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패션위크 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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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컬렉션 데뷔와 동시에 만루홈런을 날린 모델 김성희. 마크 제이콥스, 토리 버치, 헬무트 랭, 3.1 필립 림, 잭 포슨,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를 비롯해 무려 12개의 런웨이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가 직접 쓰고, 찍은 2012 F/W 패션위크 다이어리.

feb. 1st 본격적인 캐스팅 첫날. 뉴욕 데뷔전인 만큼 큰 기대보다는 설렘을 갖고서 출발!
feb. 4th 오늘 하룻동안 다닌 캐스팅이 무려 14개. 다리가 퉁퉁 붓도록 다니고는 있지만, 과연 쇼에 하나라도 설 수 있을까?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feb. 10th 야호! 드디어 헬무트 랭 컬렉션에 섰다. 내가, 내가 말이다. 사실 캐스팅 당시에는 모델도 너무 많고, 날 관심 있게 보는 것 같지도 않아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미 캐스팅 5개에 쇼 하나까지 마치고 온 터라 어깨에 곰 한 마리를 짊어진 듯 피곤했지만, 역시 쇼는 최고의 자양강장제다.
feb. 11th 하룻동안 토리 버치, 잭 포슨, 제로 & 마리아,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의 피팅 스케줄을 소화하고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쇼에 섰다. 쇼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으러 가는 콘셉트? 순전히 내 생각이다.
feb. 12th 트레이시 리즈 쇼에선 하필 둘 다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메이크업도 예뻤는데.. 그리고 잭 포슨 쇼! 잡지에서만 보던 거물급 모델이 내 옆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보노라니, 다시 한 번 뉴욕에 온 걸 실감했다. 한편 착장에 맞는 목걸이가 실종되는 바람에 전 스태프들이 찾느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그런데 쇼 시작 직전, 스타일리스트가 그 목걸이를 걸어주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이거 찾았지?”라고 약 올리듯 말하면서.
feb. 1st 레이첼 로이 쇼는 메이크업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이라 무려 1시간 반 동안 꼼짝 않고 서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더 이상 못 서 있겠다고 했더니 글쎄 앉아 있어도 된단다. 진작에 앉을걸. 그런데 웬일. 내가 앉은 이후로 다른 모델들도 하나 둘씩 앉는 게 아닌가. “나한테 고맙지?” 이어 3시에는 3.1 필립 림 컬렉션에 섰는데, 리허설 후 쇼 시작 20분 전 갑자기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
feb. 1st 캐스팅에 가면 캐스팅 디렉터가 포트폴리오와 워킹을 살펴보는데 마음에 들 경우, 의상을 입혀서 다시 워킹을 시킨다. 토리 버치 캐스팅 당시 모델 수가 엄청났는데 내가 들어갔더니 디렉터가 바로 “성희는 바로 피팅을 해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럴 땐 정말 스스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그리고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쇼. 어떻게 워킹을 한지도 모르게 쇼를 끝낸 후 나가는데 ‘귀요미’ 블로거이자 캐스팅 디렉터의 어시가 축하의 뜻으로 꽃을 선물했다. “우리, 다음에 또 봐요.”
feb. 1st 나에게는 컬렉션의 마지막 날. 패션위크 기간 동안 파트너십을 맺은 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모델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동료 모델 수주와 함께 신나게 주문. 너무 많이 시켰나? 사실 저건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부디 다음 시즌에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기를!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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