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해체주의자들

김현지

한국에 둥지를 튼 리던(Re/Done)과 ‘순환하는 패션’을 설파하는 공동 창립자 션 배런의 이야기

오래된 물건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안목,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탁월한 상상력을 지닌 리던(Re/Done)이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LA의 풍부한 채광을 닮은 밝은 에너지로 ‘순환하는 패션’을 설파하는 공동 창립자 션 배런(Sean Barron)에게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던의 공동 창립자 겸 CEO, 션 배론(Sean Barron).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곳인가?
무엇보다 신구의 조화가 아름다운 나라다. 케이팝 스타와 배우를 비롯해 두터운 팬층을 구축한 점도 흥미롭고. 여러모로 놀라운 곳이다!

서울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첫 번째 스토어는 웨스트 할리우드 플래그십의 미드센추리적 요소를 참고했고, 갤러리아 웨스트 매장은 건축가 존 로트너(John Lautner)의 캘리포니아식 주택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판석 바닥과 리던 스토어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 있는 레드 악센트를 활용했다.

스토어 역시 리던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 ‘Iconic’ ‘Responsible’ ‘Individual’을 고려해 만들어졌나?
그렇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획할 때마다 리던의 핵심 원칙을 고려한다. ‘Iconic’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에 대입할 수 있는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Responsible’은 신중한 생산과 지속 가능성을, ‘Individual’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업사이클링 제품들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을 의미한다.

리던은 숫자로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숫자로 놀라게 해달라.
올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무려 200,000개 이상의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업사이클링했다. 그보다 우리에게 가장 놀라운 점은 파트너십을 맺은 공장이 자리한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데님 워싱에 사용한 돌을 재사용한 주택가의 벽돌처럼 말이다.

갤러리아 웨스트에 오픈한 리던 서울 스토어.

10년 차 브랜드로 접어들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14년, 브랜드 설립 당시 우리는 단 두 가지 스타일의 리바이스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시작했다(웃음). 현재는 분기당 130개 이상의 지속 가능한 피스를 선보이고, 아메리칸 헤리티지 브랜드와 신디 크로포드(Cindy Crawford),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 등 아이코닉한 인물들과 협업을 전개하며, 빈티지 셀렉션인 ‘리던 마켓플레이스’ 라인을 출시했고, 전 세계에 매장을 오픈했다. 정말이지 긴 여정이었다!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때로는 제약이 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넥스트 스텝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타깃층 확대, 카테고리 확장, 리테일적인 측면에서의 성장, 그리고 의미 있는 파트너십에 집중하는 것이다.

리던에게 창의성이란?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만드는 상상력이다. 브랜드 정신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파생적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e/Done 2024 S/S 컬렉션.

2024 S/S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번 컬렉션은 데님 팬츠와 티셔츠에 뿌리를 둔 1990년대 미니멀리즘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한 면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리던의 미래를 바꿀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데님 팬츠 종류만 수십 가지다. 가장 애정하는 피스가 있을까?
단 한 가지만 꼽아야 한다면, 자랑스럽게 ‘Loose Long’ 라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포토그래퍼 레아 콜롬보와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버넷과 함께한 ‘Re/Done & Pam’ 컬렉션이 인상적이었다. 배우 파멜라 앤더슨과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됐나?
나와 비즈니스 파트너 제이미 마주르(Jamie Mazur)는 꽤 오래전부터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과의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제이미가 그녀의 아들, 브랜든 리(Brandon Lee)와 오랜 친구 사이라 캐주얼한 점심 미팅을 갖게 됐고, 리던과 동일한 비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식사가 끝날 무렵, ‘Re/Done & Pam’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리바이스(Levi’s), 헤인즈(Hanes), 포드(Ford) 등 미국 브랜드와의 협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아메리카나(Americana)’가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주로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과 새로운 방식의 협업에도 항상 열려 있다.

협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
리던에게 컬래버레이션은 파트너사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의외성이라는 특별한 균형점을 찾는 아주 흥미로운 과정이다. Re/Done에 좀처럼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고.

서적, 빈티지 액세서리, 소품 등 온 · 오프라인의 빈티지 큐레이션이 대단하다.
빈티지 컬렉션 소싱을 담당하는 리던 팀에게 그 공을 돌리고 싶다. 우리의 전문가들은 개성과 희귀성을 기준으로 셀렉션을 구성한다.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있다면?
수집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비즈니스 파트너, 제이미 마주르가 컬렉터에 가깝다. 1950년대 로커빌리(Rockabilly, 로큰롤과 컨트리 음악을 혼합한 형태의 음악) 시대의 빈티지 의류를 수집하곤 한다.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무엇인가?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지만, 최대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려고 한다. 딸과 서핑을 하거나 스키를 타는 시간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내가 리던에게 발견한 것은 삶의 기쁨과 사랑, 그리고 긍정이다.
그렇게 말해주니 반갑다. 나도 동의하는 바다. 즐거움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리던 팀이 일하는 방식이자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LA에서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법이 있을까?
베니스 비치의 해안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말리부 해변에서 서핑을 하고 파머스 마켓에 들러 장을 본 다음 소중한 사람들과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이라 답하고 싶다.

Re/Done & Ford, 2022.
사진
Courtesy of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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