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다른 옷, 24 FW 프라다 컬렉션

명수진

PRADA 2024 F/W 컬렉션

프라다 24 FW의 쇼 노트에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개조한다(Refashioning the present using the past as a tool)’라고 쓰여 있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역사는 특히 어려운 순간에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번 컬렉션은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 5년의 협업 동안 단 한 번도 탁월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프라다의 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세계적으로 어수선한 정치 상황과 전쟁의 참극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들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한 20년대부터 시작해 60년대까지 과거의 패션 스타일을 들여다보고 이를 해체하고 조립함으로써 프랑켄슈타인 같은 컬렉션을 창조했다. 테마는 ‘본능적인 로맨스(Instinctive Romance)’.

프라다 컬렉션의 베뉴인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는 바로 전 1월에 열린 맨즈 컬렉션과 동일한 세트 – 투명 유리 아래로 이끼, 돌, 시냇물과 같은 자연의 오브제를 배치하여 자연과 도시의 단절을 상징함 – 를 사용했다. 오프닝은 리본 장식을 주렁주렁 얹은 블랙 시프트 드레스가 열었다. 사랑스러운 리본 장식은 오직 앞면에만 장식되었고, 깃털로 뒤덮은 군용 모자를 매치해 이질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후에도 기묘함은 계속됐다. 앞은 엄격한 테일러링 슈트, 뒤는 사랑스러운 파스텔컬러의 실크 란제리인 ‘앞뒤가 다른 옷’들이 퍼레이드를 펼쳤다. 바지통을 2배 이상 확대해서 만든 것 같은 트위드 미디스커트도 뒤는 실크 란제리를 매치하고 허리에는 페플럼이나 리본 장식 따위를 장식했다. 이후 핑크, 머스터드, 그린, 블루, 바이올렛 등 사랑스러운 컬러 팔레트로 60년대 현모양처 스타일의 카디건과 미디스커트가 이어지며 군복 스타일 사이에서 묘한 풍자를 더했다. 이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영감의 근원으로 언급한 영화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가 오버랩되는 지점으로,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찍한 참상이 벌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 근처에서 이상하리만큼 평화롭게 지내는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드레스에 언밸런스하게 매치한 스포츠 고글이 긱(Geek)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짧은 스트랩으로 손목에 걸칠 수 있는 키링 스타일의 미니 백이 새로운 가방의 착용 방식을 보여줬다. 혹자는 이를 수갑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잘짜인 내러티브 사이에서 시크한 레더 바이커 재킷과 프라다를 상징하는 P13 로고(프라다 창립 연도인 1913을 의미함)의 바시티 재킷이 쇼퍼홀릭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피날레는 프라다의 아이코닉한 나일론 소재로 만든 밀리터리 파카 스타일의 칵테일 드레스와 오페라 코트로 장식해 개연성 있게 마무리했다.

영상
Courtesy of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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