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의 첫 장면
지금 새롭게 출발선에 선 사람이 있다. 엔하이픈 희승에서 솔로 뮤지션 에반으로, 그렇게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새 장을 여는 중이다. 에반은 음악마다 하나의 ‘실’이 있고, 그 실로 연결되는 단단한 순간을 믿는다. 그리고 직접 쓰고 부른 데뷔 싱글 에 그가 붙잡은 첫 번째 실을 담았다.

<W Korea> 최근 인스타그램을 개설했죠. 몇 없는 게시물을 보다, 한강에서 끝내주는 하루를 보낸 사진들을 발견했습니다.
에반 하하. 어릴 때부터 한강을 좋아했어요. 연습생 때는 힐링이 필요할 때 갔다면, 지금은 그냥 마실 나가는 느낌이에요. 따릉이를 타거나, 편의점에서 혼밥을 하거나. 강가에 앉아 뭘 먹으면서 멍하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라면에 핫바, 삼각김밥. 실패 없는 조합이죠.
최근 가장 나답게 보낸 하루는 언제였어요?
대부분 일하면서 보내긴 했는데요. 워라밸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일과 삶을 너무 구분하면 마치 일이 삶의 적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둘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날을 좋아해요. 세션도 하고 연습도 하다가, 한강에 가서 영감을 충전하고 돌아오는 날 같은 거죠.
요즘은 ‘처음’인 게 부쩍 많은 날들일 듯해요.
네. 저 자신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아요. 그만큼 이뤄내야 할 숙제도 많고요. 그런데 그게 감사해요.
엔하이픈의 희승에서 솔로 뮤지션 에반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어요. 지금 설렘과 걱정 중 어느 쪽이 더 앞서나요?
둘 다 있어요.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요. 그런데 걱정은 최대한 오래 붙들고 있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기분이 상시 들긴 하지만요. 오히려 좋은 자극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시작에는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요. 그럼에도 에반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어요?
창작에 대한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제대로 깊이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 자극들이 제 주변에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과거에도 프로듀싱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라고 답한 적이 있죠.
맞아요. 지금은 그걸 하나씩 실현해가는 과정 같아요. 저도 몰랐던 제 취향이나 가능성을 여러 면에서 발견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 과정 자체가 좋은 자극이 돼요.
최근 새롭게 발견한 나의 의외의 모습이 있다면요?
제가 생각보다 몸이 약해요. 그런데 또 잡초예요(웃음). 아무리 굴리고 혹사시켜도 그걸 버텨내더라고요.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생각보다 제가 질기더라고요.

6월 22일, 데뷔 싱글 <Ride or Die>가 나와요. 두 개의 트랙이 수록됐는데, 우선 타이틀곡 ‘Ride or Die’의 감상부터 말하자면, 좀 놀랐어요. 장르가 록이라서요. 그간 에반의 알앤비 커버에 익숙했던 터라, 설마 록을 들고나올거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첫 세션 때 나온 곡이에요. 사실 그전까지는 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유튜브로 에이브릴 라빈과 라디오헤드 무대를 봤는데, 완전히 꽂힌 거죠. 어떻게 보면 욕심으로 만든 노래예요. 내가 잘하는 장르인지 따지기 전에, 그냥 너무 좋으니까 ‘일단 해보자’ 했던 거죠. 요즘은 화려하고 완벽하게 믹싱된 음악이 많잖아요. 저도 사실 그런 음악을 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밴드 음악은 뭐랄까 오가닉하고, 또 원초적이라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저한테 훅 다가온 순간이 있었어요.
‘Ride or Die’는 ‘끝까지 간다’는 뜻이잖아요. 꽤 화끈한 러브 송 제목이에요.
문장이 주는 메시지가 엄청 세죠. 그래서 꼭 써야겠다 싶었고요. 또 실제 제가 자주 해온 생각이기도 해요.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도 저를 응원해주는 팬분들을 보면서 ‘아, 내가 이분들은 끝까지 데리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한 게 출발점이거든요.

직접 작곡, 작사, 프로듀싱에 참여했어요. 사운드 톤앤매너는 어떻게 가져가고 싶었어요?
일단 훅 파트가 30분 만에 흥얼거리다 툭 나왔어요. 거기에 살을 붙여갔는데, 록 사운드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싶진 않더라고요. 록과 잘 어울리는 요소가 있다면 굳이 안 섞을 이유도 없다고 봤고요. 그래서 덥스텝 분위기도 살짝 섞었어요. 예를 들면 보컬을 잘게 잘라서 재배열하는 ‘보컬 차핑’같은 기법은 원래 록에선 거의 안 쓰이는데, 그런 요소도 담았어요. 사실 일렉 기타가 들어간다는 것 말고는 거의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그래서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이 꽤 당황했을 거예요. 다들 ‘여기에 이걸 섞어?’ 하는 표정이었거든요(웃음). 스피커 출력이 너무 높아서 장비에 빨간불이 뜰 때 ‘피크’ 찍는다고 하잖아요. 계속 피크를 찍는데도 저는 계속 더, 더, 더를 말하니까 결국 한마디하더라고요. “You crazy guy.”(웃음)
평소 고집이 세다 말했던 건, 사실이었던 것으로…(웃음).
평소에는 잘 숨기는데…(웃음).
또 다른 수록곡 ‘Overflow’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인디팝 장르예요. 굉장히 로파이한 사운드 위에 기타 리프가 유유히 흘러요.
감정적으로 좀 더 호소하는 곡이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쓴 곡이에요. 무수한 감정이 저를 둘러싸고 있는데 도무지 해결되지는 않던 때였어요. 그때 같이 작업하던 외국인 작사가가 ‘Overflow’라는 단어를 툭 던져주는 거예요. ‘넘쳐흐르다’라는 뜻인데, 그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벌스에서는 마치 희망이 없는 것처럼 시작하는데, 결국 훅에서는 ‘Here we go again’이 반복되면서 희망을 바라봐요. 결국 극복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얼핏 이지리스닝 곡처럼 들리지만, 사실 집중해서 들어보면 보컬적으로 아주 화려하게 풀어낸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Ride or Die’를 들을 땐 ‘에반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싶었다면, ‘Overflow’에서는 ‘에반이 잘하는 걸 보여줬다’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잘 들으셨네요. 제대로 귀담아들어주신 것 같아요. ‘Ride or Die’가 고음도 많고 쩌렁쩌렁 소리를 내지르니까 더 세게 느껴지지만, 사실 음역대로 따지면 ‘Overflow’가 훨씬 까다로워요. 실제로 불러보면 더 어렵고요.
약간 ‘꾸안꾸’ 같은 곡이죠.
맞아요. 듣는 사람은 ‘Underflow’ 상태인데, 부르는 사람은 ‘Overflow’가 되는 거죠(웃음).
보컬리스트로서의 에반은 이미 유명하죠. 개인적으로는 정확한 피치에서 오는 안정감과 진성, 가성을 오가는 매끄러운 전환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철저히 프로듀서의 시선에서 봤을 때, 보컬리스트 에반의 장점은 무엇이에요?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데…(웃음). 다른 것보다 그루브를 잘 읽어내는 걸 엄청 신경 써요. 뭔가 딱딱 끊어 부르는 건, 제 정신에서 좀 벗어나는 느낌이고요. 아마 어릴 때부터 알앤비를 많이 들은 영향일 거예요.

요즘은 ‘보는’ 음악의 시대기도 하잖아요. 이번 데뷔 싱글에서 비주얼적으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무드는 뭐였어요?
‘Overflow’가 얼터너티브이긴 해도 결국 록에 기반을 둔 음악이다 보니까, 그 장르가 가진 모멘텀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 그래도 오늘 재킷이 공개됐는데, 보실래요?
오, 완전 엑스 재팬의 히데 같은데요?
진짜 극찬입니다(웃음). 스키니한 핏의 스타일링도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사실 만화 <나나>에서도 영감을 받았어요. 약간 ‘<나나>를 실체화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요. 거기서 이것저것 변형을 더해가면서 만드는 중이에요.
음악을 만들 때 늘 ‘기준’이 되는 노래가 있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음악과 정반대여도, 어딘가 완성되고 완결된 음악이라 느껴져 창작의 기준이 되는 노래 말이에요.
더 위켄드의 ‘Scared To Live’요. 제가 세상에 전파하고 싶은 메시지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곡이에요. 살아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가사, 거기서 그냥 끝났어요. 그런데 그걸 또 너무 완벽하게 가창해버리잖아요. 항상 이 노래의 아우라, 감도를 기준으로 삼아요. 어떤 노래든 결국 하나의 ‘실’ 같은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내가 동감할 수 있게 만드는 힘도 그 실 하나에 있다고 봐요. 그 실에 내가 연결되지 못하면, 결국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듣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쉽게 안 흔들린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의미였어요?
앗, 그건 제가 멘탈이 실제로 엄청 강하다기보다는 일종의 자기 암시인데…(웃음).
혹시 스스로를 잘 속이는 타입?(웃음)
맞습니다(웃음). 스스로 부족한 면이 보이거나 불안해지면 혼자 자기 암시를 막 걸어요. ‘나 안 흔들리는데? 전혀 안 흔들려’ 하면서 억지로 안심시키는 거죠.
질투가 나는 타인의 재능이 있어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은 대개 어렸을 때부터 관심과 재능을 쭉 인정받고 자란 경우더라고요. 저는 무대에서 자주 떠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전혀 안 떨어요. 물론 긴장하고 떤다는 건,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의, 몸의 표현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걸 싹 내려놓고 그냥 할 수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준비한 걸 긴장 없이 온전히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요. 저는 그걸 애써 감추거나 스스로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니까요.
만약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가장 놀랄만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원래 참을성이 진짜 없는 편이었어요. 이만큼 연습하면 바로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었어요. 지금은 참을성 있게 한 번 더 보는 편이에요. 춤 동작이든 노래든 한 번이라도 더 볼 기회가 있다면 멈춰 서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요. 그때 비하면 많이 달라졌죠.
어떻게 변할 수 있었다 생각해요?
제 자존심을 걸고 올라가는 무대니까요.

나와 닮았다고 느끼는 영화 속 인물이 있어요?
영화 <늑대아이>의 ‘아메’요. ‘아메’는 자신이 늑대라는 사실을 부정했지만, 어느 날 우연히 산에서 한 존재를 만나며 자연으로 뛰어가게 돼요. 자신의 존재를 더 깊이 깨닫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금의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변함없이, 혹은 새롭게 에반의 여정에 동행하기로 한 이들에게 지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끝까지 함께 가자고 다짐한 만큼, 앞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음악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우리가 5년 뒤 인터뷰로 다시 만난다고 가정해봐요. 그때 꼭 듣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요즘 어때요?’ 그때 망설임 없이 ‘아주 좋아요’라고 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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