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또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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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또 뭐죠?’라는 흥미 어린 질문에 신선하고 창조적인 결과물로 답해야 하는 이들. 바로 패션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의 미래를 후원하는 특별 프로젝트 ‘LVMH Prize’가 2회를 맞이했다. 지난 파리패션위크 기간, 루이 비통 부회장이자 LVMH 프라이즈의 주최자, 그리고 LVMH 그룹의 수장인 아버지 베르나르 아르노의 뒤를 이어 패션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를 만나 그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지는 LVMH 프라이즈가 지 난해에 비해 한 걸음 진일보한 면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 하나? 

우선 이 프로젝트는 LVMH 그룹이 패션의 미래 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 즉 젊은 디자이너들의 내일을 돕기 위해 시작된 일이 다. 첫해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면 남성복 디자이너의 참여가 첫 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트리트 웨어를 선보 이는 디자이너 팀도 많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구성이 한층 더 다양해졌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디자이너의 참가도 작년보다 더 증가했다.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절차는 비슷하지만 첫 회에 비해 진행하는 시스템이 진보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기존의 LVMH 엑스퍼트, 즉 LVMH 소속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9명 외에도 쟁쟁한 패션 매거진의 편집장과 바이어 등 새로운 심사위원 리스트의 면면이 다채롭다.

올해는 1천 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인터넷으로 신청했고, 그중 1차로 26명이 발탁되었다. 그리고 패션계 에서 실력과 영향력을 갖춘 총 45명의 엑스퍼트들이 직접 이 곳을 찾아 그들의 룩을 전시한 26개의 부스를 둘러보고 각자 1표씩 무기명 투표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표를 많이 획득한 8팀이 결승에 오른다. 올해의 엑스퍼트 투표는 34일, 즉 파리 패션위크 중에 치러졌는데 이 시기는 굉장히 바쁘고 분주한 기간이다. 그 시간을 내어 세심하게 살핀 이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의 크고 작은 격려와 응원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행운의 주인공들도 정해졌는지 궁금하다.

8명의 파이널리스트는 패션위크를 마치고 발표된다(318일에 발표된 파이널리스트엔 자크뮈 스, 오프화이트, 베트망, 그레이그 그린, 마르케스 알메이다, 아르터 아르베서, 푸스틴 스타인메츠, 코페르니가 이름을 올 렸다. 5월에 최종 우승자가 발표될 예정). 패션위크 기간에 발 표해버리면 주목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젊은 디자이너를 위해 서 일부러 발표 날짜를 미룬 것이다. 이틀에 걸쳐 최종 선발 자를 뽑기 위해 다채로운 가치관과 미학을 지닌 쟁쟁한 패션 인사이더들이 수없이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마지막 선택에 있어 모든 엑스퍼트의 영향력이 고르게 작용 하는가? 그리고 LVMH의 후원을 받는 최종 우승자를 뽑는 기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26명의 디자이너 중 8명의 파이 널리스트를 가려내는 데는 45명 엑스퍼트들의 공정한 무기명 1표가 작용한다. 하지만 8명의 디자이너들이 남았을 때의 엑스퍼트들은 오로지 LVMH 그룹의 운영진과 소속 아트 디렉터 9명, 즉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 제이콥스, 펜디의 칼 라거펠트, 겐조의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 셀린의 피비 파일로, 디올의 라프 시몬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로 구성된다. 우리 그룹의 디자이너들이야말로 내일의 디자이너들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눈을 지녔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공식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9명의 엑스퍼트가 하나같이 승복할 유일한 기준이 있을 수 있을까.

만약 잠재력이 높지만 현재의 결과물이 미흡한 디자이너와 현재 최고의 스킬을 지닌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창의성이 다소 부족한 디자이너가 파이널리스트로서 경쟁한다면 당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흠, 창의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물론 스킬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고 말이다. 글 쎄, 정말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면 아마 창의력이 있는 디자 이너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그래도 뛰어난 스킬이 있는 디 자이너 역시 놓치기가 너무 아까운데.

개인적으로 신진 디자이너의 의상도 즐겨 입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 밤에 치러질 LVMH Prize 파티에 당신이 입고 참석할 브랜드에 대해서도. 

대부분 LVMH 그룹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대외적인 자리에서는 더욱더 그렇고 말이다. 오늘 저녁 행사에는 지금 인터뷰할 때 와는 다른 옷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루이 비통을 입을 것이 다. 제스키에르가 보면 좋아하려나? 하하. 아쉽게도 그는 내 가 도착하기 전인 아침 일찍 이미 투표를 하고 갔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구조적,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꿈 많은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패션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시해야 할 것은 패션에 대해 큰 달란트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 만 열정만 가지고는 멀리 나아갈 수 없다. 그런 달란트를 지 닌 사람이 끈질긴 열정을 가지고 패션에 몰두해야 한다. 뭔가 를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귀하고 특별한 일이니까.

LVMH라는 거대한 글로벌 패션 그룹이 전 세계의 전도유망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를 선발해 후원한다는 것은 패션 산업에 있어 매우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속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당신의 비전을 듣고 싶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LVMH가 유망한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그들이 커나갈 수 있게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난 이 프로젝트 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좀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혹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은 디자이너들이 잘 연마될 수 있도록 돕는 촉매제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갈 것이다.

에디터
박연경
인터뷰
이길배(파리 통신원)
COURTESY OF
LVMH, KIRA BU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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