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뻐진 그 여름
여름. 아일릿 모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불꽃축제를 보러 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도, 이맘때 찾아보는 오싹한 공포영화도 모두 이 계절에 닿아 있다. 모카에게 이번 여름은 유난히 선명하게 남을 듯하다. ‘It’s Me’로 뜨거운 환호를 받았고, 잠시 멈춰 선 시간 동안 무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모카는 한 뼘 더 자랐다.


<W Korea> 여름이 찾아왔어요. 모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죠.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지는 여름 풍경이 있어요?
모카 어렸을 때 일본에서 본 불꽃축제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매년 할머니 집 근처에서 크게 축제가 열렸거든요. 예쁜 유카타를 챙겨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어요. 축제에 가면 거리를 따라 일본식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는데요. 저는 거기서 버터를 듬뿍 발라 구운 옥수수를 꼭 사 먹었어요.
평소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어요. 모카에게 두 분은 어떤 존재예요?
두 분은 제 완벽한 롤모델이에요. 정말로요. 하루하루를 얼마나 재밌고 활기차게 보내시는지 몰라요. 여행도 자주 다니시고, 두 분 다 취미 부자시거든요. 할머니는 손재주가 좋으셔서 점토로 예쁜 꽃을 만드시고, 할아버지는 테니스도 치고 악기도 다루세요. 빵집을 하시는데 집에 오면 또 요리하는 걸 좋아하셨고요. 할아버지 집에 가는 날이면 늘 일본식 교자를 같이 빚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만두피를 조물조물 접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많아요.
모카의 특기 중 하나가 ‘공포영화 보기’라고 들었어요. 마침 여름이기도 하니, 추천하고 싶은 오싹한 영화가 있어요?
저 무서운 거 정말 잘 봐요(웃음). 갑자기 놀래키는 장면도 전 오히려 재미있고요. 우선 <스마일>시리즈를 추천해요. 1편을 멤버들과 숙소에서 정말 몰입해서 봤거든요. 그래서 2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어요. <미스트>와 <미스미소우>라는 작품도 좋아해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라기보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슬픈 감정이 남는 작품들이에요. 참, 최근에도 쉬는 날 혼자 <군체>를 보러 갔네요. 역시 오싹해지는 영화죠. 리클라이너관, 정말 강추입니다(웃음).


최근 아일릿의 ‘It’s Me’ 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났죠. 아쉽게도 건강상 이유로 모든 무대에 함께하진 못했어요. 그러다 마침내 모카까지 합류한 완전체 무대를 보면서, 많은 K팝 팬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했어요. 무대에 서기 전, 어떤 마음이었어요?
열심히 준비한 곡인 만큼, 꼭 무대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만약 제가 포기하고 올라가지 않는다면, 분명 오래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또 비슷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저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무대를 마치고 팬분들이 남겨주신 글을 하나하나 읽는데,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했어요. 어찌됐든 제가 걱정을 끼친 거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밥 잘 챙겨 먹고 무리하지 마’ 같은 말을 해주신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정말 따뜻한 위로를 받았어요.
‘It’s Me’는 지금까지 아일릿의 타이틀곡 중 가장 강렬하고, 신나고, 속도감 넘치는 노래였어요. 이번 활동으로 ‘테크노 마법 소녀’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일단 비트가 굉장히 신나잖아요. 외국의 파티장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다 같이 뛰어놀고, 막 소리 지르고, 그런 분위기요. 이 신나는 느낌을 무대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멤버들이랑 우리 무대를 보는 분들이 진짜 같이 신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저희가 먼저 신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연습실에서 정말… 엄청 뛰었어요!(웃음) 말 그대로 힘들어질 때까지 다 같이 계속 펄쩍펄쩍 뛰면서 연습했어요.
모카 하면 늘 무대 위 표정 연기가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니잖아요. 개인적으로 ‘NOT CUTE ANYMORE’ 활동 당시, 아무것도 담지 않은 듯한 그 무심한 표정을 참 좋아해요. 가사에 나오듯 정말 “느슨한 해파리”로 변해버린 인간을 보는 듯했어요. 그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앗, 감사합니다(웃음). 주로 가사나 콘셉트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그걸 더 발전시키고 싶어서 혼자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모니터링도 여러 번 해요. 그런데 사실 음악이 시작되면 저도 모르게 ‘과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 더 많아요. ‘여기서 이런 눈빛을 보내야지’ 하고 계산하기보다는 ‘이 노래는 지금 이런 감정이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어 ‘Magnetic’ 때는 조금 엉뚱하고 발랄한 소녀를 떠올렸고, ‘빌려온 고양이’ 때는 마냥 귀여웠다가 점점 도도해지는 고양이, 어른이 된 고양이를 상상하면서 무대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일릿 하면 고양이를 떠올리죠. 정작 모카는 고양이와 강아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 같아요?
주변에서는 고양이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를 귀엽게 봐주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애교가 많은 성격은 아니거든요. 생각보다 현실적인 편이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런 사소한 성향들을 하나씩 따져보면, 강아지보다는 확실히 고양이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누군가 ‘모카는 어떤 사람 같아?’라고 물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반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요?
‘착하다’ 혹은 ‘차분하다’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니까요. 반대로 가끔 ‘사람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표현이 조금 서툴다 보니 관심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나 봐요… 아닌데!(웃음) 그럴 땐 마음이 아주 조금 움츠러들기도 해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가요? 친구로서든, 동료로서든 자연스럽게 끌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어요?
저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릴 때도 있지만, 저보다 성숙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아직은 스스로를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행동이나 말에 배려가 있는 분들을 보면 정말 멋지다고 느껴요. 자연스럽게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저희 멤버들이 딱 그래요. 정말 어른스럽거든요.

스스로 ‘나 참 단단해졌다’ 혹은 ‘이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하고 문득 느낀 순간이 있나요?
예전에는 정말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의견이 있어도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멤버들이라는 존재가 생기고 나서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래서 데뷔한 뒤에는 멤버들이랑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어요. 말을 꺼내는 게 처음에는 어렵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점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고요. 지금도 멤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해요. 아마 멤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제가 조금씩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올해도 어느덧 절반이 훌쩍 지났잖아요. 올해 모카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어요?
사실 잠시 활동을 중단하면서 느낀 건데요. 데뷔하고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무대도 하고, 투어도 다니고, 팬분들도 만나면서 정말 행복했는데, 그만큼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서 그 순간들을 충분히 느껴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활동을 잠시 쉬게 되고, 네 명의 멤버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아, 나는 무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데뷔할 수 있었다는 것의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됐어요. 요즘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흔히 아일릿을 ‘마법 소녀’라고 하잖아요. 만약 단 하루 동안 진짜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요?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이요! 연습생 시절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요? 그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욕심을 내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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