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 컬러 잠시 접고 갑니다, 24 FW 막스마라 컬렉션

명수진

MAX MARA 2024 F/W 컬렉션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아이코닉한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곤 한다. 24 FW 시즌 그는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 Gabrielle Colette)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올해는 콜레트가 태어난 지 150년이 되는 해로 이안 크리피스는 그녀가 단순한 언어와 직설적인 단어로 위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콜레트가 살았던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의 영감이 24 FW 시즌을 위한 막스마라 무드 보드에 걸렸고, 1910년부터 1920년대 사이의 파리지엔 감성이 이탈리아 하우스에 은근하게 스몄다.

포근한 니트와 울 소재를 주로 사용한 담백한 디자인의 옷들은 길이나 볼륨의 유희를 통해 매력을 발산했다. 때로는 타이트하게 보디 실루엣을 드러내고 때로는 누에고치 같은 느슨함을 즐겼다. 기모노의 오비 벨트를 연상케하는 니트 밴드와 벨트를 레이어링 해서 우아한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을 연출했다. 벨벳 코트는 거의 바닥에 끌릴 정도로 맥시한 길이로 선보였다. 1920년대 캐미솔에서 영감받은 올인원 롬퍼가 긴장감을 더하고, 다시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의 스쿠프 스웨터에 롱스커트를 매치하거나, 피 코트에 풍성한 니트 카디건을 덧입어 나른한 분위기를 냈다. 페미니스트인 콜레트는 종종 남성처럼 옷을 입곤 했는데, 이런 영감은 밀리터리 스타일의 피 코트와 팬츠 슈트 등으로 드러냈다. 툭 걸쳐도 멋질 오버사이즈 벨티드 코트는 미묘한 느낌을 듬뿍 담은 채 파워풀한 막스마라의 매력을 발산했다. 막스마라의 시그니처인 카멜 컬러를 생략한 것도 과감한 선택이었다. 차콜 블랙, 미드나이트 네이비, 메탈, 그레이, 크리미한 샌드 등으로 담백한 컬러 팔레트를 펼쳐 보이고, 대신 착용자가 은밀하게 만족할 수 있는 미묘한 디테일을 넣었다. 핑킹가위로 자른 듯한 시접이 독특했고, 바이어스 드레스처럼 사선으로 휘어진 케이블 니트 드레스도 매력적이었다.

부침 심한 패션계에서 무려 31년째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리를 지켜온 이안 그리피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여성은 쿨하다’며 슈퍼모델을 대거 기용했다. 기네비어 반 시누스(Guinevere van Seenus), 나타샤 폴리 (Natasha Poly)가 등장했고 젬마 워드(Gemma Ward)가 피날레를 장식하며 이안 그리피스가 이번 시즌 강조하고 싶었던 미덕이 바로 여성들의 분명한 ‘자기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무드 보드를 장식한 자크 앙리 라르티그(Jacques Henri Lartigue)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의 사진 사이에 이안 그리피스는 1980년대 말에 했던 자신의 졸업 작품전 두 점을 함께 붙여뒀다. 그리고 그가 남긴 현자와 같은 어록. 패션은 언제든 과거의 영감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것은 진화하며 매번 달라진다’. 브랜드의 아카이브에서 테디베어 코트를 부활시킨 굳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영상
Courtesy of Max 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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