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줄 영화 4편

우영현

마음 시릴 때 즉효약

아이 필 프리티

줄거리부터 기발한 냄새가 납니다. 통통한 외모가 불만인 르네의 소원은 예뻐지는 것. 간절함이 통했는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는데요. 재밌는 포인트는 운동을 하던 중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깨어난 르네의 눈에만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게 ‘자존감 뿜뿜’된 르네는 거침없습니다. 당당하고 멋진 태도로 커리어도 연애도 하나씩 이뤄가죠. 영화의 기승전결을 위해 마법 같은 착각은 풀리지만 르네는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가 가장 매력적인 무기임을 깨닫습니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오래된 메시지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 수작. 자존감 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두 번 세 번씩 복용, 아니 보세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마약중독을 겪은 버스킹 뮤지션 제임스는 작은 희망도 꿈꾸지 못하는 삶에서 제자리걸음인데요. 상처 입은 길고양이 밥의 운명적 선택을 받으면서 제임스는 두 번째 인생으로 발을 내딛고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얻기 시작해요. 영화는 소외되고 밀려난 두 존재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과정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고양이에게 어깨를 내어 주고 어디든 함께 다니는 버스킹 뮤지션과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 준 고양이의 뭉클한 사연은 실화를 토대로 했다고 해요. 훈훈한 소재와 이야기는 물론이고 고양이만 봐도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고되고 고단한 도시의 삶에 지치고 만 혜원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옛 친구들이 있는 그곳에서 사계절의 모든 순간을 감각하고 맛보며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채우는데요. 이야기 전개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여운은 두툼합니다. 힘주지 않고 부지런히 흘러가는 전원의 일상과 직접 키운 농작물로 능수능란하게 알찬 한 끼를 만들어 먹는 장면의 연속을 감상하다 보면 ‘힐링’이라는 단어의 맛이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느껴져요. 겨울에서 시작한 영화는 겨울로 끝을 맺습니다. 한 뼘 두 뼘 성장한 주인공에겐 같지만 다른 겨울이겠지요.

어거스트 러쉬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천재 소년 에반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다음의 대사가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합니다. “음악은 사랑을 만들고, 사랑은 음악을 만든다.” 고아로 자란 에반은 음악을 연주하면 부모님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나침반 삼아 음악 여정을 넓혀 가는데요. 우연과 우연을 거쳐 지휘를 맡게 된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기적처럼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 아버지, 첼리스트 어머니와 재회하게 됩니다. ‘감동 음악 영화’라는 소개에 충실하게 매력적인 음악과 공연 장면으로 충만하고요. 우연의 남발이 비현실적이지만 그 끝의 감동은 꽤나 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사진
퍼스트 런, 누리픽처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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