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옷, 24 FW 마르니 컬렉션

명수진

Marni 2024 F/W 컬렉션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는 ‘난 어렸을 때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전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쇼 노트에 자신의 TMI를 털어놓은 이유는 론칭 30주년을 맞은 마르니 컬렉션을 자신이 어떻게 구상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타고난 감각에 의존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어떤 레퍼런스도 배제하고 오직 원초적 감각에 의존하며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이를 위해 프란체스코 리소는 스튜디오 전체에 종이를 발라 원시적 동굴처럼 연출하고, 외부 세계의 시간과 공간의 감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냈다.

‘우연히 종이 동굴에 들어가면 옷을 가져오지 마세요’라고 한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문장이 쇼 노트에 쓰여 있었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마르니 론칭 30주년 컬렉션에 친구인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를 초대했고, 카니예 웨스트의 와이프 비앙카 센소리(Bianca Censori)는 몸에 가죽 한 장을 걸친 듯한 모아롤라(Mowalola)의 파격적인 옷을 입고 참석했다. 카니예 웨스트의 등장은 컬렉션이 시작하기 전부터 마르니 컬렉션 현장을 뜨겁게 달궜고, 마르니가 바이럴 되는데 일조했다. 하얀 옷을 입은 합창단의 코러스와 함께 디제잉이 시작됐고, 디제잉 박스 위를 밟고 건너며 모델들이 자유롭게 워킹했다. 원초적인 패션과 미래적인 패션이 뒤섞였다. 코쿤, 트라페즈, 타바즈(tabards)까지 다양한 형태가 실험적으로 선보였다. 치밀한 울과 모피 위에 유약을 뿌린 딱딱한 소재는 형태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강조했다. 과감한 애니멀 프린트 튜닉, 실버 자카르 케이프, 오버사이즈 아우터,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방 등이 시선을 끌었다.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낸 정교한 패턴 같은 것, 그로 인한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싹 거두어들이고 원시의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법이나 형태를 상상하며 일차적이고 본능적인 패션을 만들어냈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우리는 거의 동물적인 상태로 돌아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24 SS 컬렉션 이후 카피 논란에 휩싸였는데(아티스트 ‘SLXW’가 마르니 컬렉션이 자신의 작품을 카피했다고 주장함), 프란체스코 리소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이번 시즌 레퍼런스를 완전히 배제한 세계를 보여줬다는 해석도 있다. 확실히 마르니 24 FW 컬렉션은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에 관한 한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영상
Courtesy of Mar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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