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엣 & 샹동의 축배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전여울

1743년 설립되어 거대한 함선처럼 성장한 샴페인 하우스, 모엣 & 샹동.

2023년 취임한 CEO 시빌 셰러(Sibylle Scherer)는 오랜 역사를 품은 메종에 합류하며 마주한 과제가 결코 ‘브랜드를 완전히 바꾸는 것’에 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 그리고 누구보다 미래를 먼저 당겨오는 일. 그녀가 지속하는 힘에 대해 말했다.

<W Korea> 최근 한국을 찾았다. 취임 후 첫 방한인가?
시빌 셰러
두 번째 방문이다. 한국을 찾을 때면 역동적인 에너지와 혁신성에 자연히 주목하게 된다. 요즘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져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전 세계 럭셔리 및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수준이지 않나. 특히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라는 인상이 있다. 이는 헤리티지와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우리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이번 방문으로 여러 파트너를 만나는 건 물론이고, 특히 한국의 미식 문화를 경험할 생각에 기대가 크다.

2023년 오랜 역사와 전통을 품은 메종에 합류했다. 새로운 역사를 열며 느낀 챌린지가 있었을 듯하다.
모엣 & 샹동 같은 메종에 합류했을 때의 과제는 브랜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본질을 존중하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는 데 있다. 2023년 취임 이후 메종의 과거와 미래를 자연스럽게 잇고, 특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결국 핵심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프렌치 엘레강스’라는 정체성을 선명히 하는 일이다. F1이나 골든글로브 같은 다양한 필드에서 흥미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과정 역시 그 일환이다. 메종의 ‘사부아 페어(Savoir-faire)’, 즉 장인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와인의 품질과 셀러가 품은 유산 역시 견고하게 지켜내고자 한다.

한국은 전통적인 와인 문화보다 스파클링 와인 소비가 빠르게 확대된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받은 인상적인 특징이 있다면?
열린 마음과 높은 안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샴페인이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과 몰입도는 상당하다고 느낀다. 미식 문화와 샴페인 카테고리가 긴밀하게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메종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품질은 물론 각 퀴베가 지닌 서사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그렇게 샴페인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까운 일본은 샴페인을 학구적으로 파고드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샴페인 문화를 다져온 일본에 비해, 한국 시장이 고유한 색깔을 구축하기 위해 찾아야 할 ‘마지막 퍼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본이 수십 년간 교육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숙한 샴페인 문화를 구축했다면, 한국은 역동적인 경제와 미식 문화에 힘입어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다. 이 추진력은 한국만의 차별화된 문화를 형성할 특별한 기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샴페인 교육을 꾸준히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특유의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시 한국의 역동적인 미식 문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메종이 지향하는 즐거움과 나눔의 가치는 지금 한국이 보여주는 에너지, 그리고 세계적인 영향력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느낀다.

이제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이를 위해 메종이 기울이고 있는 실천이 궁금하다. 나아가 샴페인 하우스의 이러한 움직임이 최종적으로 잔에 담긴 샴페인의 맛과 품질에 어떤 실질적 차이를 만드는지도 알고 싶다.
기후 변화는 지금 샴페인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포도의 완숙도와 산도, 당도 수치에 변화를 일으키며 포도 재배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포도밭의 구조부터 바꾸는 중이다. 포도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 산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병해에 강한 품종인 ‘볼티스’를 도입해 재배의 회복력을 높였다.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인 ‘나투라 노스트라’를 통해서는 지역 공동체와 협력해 2027년까지 총 100km에 달하는 생태 통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단절된 식생을 연결해 다양한 생물 종이 변화에 적응하며 번성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2,000여 종의 고대 포도 품종을 보유한 살아 있는 도서관 ‘에센시아’를 통해 과거에서 미래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단서도 찾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포도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며, 결과적으로 샴페인의 균형과 복합미, 정교함을 완성한다. 결국 이 모든 활동은 미래 세대 또한 최상의 샴페인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보존하는 일이다.

수많은 샴페인 하우스 중에서도 모엣 & 샹동이 유독 ‘축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본래 샴페인은 축하의 순간과 맞닿아 있지만, 우리는 ‘축하’를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 한다. 거창하고 화려한 이벤트뿐만 아니라, 즉흥적인 건배나 훗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저녁 식사 같은 작고 사적인 찰나 역시 모두 축하의 일부다. 메종이 ‘기쁨’이라는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안에는 감정이 있고, 나눔이 있으며, 무엇보다 축하는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우리의 철학처럼, 삶은 공유될 때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거대한 함선을 이끄는 여성 CEO로서, 지금 젊은 여성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리더십은 경청에서 시작된다. 리더는 결코 혼자 나아갈 수 없으며, 어떤 위치에서도 배움을 멈춰선 안 된다.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세우되, 변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유지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모엣 & 샹동에는 ‘15분 앞서가기’라는 표현이 있다. 메종의 선구적 리더였던 로베르 장 드 보귀에가 제시한 이 개념은 지금도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이는 변화를 예측하고 혁신할 용기를 갖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진하는 법을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일군 가치가 다음 세대까지 지속되도록 고민하는 것. 이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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