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을 찾아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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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변신을 시도 중인 익숙한 얼굴들에 대한 냉정한 가치 평가서.

1. 보아 <연애를 부탁해>
상품 개요 가수로서는 아시아의 별, 배우로서는 어쩌면 샛별. 아무튼 스타. SBS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카메오 출연을 했으나 필모그래피 중 제일 ‘찐따’ 같은 역할을 맡은 정우성과 스태프 몰래 라멘 먹고 놀다온 게 전부. 최근 KBS <연애를 기대해>에서 연애에 서툰 주연애 역할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아 작품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연기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으며 가수든 심사위원이든 연기든 역시 뭘 해도 똑 부러진다는 걸 입증.
투자할 이유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지만 주연애 역할로 보아를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 굳이 못생긴 척하지 않고도 왠지 연애 못할 것 같은 미녀 역할을 보아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여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보아라는 인물 특유의 범접하기 어려운 ‘철벽녀’ 이미지가 성깔 있는 여자 예비역 이미지와 호환되며 시너지를 낸 케이스. 여배우들이 뿔테 안경 하나로 인기 없는 여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음.
재고할 이유 경호 나온 요원이나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왔는데 높은 계단이 있는 데이트 코스 를 잡은 남자친구에게 짜증난 표정을 지을 때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지만, 사랑에 빠진 아른아른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가슴 아픈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
맞춤형 투자 전략 직장에서는 철저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에서는 건어물에 맥주나 마시며 빈둥거리는 <호타루의 빛>의 아야세 하루카 같은 역할이 어울릴 듯하다. 장혜성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라면 보아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달달한 연애까지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상대 배우는 부드럽게 여자 캐릭터의 까칠함을 받아주면서도 본인이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는 송중기를 추천. 글 | 위근우(웹매거진 <ize> 기자)

2.이 준 <닌자 어쌔신>, <배우는 배우다>
상품 개요 “아르바이트하고 집에만 있다가 할리우드 영화를 찍게 된 거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요.” 2009년 이준은 워쇼스키가 제작한 <닌자 어쌔신>에 무려 정지훈의 아역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당시 이준은 배우로서 조명받지 못했다. 정작 그를 주목하게 만든 건 <라디오 스타>였다. 단 한 번의 출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진정 예능의 귀재. 이후 드라마 <정글피쉬2>, <아이리스2> 등에 출연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을 마련한 건 역시 <강심장> 출연. 김기덕 감독이 출연한 이날, 이준은 평소처럼 웃긴 캐릭터 로 승부하는 대신, 과거 어려웠던 시절 연기에 대한 열정을 주제로 한 토크로 <배우는 배우다> 를 제작한 김기덕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강심장>이 영화의 오디션장이 된 격이니 이날 이준의 전략은 유효했다. 본인의 주장대로 그는 바보가 아닌,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운용할지 아는 ‘명민한’ 배우임을 입증.
투자할 이유 이준은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아이돌이다. 사실 그의 연기를 눈 여겨본 건 <닌자 어쌔신> 때부터다. 성인 라이조를 연기한 정지훈이 액션의 화려함에 집중했다면, 캐릭터의 고뇌와 애틋한 감정 라인은 아역을 맡은 이준이 소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는 배우다>는 그때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는 단역 배우로 시작해 톱스타 자리까지 올랐다가 추락하는 오영을 연기한다. 접대 의혹, 폭력 단체 스폰서같이 사회고발성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는 센 설정의 작품에서 전라 노출, 폭력적인 섹스신, 험한 욕설, 폭행 장면까지 아이돌이라면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연기를 모두 소화해낸다. 아이돌임을 잊게 만드는 강도 높은 도전이라고 할까. 소속사의 만류에도 선택한 작품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 정면 승부하려는 고집스러움이 엿보인다.
재고할 이유 칭찬할 만한 연기지만 아직은 톤 조절이 필요하다. 의욕이 강한 만큼 연기에 과잉의 기운이 보인다. 이준을 스타의 자리에 있게 한 예능의 이미지도 연기자로서는 자제할 부분이다. 예능에서 설정한 ‘쉬운’ 이미지가 배우 이준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본인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지라, 최근 들어서는 예능과 거리를 둔 채 배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맞춤형 투자 전략 군더더기 없는 날카로운 마스크, 슬림한 근육질의 몸을 활용할 수 있는 연기를 권한다. <아저씨>의 원빈 같은 캐릭터도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할 수 있는 개성을 지닌 배우다. 그간 선보인 액션을 바탕으로, 누아르 장르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같은 의미에서 여배우보다는 남자 배우와의 하모니를 모색 남성적인 이준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글 | 이화정(<씨네21> 기자)

3.임시완 <미생>, <연애를 기대해>
상품 개요 박형식도 마찬가지지만, 제국의 아이들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시절의 허염 역할로 특유의 청순한 미모를 과시한 것이 결정적 계기. 덕분에 이후 나이 든 허염 역할을 맡은 배우 송재희만 시청자들에게 애꿎은 원망을 들었다. 풋풋한 얼굴 때문에 <적도의 남자>에서도 이장일 캐릭터의 아역을 맡았지만 성인들이 열광하고 미디어다음이 밀어주는 웹툰 <미생>의 프리퀼 무비에서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확실한 청신호를 켰다. 그리고 KBS <연애를 기대해>에서 아이돌 선배인 보아의 상대역을 맡아 제대로 군기 든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투자할 이유 첫 작품인 <해를 품은 달> 이후 특별히 삐끗한 적 없이 계속해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맑다 못해 간혹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외모는 욕망이 살짝 결핍된 인물을 잘 담아낸다. 가령 여자에 대한 관심도 출세욕도 없이 바른 말만 하는 꽃선비 허염이 그러하고, 프로 기사의 세계에 오르지 못한 무력한 청춘인 <미생> 프리퀄의 장그래가 그러하며, 빈틈이 많아 오히려 여자 후배들의 애정 공세를 받는 <연애를 기대해>의 찌질한 순정남 정진국도 그렇다. 자신의 장점을 토대로 캐릭터의 폭을 넓혀가는 영리함이 돋보이는, 말하자면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상품.
재고할 이유 <연애를 기대해>에서 연애 코치 차기대는 정진국을 ‘저평가 우량주’로 평가한다. 임시완의 경우 저평가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량주인 건 확실하다. 선 굵은 연기를 하기에 너무 곱상하다는 핸디캡만 제외하면 크게 재고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를 지닌 이장일의 아역 역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한 전적이 있어 이 역시 극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금 뜬다 싶으면 드라마에 도전했다가 흑역사를 만든 아이돌들이 허다한 연기 시장에서, 가장 연기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
맞춤형 투자 전략 이미 말했듯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상품이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불리고 싶다면 조금은 터프한 동년배 남자 배우와의 ‘브로맨스’를 추천. 실제로 <해를 품은 달>에서의 이민호, <적도의 남자>에서의 이현우와의 케미스트리는 여자 배우와의 그것보다 강렬했다. 김수현 혹은 유아인과의 조합이라면 여성 시청자들이 이 우량주를 전량 매수하지 않을까. 글 | 위근우(웹매거진 <ize> 기자)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주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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