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 기립박수가 터진 이유, 24 SS 발렌티노 오트 쿠튀르

명수진

Valentino 2024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발렌티노 2024 SS 오트 쿠튀르의 테마는 ‘르 살롱(LeSal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오트 쿠튀르를 제작하는 ‘신성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파리 1구 방돔 광장(Place Vendome)에 있는 부티크에서 컬렉션을 열었다.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딸 스토미 웹스터(Stormi Webster)를 데리고 온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등 스타들이 부티크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는 광경이 살롱 컬렉션을 열던 과거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부티크에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오페라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카펫이 깔린 나선형 계단을 통해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버건디 레드, 파우더 핑크, 애시드 핑크, 네온 오렌지, 세룰리안 블루, 에메랄드그린, 세이지, 머스터드, 탠저린 등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주얼 컬러가 대담한 형태와 볼륨, 실루엣, 커팅과 함께 펼쳐졌다. 깃털, 레이스, 러플, 플리츠, 자수, 아플리케 등 오트 쿠튀르 다운 정교한 디테일 또한 조화롭게 녹아들었다. 피엘파올리 피춀리는 패션의 정점인 오트 쿠튀르의 판타지를 공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버사이즈 재킷을 필두로 매니시한 셔츠, 더스터 코트, 팔라초 팬츠(palazzo pants), 랩스커트, 심지어 스포티한 아노락까지 선보였고, 이를 고전적인 고전적인 러플 드레스나 서클 스커트에 믹스 매치했다. 빅 사이즈 후드나 커다란 아웃포켓 디테일을 더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더하기도! 이너로 입은 슬립 드레스의 허리 부분이 살짝 삐져나오도록 크롭트 기장의 재킷과 로우 웨이스트 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링도 흥미로웠고, 공주님 같은 오간자 볼 드레스 사이 에이프런 드레스처럼 ‘힘 뺀’ 아이템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쿨했다. 클래식한 오페라 장갑 같은 액세서리와 대담하고 조형적인 골드 플레이트 이어링, 네크리스, 뱅글 등의 액세서리 매치도 조화로웠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소 심플하다면 심플할 수도 있었지만, 발렌티노 하우스에 소속된 장인들의 솜씨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를테면, 그린 컬러의 남성 코트는 악어가죽 효과를 내기 위해 페이턴트에 특허받은 직사각형 패치를 하나하나 접착하여 완성했다. 시폰 블라우스에는 오간자를 커팅 해서 깃털처럼 만든 기다란 조각을 섬세하게 심어두었고(그걸 하나하나 심는 과정을 상상해 보시라!), 은빛의 자수 캐미솔은 두 명이 장인이 달라붙어 시폰 러플을 더했다. 언뜻 심플해 보이는 에이프런 드레스조차 핸드메이드로 주름을 잡기 위해 무려 4명의 장인이 투입되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피코크 그린 실크 드레스는 로마 발렌티노 아틀리에에서 평생을 바친 81세의 장인 안토니에타 드 안젤리스(Antonietta de Angelis)가 손으로 만든 대작이다.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아틀리에 장인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개인적인 삶까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저 작업자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곧 패션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고 그들을 피날레 무대로 초대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장인들이 피날레에 등장하자 관객이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는데 특히 함박웃음을 짓고 크게 박수 치는 제니퍼 로페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엘파올로 피춀리까지 피날레를 마무리하고 살롱 내 백스테이지에서 ‘브라보!’라는 함석이 시끌벅적하게 들리며,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상
Courtesy of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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