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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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있고 싶으면서도 소중한 누군가를 꼭 데려가고 싶은 술집이 있다. 신논현역 뒷골목에 위치한 ‘분노지’는 바로 그런 곳이다.

1. 분노지를 대표하는 메뉴인 돼지고기 찜 샤부.2. 굴초회.3. 청어회.

1. 분노지를 대표하는 메뉴인 돼지고기 찜 샤부.
2. 굴초회.
3. 청어회.

날마다 술을 먹어야 하는 핑계는 늘어간다 . 여름에는 맥주 한잔으로 더위를 날려버리겠다는 일념하에,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보다 도수 높은 술 한잔이 제격이라는 근거 없는 논리하에, 사람들은 사시사철 술집으로 향한다.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만 봐도 앞으로 약 100분간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지 아닐지를 가늠할 수 있듯, 처음 가는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자리를 뜨고 난 후까지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오래오래 단골집으로 삼을 수 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이자카야를 찾아 헤매던 사람들에게 분노지는 좋은 답이 될지도 모른다. 주방 바로 앞 기다란 테이블과 안쪽에 놓인 네댓 개의 테이블이 전부라 단체 손님보다는 둘이나 셋이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퇴근 후 동료들끼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닌 연인들이 찾을 법한 공간 같다고 말하니 문동택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돼지고기 찜 샤부다. 기존에 먹는 샤부샤부처럼 고기와 야채 등을 육수에 넣고 끓이는 대신, 국물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 형태로 먹는 방식이다. 겨울 제철 음식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청어회와 굴초회도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요리다. 분노지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꽤 다양한 일본 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데워서 마시면 더 좋을 술은 유키노보우샤 야마하이 준마이와 잇본기 긴지루시다. 둘 모두 높은 온도에서 더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내고 더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한다. 물론, 아무리 뜨거운 술이 겨울에는 제격이라고 할지라도 데워서 맛있는 술이 차갑게 먹는다고 해서 그 맛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을 테니 각자 취향에 맡게 선택하면 된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743-17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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