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하우스가 만든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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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패션 하우스들이 ‘패션’의 영역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그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밀라노 가구, 인테리어 박람회 ‘Salone internazional de mobile’에 <W Korea>가 다녀왔다.

MOSCHINO

MOSCHINO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그들이 디자인한 식당에 가고, 그들이 디자인한 호텔에서 잠을 자는 세상이다. 로베르토카발리나 돌체&가바나는 밀라노에 그들의 의상을 꼭 닮은 레스토랑을 열었고, 베르사체와 미소니, 페라가모는 이미 브랜드의 이름을 내건 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두바이에 아르마니 호텔&리조트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물론 이들 호텔에는 디자이너의 홈컬렉션라인이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하우스들이 그들의 DNA를 고스란히 담은 홈컬렉션라인을 적극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밀라노 가구&인테리어 박람회는세계적인 인테리어 흐름을 가늠하는 장인 동시에 이탈리아 패션하우스의 홈컬렉션 각축장이 되고 있다.지난4월18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밀라노의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바로 반짝거리는소재나 메탈 소재 등 시원한 느낌을 주는 소재의 활용과 초현실적이고, 미래적인 감성의 디자인이었다. 올해로 46회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 동안 밀라노는 마치 패션 컬렉션 기간을 방불케 하는 교통 체증을 유발했는데, 특히 중국을 비롯한 인도, 동유럽 등 신흥국에서 온 수많은 바이어들로 여느 해와 달리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ARMANI CASA

ARMANI CASA

그녀와 그를 위한 가구를 선보인 ARMANI CASA

첫날 모습을 드러낸 하우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까사였다. 아르마니까 사는 18일 공식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17일 저녁,아르마니 극장에서 새 시즌의 인테리어와 가구 라인의 오프닝 파티를 주최했다. 세련된 배기팬츠와 여유 있는 카디건을 걸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게스트들을 직접 맞이했다. ‘그를 위한/그녀를 위한’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이번 컬렉션에서 아르마니는 아르마니까사 특유의 모던하고 간결한 기존의 컨셉트를 이어갔다. 샴페인, 플래티넘, 진주 컬러로 대변되는 그녀를 위한 컬러와 회색,광택 있는 메탈,검은 니켈 컬러 등으로 대변되는 그를 위한 컬러는 다양한 질감과 형태, 기능성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조합을 시도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아르마니 패션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커브 라인과 직선의 조화, 지오메트릭 모티프를 응용해 만든 소파 시리즈였다.

BOTTEGA VENETA

BOTTEGA VENETA

여행을 모티프로한 BOTTEGA VENETA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가구 라인을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는 액세서리 라인에서 선보인 것과 같은 고급 가죽소재와 섬세한 가공을 기본으로‘여행’이라는 테마를 풀어냈다. 수트케이스의 손잡이는 콘솔과 책장, 서랍장, 책상 등의 장식으로도 활용됐으며,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이 된 위빙은 넓은 부분의 패브릭을 대신하거나 작은 소품에 활용됐다. 특히 앤티크 효과를 준 다섯 가지 형태의 거울을 감싸는 테두리 장식으로 효용 가치를 최대화했다. 휴식용 간이 침대와 의자는 접이가 가능한 실용성이 뛰어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한편 오는 가을에는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토머스 마이어의 지휘로 로마의 세인트 레지스 그랜드 호텔의 스위트룸이 완성된다고 하니 앞으로 곳곳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인테리어 라인을 만날수 있을 듯하다.

DOLCE & GABBANA

DOLCE & GABBANA

론 아라드의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보인 DOLCE & GABBANA

브랜드의 가구 컬렉션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돌체&가바나이지만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가바나는 론아라드(Ron Arad)의 개인전, <Bodyguards>를 그들의 밀라노 극장인 메트로폴에서 주최하면서 이번 가구 박람회에 참여했다. 형태에 대한 드라마틱한 감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한 론 아라드의 새로운 작품인 보디가드 시리즈를 마치 런웨이의 모델처럼 전시해놓았다. 광택 있게 마무리한 알루미늄 소재의 이 작품은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일인용 의자가 되기도, 긴 소파가 되기도, 장식용 조각품이 되기도 한다.

VERSACE

VERSACE

헬리콥터 인테리어로 젯셋의 진수를 보여준 VERSACE

홈 키친 라인, 가구, 개인용 비행기 인테리어, 자동차 인테리어 등 명실공히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베르사체. 올해는 Agusta Westland 사와 함께 개인용 헬리콥터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에 참여했다. 이탈리아 최고의 두 업체의 협력 작업은 럭셔리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으로 시작부터 화제가 되었다. 밀라노베르사체 본사의 안뜰에서 진행된 오픈 파티에는 오픈카와 헬리콥터를 재현한 세트에 젯 소파, 젯 의자, 커피테이블, 침대 등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베르사체 하면 골드와 메두사 심볼을 떠올리는 사람에게 이번 전시 작품은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고, 차가웠다. 메인 컬러인 화이트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라인을 기본으로 스티치로 장식된 가죽, 프린트된 실크, 광택 처리한 스테인리스 스틸, 래커 칠을 한 나무 등 소재의 다양성을 표현했다.

MOSCHINO

MOSCHINO

패션을 입은 조명을 선보인 MOSCHINO

유머와 위트가 상징인 모스키노하우스의 정신은 밀라노 매장 디스플레이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매장 가득 구두로 미니 놀이 동산을 만들거나 의상을 이용해 집을 만들거나 하는 독창적인 매장 인테리어가 눈길을끌기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 기간에 이 밀라노 매장은 모스키노적인 유머로 무장한 로맨틱하고 초현실적인 조명으로 반짝였다. 실물 크기로 제작된 조명등이 그 주인공으로, 레이스 미니 드레스를 보디 형태로 제작한 드레스 램프, 부츠를 활용한 램프, 심플한 가방 램프와 실제 모스키노 제품인 머핀 백(Muffin Bag) 램프 등이매장 안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디자인에서 일탈을 시도하는 브랜드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 전시였다.

ETRO

ETRO

페이즐리 모티프를 다양하게 활용한 ETRO

에트로는 페이즐리 모티프를 더욱 다채롭고 독특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 최고의 디지털 프린트 업체인 Abet Laminati사와 모자이크 전문 업체인 Aquileia 사, 양초 아티스트인 Roberto Silvestrini Garcia등과 협력해 가장 적극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었다. 밀라노의 에트로 쇼룸에서 열린 오픈 파티에는 홀과 홀 사이의 외부 복도에 천천히 타 들어가는 낡은 의자 모양의 캔들 작품을 전시해 새 디자인의 상징으로 활용했다. 가구 제품 중에서는‘숄’이라는 이름의 페이즐리 패턴 테이블,‘스카프’라는 이름의 콘솔,‘행커치프’라는 이름의 베드 사이드 테이블 등이 올해의 대표 아이템으로 꼽을 만했고, 작은 소품으로는 인디언 사리 실크와 에트로 특유의 컬러스트라이프를 활용한 앨범, 북커버, 노트 등이 있었다. 아퀼레이아 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모자이크 타일은 이번 전시를 상징하는 월페이퍼였다.

FENDI

FENDI

다채로운 질감을 표현한 FENDI

펜디 인테리어 라인도 펜디의 레디 투웨어 컬렉션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메탈릭한 질감과 반짝이는 소재는 펜디 까사의 새로운 컬렉션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실버, 납, 골드 등을 다양하게 가공해 선보였고, 초콜릿 컬러, 회색, 반짝이는 블랙과 진주 컬러에 아이보리가 주 컬러로 활용되었다. 전통적인 수공업자가 최상의 재료로 만든 소파 Minosse와 Albione가 이번 컬렉션의 핵심 제품이었고, 가구 라인에 사용된 패브릭 중 가장 중요한 소재는 벨벳이었는데, 짧게 잘라 매끈한 질감을 살리거나 솜털 길이의 차이로 세로 스트라이프 문양을 만드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 두꺼운 실크와 라메 등을 커튼에 활용하기도 했고, 패션 모피 브랜드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얼룩말, 여우, 밍크 등 다양한 퍼 소재와 악어가죽 같은 고급 소재를 이용한 제품도 눈에 띄었다. 한편 ‘스파이’백의 전형적인 여밈 디자인을 서랍장 장식으로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MISSONI

MISSONI

멀티 컬러 패턴의 향연 MISSONI

미소니 하우스의 강점은 멀티 컬러 패턴의 패브릭이고 이는 홈컬렉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박람회장의 미소니홈 부스 역시 태슬을 이용한 멀티 컬러 패턴의 커튼으로 장식해 한눈에 미소니임을 알 수 있었다. 멀티플 프린트의 소파나 침대 등으로 가구 아이템을 넓혀갔지만 여전히 미소니 특유의 그래픽적인 패브릭을 활용한 쿠션이나 타월 같은 아기자기한 홈컬렉션 제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번 컬렉션은 부드러움과 딱딱함의 조화, 서로 다른 기능과 장식의 조화를 테마로 했다. 특히 패브릭 패턴의 경향은 균형과 불균형의 문양의 매치가 눈에 띄었고, 새로운 패턴으로는 장미 모티프와 레오퍼드 프린트를 응용한 컬러풀 프린트를 제안했다.

에디터
황진영(Allure 편집장)
브랜드
아르마니 까사, 보테가 베네타, 돌체 앤 가바나, 베르사체, 모스키노, 에트로, 펜디, 미소니
기타
글|우리(밀라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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