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2027 SS 컬렉션
39도에 육박하는 때이른 무더위로 끓어오르던 6월 23일 파리. 루이 비통 27 SS 남성복 컬렉션은 날씨라는 우연마저 완벽한 무대 장치로 흡수하며 베일을 벗었다. 쇼가 개최된 곳은 1936년에 설립된 역사적 공간이자 전 세계 청년들이 국경 없이 교류하는 화합의 상징인 ‘파리 국제 대학촌(Cité Internationale Universitaire de Paris)’.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는 이곳에 해변을 통째로 옮겨놓았다.
쇼장 내부 바닥은 고운 모래사장으로 채워졌고, 모델들의 머리 위로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요동치는 높이 8미터, 폭 37미터의 대형 인공 파도가 설치되어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쇼장 입구의 루이 비통 캠핑카는 서핑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켰고, 런웨이가 진행되는 동안 정교한 조명 연출은 한낮의 강렬한 태양빛에서 시작해 붉은 노을로 쇼장을 물들이며 실제 해변의 하루를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토마스 루셀(Thomas Roussel)이 지휘하는 퐁뇌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 위에 퍼렐 윌리엄스가 이끄는 가스펠 합창단 ‘보이스 오브 파이어(Voices of Fire)’의 라이브 공연이 더해지며 무대의 극적인 낭만은 정점에 달했다.
거대한 프랍이 예고한 대로, 퍼렐 윌리엄스가 선보인 이번 시즌의 정체성은 ‘서퍼 코드와 댄디 수트의 믹스매치’였다. 셔츠와 타이, 블레이저와 롱코트 등 포멀한 상의 아래 팜트리 패턴의 하와이안 쇼츠나 스포티한 보드 쇼츠를 더하는 과감한 믹스 매치 스타일링이 이어졌다. 더블 브레스트 슈트와 토글 단추가 달린 더플 코트는 서핑을 끝내고 해변으로 막 올라온 이들이 몸을 감싸는 비치 로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루즈한 실루엣으로 재단되었다. 보머 재킷의 밑단과 가슴에는 조개껍데기와 산호초 모티프의 비즈 자수가 촘촘하게 박혀 움직임에 따라 찬란하게 빛을 반사했다. 이번 쇼의 초대장으로 발송되었던 가죽 볼캡은 클래식 수트 등에 매치되어 스트리트의 힙한 터치를 더했다. 특히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햇빛과 소금기에 바래 탈색된 듯한 질감을 고도로 정제해 낸 ‘액시드 레인(Acid Rain)’ 빈티지 데님 시리즈였다. 패치가 거칠게 뜯겨 나간 흔적을 재현한 데님 재킷, 전 세계 서핑 스팟의 기념품 라벨, 그래픽 모티프, 메종의 역사적인 트렁크 스티커 등 무려 480개의 조각을 정교하게 이어 붙인 패치워크 재킷 등은 테크닉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루이 비통 모노그램 잠수복이었다. 네오프렌 기능성 소재에 모노그램을 새겨 넣은 바디수트는 실제 웻수트의 기능성을 충실히 구현한 옷이었다.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인 레더 굿즈와 액세서리 라인 역시 퍼렐 윌리엄스의 위트로 가득했다. 모델들은 가방 대신 시즈널 컬러의 모노그램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등장하거나, 메종 로고를 새긴 럭셔리 자전거를 어깨에 멘 채 등장해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시각화했다. 시그니처인 스피디(Speedy) 백은 내부에 메모리폼을 삽입해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한 텍스처로 진화했고, 가죽의 무게감을 덜어내 극도로 가볍고 질긴 실크 테크 모노그램 라인이 새롭게 도입되어 실용성을 끌어올렸다. 슈즈 라인에서는 플랫한 스케이트 슈즈 실루엣에 모노그램 캔버스와 오렌지·레드 등 선명한 엑조틱 레더를 더하는 한편, 모래 위를 성큼성큼 걸을 수 있도록 고안된 투박한 어그 스타일의 셰어링 부츠가 대거 등장해 서핑 무드를 더했다. 메탈릭 홀로그램, 블루 벨벳, 위트 있는 일러스트 등으로 다채롭게 변주되어 트롤리에 실려 나온 클래식 트렁크 아카이브 역시 즐거운 볼거리였다.
놀라운 것은 이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연출 뒤에 하우스의 철저한 환경적 책임감이 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거대한 인공 파도와 폭포에 사용된 엄청난 양의 물은 파리 시청(Eaux de Paris)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재순환 시스템으로 가동되었으며, 쇼가 끝난 후 전량 파리 하수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반환되었다. 런웨이를 가득 채웠던 막대한 양의 실제 모래 또한 일회성 소모에 그치지 않고, 쇼가 끝난 후 파리 국제 대학촌 내의 비치발리볼 경기장 조성을 위해 전량 기부될 예정이다.
퍼렐 윌리엄스가 직접 참여한 앙젤리크 키조(Angélique Kidjo)의 곡 ‘반도(Bando)’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더 스케이트 슈즈에 모노그램 힙색을 메고 등장한 그의 피날레는 당당했다. 평소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의 진짜 힘은 브랜드가 고객의 실제 라이프스타일과 완벽하게 융합하는 방식에 있다’라는 주장해온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 컬렉션은 브랜드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야말로 오늘날 럭셔리의 새로운 방향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 Courtesy of
-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