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시절을 추억하며, 24 FW 톰 포드 컬렉션

명수진

TOM FORD 2024 F/W 컬렉션

지난해 톰 포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어 첫 컬렉션인 24 SS 시즌, 철저하게 톰 포드의 유산을 탐닉했던 피터 호킹스. 그는 두 번째 시즌에서 자신만의 색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영화 <원초적 본능>의 사운드트랙이 쇼장에 흘러나오고, 샤론 스톤이 프론트로에 앉아 컬렉션을 기다리고 있었다. 좁다랗게 조명을 비춘 런웨이로 골드 버튼을 장식한 밀리터리 스타일의 코트와 재킷이 오프닝을 수놓았다. 골드는 노란색이 아니라 정말이지 황금색으로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글래머러스’한 톰 포드의 지향점을 드러냈다. 이후 가슴 아래까지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와 슬림핏 팬츠, 보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니트 드레스, 시퀸을 아낌없이 장식한 블레이저와 드레스, 호화로운 턱시도 슈트, 시스루 네트 골드 드레스, 리퀴드 저지 드레스, 번쩍이는 악어가죽 소재의 재킷 등 톰 포드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아이템들이 런웨이로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다. 넓은 라펠의 재킷, 허벅지를 감싸는 하이 웨이스트 팬츠로 만든 스리피스, 슈트와 에비 에이터 선글라스 같은 것은 누가 봐도 90년대에서 2000년을 관통하는 톰 포드의 전성기, 스타일 그대로였다. 라일락부터 바이올렛으로 이어지는 포인트 컬러, 섹시한 네트와 본디지 디테일의 보디콘 드레스, 풍성한 모피 아우터들이 제 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총 65벌로 선보인 남녀 컬렉션은 아이템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특별히 문제 될 만한 것도 없었고 소재 사용이나 정교한 테일러링은 높이 평가할만했지만, 동시대적인 해석이 부족했다. 그저 톰 포드 아카이브의 대방출로 비칠만한 아쉬움도 있었다. 피터 호킹스가 톰 포드의 오른팔로서 25년 동안 함께 한 영광스러운 시절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를 많은 이들이 고대하고 있다.

영상
Courtesy of Tom 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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