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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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란 직업은 눈은 호사롭지만 발은 미천한 직업이다. 1년에 2번, 컬렉션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일주일 내내 서고, 걷고, 뛰고를 반복해야 하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하는 연례 행사인 셈이다. 그래서 컬렉션장, 에디터 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아, 다리 아파요!”일지도 모른다. 2011 F/W 컬렉션에 다녀온 더블유 에디터 6명이 레그 젤을 체험해봤다.

1. 종아리는 물론 몸 컨디션까지 업!
사용 제품: SWISS PERFECTION 클리오 젤 400ml, 28만1천원.
체험기|밀란 컬렉션, 뷰티 디렉터 이지나
원체 하이힐을 좋아해서 수많은 레그용 제품을 접해본 나로서는 또 하나의 제품을 발견한 경험 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파에서 사용하 는 제품 같다고 해야 할까? 여느 레그 로션과는 달리 굉장히 가볍고 묽은 젤 질감. 가벼운 질감일 수록 단시간에 스며들기 때문에 마사지하는 데 애를 먹는 편인데 이 제품은 꽤 오랫동안 마사지 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촉촉한 사용감을 줬다. 일단 샤워 후에 다리 전체에 바르고 아래에서 위로 힘있게 마사지, 그런 다음 무릎을 둥글게 마사 지(부기가 남아 있으면 무릎에 셀룰라이트가 생 기기 쉽기 때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폐물을 배 출기 위해 무릎 뒤쪽의 림프를 살며시 만져주며 마사지했다. 원래 발과 종아리가 피곤하면 몸 컨디션도 급격히 저하되는 법. 유난을 떨며 아침저녁으로 다리 마사지를 한 결과일까? 밀란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수도 없이 걸었음에도 종아리 는 물론, 몸 컨디션도 최고였다.

2. 침대 위의 물리치료사
사용 제품: ORIGINS 레그 리프트 50ml, 3만5천원.
체험기|파리 컬렉션, 패션 에디터 김한슬
십대에 꼬리뼈를 다친 이후부터 누워 있을 때 빼 고는 다리가 붓는 운명을 지니게 되었다. 언제나 다리가 붓기 때문에 오래 앉아도 문제고 서 있어 도 아프다. 적당히 쉬어주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컬렉션 기간은 다리 입장 에서는 최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매일 바르고 다닐 것이란 사실. 최악의 상황에서 하루 는 바르고, 다음 날은 거르는 식으로 사용했는데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전혀 붓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고 살짝 부어도 근육이 아프거나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덜했다. 호텔에 돌아와서도 발꿈치와 종아리에 한 번씩 더 발라줬다. 바른 후 5분 뒤에 화끈거리며 달아오르다 10분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밤에 마사지해주고 잠들었는데, 이 것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사실, 진작 쓸 걸 하는 후회가 들고 있다.

3. 12cm 킬힐도 가뿐하게!
사용 제품: CLARINS 에너자이징 에멀젼 포 타이어드 레그스 125ml, 3만9천원.
체험기|런던-밀란 컬렉션, 패션 디렉터 최유경
12cm짜리 킬힐을 신고 아침 9시에서 밤 11시까 지 버틴 후 숙소에 돌아오면 미쉐린 타이어처럼 퉁퉁 부은 발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는 비행기에서부터 무조건 처덕처덕 바르기 시작했다(용량이 125ml로 기내 반 입이 불가능해 덜어서 소지해야 하는 점은 아쉽다). 샤워 후 발가락 끝부터 허벅지 중간까지 고 루 바르며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마사지했는데, 아주 착 달라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겉돌지도 않는 것을 보니 흡수력은 중간 정도. 흡수된 후 에는 약간 건조하기 때문에 보습제를 반드시 병 행해야 할 듯. 하지만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피 곤한 다리를 위한 활력 유액’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신뢰감을 주는 제품명답게 밤마다 욱신거리는 증상이 꽤 많이 완화되었다. 가장 드라마틱 하게 눈으로 보이는 효과는 부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 며칠 후에는 아예 핸드백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스타킹 위에도 수시로 발랐다(제품 겉 면에 그렇게 사용하길 권장하고 있다).

4. 뛰면서 즐기는 에센셜 오일의 여유
사용 제품: L’OCCITANE 아몬드 엘레건트 레그 미스트 100ml, 2만8천원.
체험기|파리 컬렉션, 패션 에디터 최서연
높은 신발을 자주 안 신는 데다가 다리가 쉽게 붓 지 않은 체질인지라 내게는 산뜻한 질감과 효과 가 예상되는 미스트 타입의 제품이 배당되었다. 다리 부기를 없애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리와 발의 피곤함이 몰아 닥칠때 위주로 사용했는데(게다가 스프레이 타입이라 피곤할 때마다 스타 킹 위에도 사용 가능했다), 첫 느낌은 예상 외로 무척 시원했다는 것. 마치 홀스를 먹었을 때 목에 회오리가 치듯, 다리에 멘솔 바람 줄기가 휘감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멘솔 향기는 단시간 안에 사라지고, 그 이후로 아로마 향이 꽤 오래 남았는데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이 부분이다. 으슬으슬한 파리 날씨, 피곤한 심신을 달래는 데 종아리 쪽에 남아 있던 은은한 아로마 에센셜 오일의 향이 한 몫 해줬다. 보디 로션이나 향수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여름철에 특히 유용할 듯.

5. 마사지 마니아들을 위한 최상의 질감
사용 제품: AVEDA 풋 릴리프 + 유칼립투스 오일 각각 125ml, 3만8천원. 30ml, 2만5천원.
체험기|런던 컬렉션, 뷰티 에디터 김희진
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고 걸었더니 발이 퉁퉁 부은 탓에 매일 밤 풋 크림으로 정성 들여 마사지했다. 부드럽고 리치한 질감은 오랫동안 정성 들여 마사지하기에는 좋았지만, 반대로 바르자마자 싹 흡수되는 편은 아니라서 다리까지 마사지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밀리는 현 상이 생겼다. 때문에 발만 크림을 사용하고, 손바닥에 남은 양에 유칼립투스 오일을 세 방울 정도 섞어서 찰싹찰싹 두드려가며 뭉친 다리를 풀어줬다. 제품 자체에 뛰어난 쿨링 효과나 카페인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서 부기를 제거해주는 건 아니지만,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부드럽게 마사지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레그 젤이 그러하듯) 사용 후 건조해지는 느낌이 없는 게 특히 맘에 든다. 사흘째 되는 밤에는 갑자기 기온도 떨어지고 비도 와서 몸살 기운이 좀 있었는데, 욕조에 물을 받아 오일을 떨어뜨리고 족욕을 하고 나니, 피로도 싹 풀리고 다음 날 부 기도 훨씬 덜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6. 참을 수 없는 다리의 가벼움
사용 제품: HERA 글램 바디 에스라이트 디자이너 키트 250ml×2, 18만원(이오나이저 포함).
체험기|밀란 컬렉션, 패션 에디터 박연경
더블유 편집부에서 다리 부기에 있어 최강자로 자처하는 나. ‘셀룰라이트와 피하지방을 동시에 케어하며 보디라인을 살려주는 셰이핑 젤’이라 는 설명을 보며 일단 한번 발라보니, 스르르 스며 드는 촉촉한 텍스처는 마음에 들었지만 웬 물파스 냄새? 하지만 휘발성이라 금세 사라져 일단 안심이 됐다. 바르고 5분 정도 지나자 다리를 휘 감던 ‘참을 수 없는 부기의 무거움’도 5그램 정도 날아가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관건은 이오나이저. 한 손에 쏙 잡히는 이 기 구는 젤을 바른 뒤 간단히 배 모드와 팔다리 모드를 선택하면 진동하며 뭉쳐 있는 지방을 흔들어 준다. 과연 다리를 마사지해주고 나니 다음 날 온 종일 거닐며 봐야 했던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도 다리가 가뿐하다. 덕분에 컬렉션 일정 막바지 에는 엄두도 못 냈던 원피스와 힐 앞에서 망설임 따윈 사라졌다. 꾸준히 사용한다면 나의 만성 부 기마저도 지구 반대편으로 사라질까.

에디터
이지나
포토그래퍼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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