MOSCHINO PLUS H&M 등 이전에 사용된 적 없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단어에 대해서. 결국 ‘TV’라는 답이 나왔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아이콘! 새롭게 들릴 뿐만 아니라 경험에 대한 거랄까.

럭셔리 하우스의 디자이너이면서, 항상 대중에 가깝고자 하는 당신의 태도가 흥미롭다. 다큐멘터리 제목 또한 ‘The People’s Designer’이고, 대중적인 협업도 굉장히 즐기는 듯하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한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당대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일뿐 아니라 이런 협업 같은 이벤트가 스스로 더 나은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준다.

로고 티셔츠를 입은 이만 하만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했다.

로고 티셔츠를 입은 이만 하만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했다.

H&M 협업은 패션사의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협업의 게스트 디자이너가 된 기분은 어땠는지?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매우 신났다. 팬들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것, 그들이 사랑하는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매우 흥분되고 기쁘다.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디자인팀이 스웨덴에서 밀란으로 왔나?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스케치를 보냈다. 모스키노 컬렉션에서 사용한 피스, 패브릭, 소재를 보냈고, H&M팀에서 샘플을 만들어서 보내줬다. H&M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 소피 요한슨과 디자인팀이 완성도와 가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첫 이벤트 때부터 완성도에 아주 만족했다.

내일이면 캠페인을 촬영한다. 이번에도 스타일리스트 카를린 세르프 드 뒤젤과 작업하나? 비주얼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물론. 카를린은 나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보름 전 그녀가 LA에 왔을 때 처음으로 컬렉션을 봤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골드, 주얼리,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의 믹스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느끼는 듯했다. 이번 캠페인은 매우 모스키노 같을 거다.

한국 팬들은 당신이 K팝과 매우 밀접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새로 주목하는 K팝 아이돌이 있나? 나에겐 씨엘이 유일하다. 그녀가 글로벌 무대에서 새롭게 보여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나 또한 한국의 대단한 팬이다. 매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즐거움, 열정, 에너지로 가득 찬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이번 컬렉션이 론칭되면 상상되는 서울의 풍경이 있나? 씨엘과 함께 간 곳들이 생각난다. 숍, 레스토랑들. (가로수길인가?) 잘 모르겠다. 그녀가 모든 것을 준비해서 ‘여기요(한국말)’ ‘여기요(한국말)’ 하면서 데리고 다녔다. 한국에 얼마나 많은 H&M 스토어가 있나? (27곳이다) 와! 이번 협업에 한국 팬이 보여줄 놀라운 사랑과 열정이 기대된다.

마지막 질문인데, 한 포토콜에서 본 당신의 오프숄더 슈트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포토월에서 항상 그렇게 당당하고 섹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비결? (웃음) 오 정말 부끄럽다.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온 나의 정체성은 바로 창의적인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그 오프숄더 슈트가 내 정체성에 완벽한 룩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맘에 들었다니 매우 기쁘다.

위트 있는 CD가 프린트된 남성복.

위트 있는 CD가 프린트된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 소피 요한슨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다. 왜, 지금, 모스키노와 제러미 스콧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이번 협업은 작년 에르뎀(Erdem)과의 협업과 여러모로 차별화된다. 모스키노는 완벽하게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아이코닉 패션 하우스다. 즐거움, 에너지로 가득 찬 팝 컬처, 스트리트 패션 등 다양한 애티튜드가 기대됐다. 모스키노는 항상 우리의 위시리스트였고, 고객에게 또 다른 스타일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러미 스콧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 아주 순조로웠다. 그는 이미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경험이 여럿 있을 뿐 아니라 아디다스 같은 대형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H&M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가령, 패션과 품질을 지속 가능한 방법과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우리의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한 이해 말이다.

새 협업 컬렉션이 공개되면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당신이 기대하는 바는 어떤 것인가? 모스키노도, 제러미 스콧도 아주 잘 알려져 있지 않나. 그의 디자인과 그가 추구하는 특별한 패션 세계를 사랑하는 팬덤이 이번 협업을 아주 좋아할 듯하다. 단순한 패션을 넘어서 그가 보여줄 마법, 판타지, 즐거움은 우리 역시 추구하는 바다. 패션은 심각할 필요가 없다.

화려한 골드 주얼리로 포인트를 준 지지 하디드. 그녀는 이번 캠페인 공개에 함께했다.

화려한 골드 주얼리로 포인트를 준 지지 하디드. 그녀는 이번 캠페인 공개에 함께했다.

H&M 협업은 패션사의 사건이었다. 그 이후 많은 협업이 있었고, 소비자의 눈도 높아졌다. 단순한 협업만으로 고객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어렵지만 새로움을 찾는 시각만 있다면 창의적이고, 아주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업이 11월에 공개되니 가을, 겨울 컬렉션일 거라 생각했는데, 여름 아이템도 있는 거 같다. 아이템들은 어떻게 구성됐나? H&M뿐만 아니라 제러미 스콧도 론칭 시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계절보다 ‘어떤’ 룩을 구성하는 ‘어떤’ 피스에 더 중점을 뒀다. 결국 사계절을 다 포함하는 컬렉션을 선보이게 됐다.

서울은 유행에 민감한 도시다. 지금까지의 H&M 협업은 굉장한 반응을 얻었다. 한국에 게스트 디자이너 컬렉션을 사랑하는 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컬렉션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팬도 있다고.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서울은 유럽과 매우 다르다. 3년 전에 방문했는데, 패션에 관한 영감을 얻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패션 비즈니스, 패션 시스템, 리테일 등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성장 속도가 대단하다.

지지 하디드와 함께 인스타그램으로 협업 뉴스를 공개했다. 계획 중인 다음 이벤트가 있다면? 현재로는 말할 수 없지만 스페셜한 무언가가 진행 중이다(웃음).

협업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을 꾸준히 실험하는 H&M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올해 더 많은 브랜드들이 친환경적 패션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2020년까지 모든 ‘면’ 소재를 지속 가능한 소재로 사용하고, 2030년까지 모든 곳에 지속 가능 소재만 사용하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매우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H&M뿐만 아니라 패션 산업의 다른 곳도 함께해야 한다. ‘혁신’과 ‘협업’이 가장 중요한 열쇠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