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고 싶은 옷, 24 FW 질 샌더 컬렉션

명수진

JIL SANDER 2024 F/W 컬렉션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진 밀란 패션위크의 토요일 오후, 질 샌더 24 FW 남녀 컬렉션이 약 1시간 정도 지연된 끝에 열렸다. 질 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7년 차를 맞이한 루시 마이어와 루크 마이어 듀오 디자이너는 질 샌더의 미니멀리즘에 그들만의 창의력을 불어넣었다.

컬렉션이 열린 베뉴는 온통 세이지 컬러로 채색됐다. 마이어 듀오는 ‘세이지는 치유력이 있다. 일종의 보호색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어 듀오는 컬렉션을 만들 때 사운드트랙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뉴저지 출신의 26세 뮤지션 엠케이지(Mk.gee)의 라이브 공연을 준비했다. 세이지 런웨이에 선명한 코발트블루 컬러의 스피커를 설치해 라이브 공연이 볼륨감 있게 울려 퍼졌다. 뿔 모양의 스피커처럼 컬렉션에도 원형의 형태가 펼쳐졌다. 어깨부터 소매로 이어지는 라인을 볼륨감 있게 만든 재킷과 팬츠, 드레스와 누에고치처럼 둥근 형태의 코트 시리즈가 오프닝을 장식했다. 블랙, 브라운, 아이보리의 중성적인 컬러 팔레트와 포인트로 사용한 레드, 블루, 민트, 핑크 컬러는 질 샌더 특유의 모던함을 극대화했다. 마이어 듀오는 유선형의 형태 감각을 더한 오프닝 컬렉션을 보송보송한 울 소재로 제작했고, 이후에는 다양한 질감의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섬세하게 가공한 사슴 가죽, 털이 긴 히말라야 염소 모피 등이 레드, 버건디, 민트 등의 컬러로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코트의 안감에 사용하는 퀼트 원단을 사용해 재킷, 오버코트, 튜닉, 심지어 우아한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였고, 거대한 구명조끼를 연상케하는 파카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크로셰 니트 셋업, 거대한 실크 테슬을 장식하여 볼륨감을 준 남녀 바야바 아우터도 미니멀리즘에 색다른 재미를 줬다. 질 샌더의 시그니처 백 카놀로(Cannolo)을 비롯해 새로운 아이코닉 백 엔벨로프(Envelope), 사슴 가죽의 롤업(Rollup), 깔끔한 코인(Coin) 백이 다채롭게 등장해 볼거리를 더했다 질 샌더는 미니멀리즘이라는 일종의 탬플릿에 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을 가미했다. 비즈를 장식한 스카프와 헤드기어 등의 액세서리가 그 증거. 사실 20년대 감성의 헤드기어는 헬멧 같은 모양이라서 다이아몬드 퀼팅 아우터와 구명조끼 형태의 패딩 코트와 함께 ‘보호’라는 키워드를 다시 한번 떠오르게 했다. 루시 마이어와 루크 마이어 듀오 디자이너는 “편안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는데, ‘이불 밖은 위험한’ 요즘 세상에 던지는 일종의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상
Courtesy of Jil Sander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