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재즈페스티벌, 우리는 지금 스윙하고 있어

권은경

초록 풍경 속에 울려 퍼지는 리듬이 공기와 온도마저 바꾸는 사흘.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이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힙’과 ‘합’을 보여줄 무대, 둠칫둠칫 내적 흥을 촉구하는 사운드, 여전히 건재한 재즈 레전드의 연주…. 즐기고 감탄하는 사이 공연을 마칠 총 61팀의 아티스트 중 이들이 있다.

5.22 FRIDAY

아투로 산도발 Arturo Sandoval

#헤드라이너 #트럼펫 #아프로-쿠반 재즈 #리빙 하바나

고막을 찌를 듯한 초고음으로, 탁월한 속주를 선보이는 트럼펫 연주자. 아투로 산도발은 분야와 상관 없이 현역 음악인을 통틀어도 손에 꼽는 역량을 가진 경우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하며, 장르로는 재즈, 클래식, 팝, 라틴을 넘나든다. 쿠바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부터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이라케레(Irakere)에서 활동하며 아프로-쿠반 재즈 장르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1990년 미국으로 망명했는데, 그때의 탈출기를 영화화한 작품이 앤디 가르시아가 주연을 맡은 <리빙 하바나>다. 1949년생이지만 여전히 무대에서 압도적으로 파워풀한 음악을 들려주는, 가히 인간문화재라 불러도 손색없는 인물. 올해 서재페에서는 새 앨범 <Sang>의 수록곡과 대표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자넬 모네 Janelle Monáe

#헤드라이너 #펑크 #아프로-퓨처리즘 #논 바이너리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문라이트> 등에 출연한 배우로도 잘 알려진 자넬 모네. 앨범 재킷 이미지나 뮤직비디오, 블랙 앤 화이트 턱시도라는 시그너처 스타일을 통해 비주얼적으로도 자기 세계를 독창적으로 구축해 온 아티스트다. 음악적으로는 프린스를 계승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감각적인 펑크(Funk)를 기반으로 한 R&B·팝을 펼쳐왔다. 여기에 흑인 문화를 SF 서사로 풀어내는 ‘아프로-퓨처리즘’ 콘셉트를 더했는데, 정규 앨범 <The ArchAndroid>(2010)와 <The Electric Lady>(2013)에서는 스스로에게 ‘신디 메이웨더’라는 안드로이드 페르소나를 입힌 바 있다. ‘Tightrope’와 ‘Q.U.E.E.N.’이 이 시기의 히트 곡이다. <Dirty Computer>(2018)부터는 안드로이드의 가면을 벗고 자기 자신을 더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와 인권, ‘논 바이너리’라는 성 정체성과 젠더 갈등 이슈 등이 그 이야깃거리로, ‘Make Me Feel’, ‘Float’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레저 Leisure

#휴식 #감각적 #이지 리스닝

베테랑 프로듀서들이 모여 밴드를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레저다. 성향은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뉴질랜드의 프로듀서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였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 방정식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본인들이 즐기기 위해 만든 팀에 가깝다고 할까. 그 순수한 즐거움은 감상자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누-디스코, 애시드 재즈, 빈티지 소울 등에 기반을 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음악. 그런 점에서 ‘여가’라는 팀 명은 그들이 가진 음악적 목표 의식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해변에 늘어선 야자수 밑에 누워 듣고 싶은, 혹은 해안가를 달리며 차에서 틀어놓고 싶은 그들의 음악은 5월 올림픽공원의 푸른 잔디마당과도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제네비브 Jenevieve

#R&B #레트로 #라이징 스타

마이애미 출신의 1998년생 뮤지션이 몽환적이고 레트로한 감성을 담은 음악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제네비브는 1990년대 슬로우 잼, 네오 소울, 뉴 잭 스윙 장르를 이 시대의 베드룸 팝, 드림 팝과 결합해 복고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듯 한 빈티지한 질감의 뮤직비디오 역시 제네비브가 그려온 로파이(Lo-Fi)한 음악적 방향성을 드러낸다. 그런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악이 데뷔 앨범 <Division>(2021)의 수록곡 ‘Baby Powder’일 것이다. 일본의 시티 팝 아티스트 안리(Anri)의 ‘Last Summer Whisper’를 샘플링해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올해 서재페는 제네비브의 첫 내한 무대이자 라이브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오리지널 러브 & 까데호 Original Love & Cadejo

#협업 #잼 밴드 #시티 팝

예상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기대되는 합작. 일본의 전설과 한국의 탁월한 밴드가 만났다. 198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오리지널 러브는 록, 재즈, 소울, 보사노바,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까데호 역시 재즈, 록, 펑크 등 폭넓은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남도 소리꾼과 함께한 앨범 <Namdo Calling>으로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두 밴드는 2년 전 제주도의 한 페스티벌에서 출연자로 처음 만났고, 그 인연을 이번 협업으로 이었다. 서재페를 앞두고는 네 곡을 수록한 EP <From A South Island>를 발표했다. 로킹한 에너지와 펑키한 그루브가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줄 흥미로운 협업이다.

트롬본 쇼티 & 올리언스 애비뉴 Trombone Shorty & Orleans Avenue

#뉴올리언스 #트롬본 #슈파펑크록

재즈와 펑크(Funk), 록, 힙합, 팝을 한데 모아 독보적인 음악을 선사하는 트롬본 쇼티는 시작부터 달랐다. 뉴올리언스 출신인 그는 네 살 때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자신보다 큰 트롬본을 연주하며 주목받았다. 여섯 살에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밴드를 이끌었을 정도다. 재즈 레이블인 블루노트와 버브 레코드에서 앨범을 발표했으며, 그 중 2010년에 발표한 <Backatown>은 빌보드 ‘컨템퍼러리 재즈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러 앨범과 공연에서 그는 장르적 경계가 없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이러한 음악을 스스로 슈파 펑크록(Supafunkrock)이라 칭하는데, 이 사운드를 실현해주는 것이 바로 그의 밴드인 올리언스 애비뉴다. 서재페는 트롬본 쇼티와 올리언스 애비뉴가 함께하는 슈파펑크록의 정수를 만나는 자리다.

5.23 SATURDAY

존 바티스트 Jon Batiste

#헤드라이너 #그래미 #소셜 뮤직

이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는 2020년대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인공 중 하나다. 2022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다 후보인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더니, 5개를 수상하며 그해 최다 수상자가 되었다. 본상인 ‘올해의 앨범’ 부문까지 포함해서! 그 놀라운 성취의 배경에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OST,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한데 모은 앨범 <We Are> 같은 드넓은 음악 세계가 자리한다. 뉴올리언스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을 체득하며 성장했다는 배경에서도 그의 음악적 자양분을 확인할 수 있다. 존 바티스트는 음악 장르나 스타일보다는 ‘소셜 뮤직’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음악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로 묶어낸다’는 의미다. 재즈라는 장르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 바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잘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FKJ French Kiwi Juice

#헤드라이너 #프렌치 하우스 #루프 스테이션 #감성

흔히 ‘일렉트로니카’ 분야로 분류되곤 하지만, FKJ의 음악은 장르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프렌치 하우스를 기반으로 재즈, R&B, 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조화롭게 포갠다. 직접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루프 스테이션으로 소리의 레이어를 더해 하나의 곡으로 완성하는 이 ‘원맨 밴드’의 퍼포먼스는 경이롭다. 샘플링을 활용해 사운드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해내기도 한다. 다른 악기를 모두 덜어내고 피아노만으로 연주하는 순간도 있다. 그런 단출한 구성에서도 그가 곡의 구성을 짜고 곡을 점차 빌드업해가는 모습을 보면 음악 설계자로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칠(Chill)하면서도 매끄러운 분위기와 감성. FKJ 홀로 쌓아가는 소리와 구성을 눈앞에서 확인하면서, 그 근간에 흐르는 감성적인 무드를 만끽할 기회다.

엔지 Enji

#몽골 #유럽 #재즈 보컬

‘몽골 출신의 재즈 보컬’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유럽에서 활동 중’이라는 말이 더해지면 그 신비로움은 배가된다. 민속 노래를 부르던 엔지는 재즈에 빠져들었고, 뮌헨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지금은 유럽에서 주목받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각 나라 고유의 전통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유럽 음악 신에서 그녀가 몽골 출신이라는 사실은 강점이 됐을 것이다. <Ulaan>(2023)과 <Sonor>(2025)는 유럽 재즈 사운드에 몽골인 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입힌 걸작이었다. 엔지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몽골어로 노래하지만, 노래에 담긴 감성만은 오롯이 전달된다. 때때로 감정은 의미보다 뚜렷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태용, 해찬 Taeyong, Haechan

#NCT #스페셜 무대

NCT 멤버 태용과 해찬이 서재페 무대에 오른다니, KSPO 돔이 얼마나 뜨겁게 달아오를까? 다수의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꾸준히 음악적 역량을 보여준 태용은 날카로운 랩과 부드러운 싱잉 랩을 겸비했다. 두 장의 EP, 앤더슨 팩과 함께한 싱글 ‘Rock Solid’ 등에서도 카리스마 가득한 음악성을 드러낸 바 있다. 해찬은 개성 뚜렷한 매혹적인 음색과 감각적인 리듬감을 지닌 보컬이다. 작년에 낸 솔로 앨범 <TASTE>를 통해 R&B 장르가 지닌 다양한 면모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태용과 해찬은 이번 서재페 무대에서 각각 개별 공연을 하며 자신들의 솔로곡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스페셜한 곡도 예정되어 있다.

백예린 Yerin Baek

#더 발룬티어스 #이름이 곧 장르

R&B와 팝을 넘나드는 솔로 커리어, 록을 기반으로 한 밴드 더 발룬티어스 활동까지, 백예린의 음악은 특정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기존 음악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저버리지 않는다. 이는 낯선 스타일을 선보일 때도 늘 백예린이라는 아티스트가 강한 구심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5년에 발표한 새 앨범 <Flash And Core>에서는 힙합 프로듀서 피제이와 합작했고, 드럼 앤 베이스 사운드를 가미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Mirror’라든지 김아일(Qim Isle)이 피처링한 ‘No Man’s Land’는 이전과 다른 파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백예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곡들이기도 하다. 이제는 백예린을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자체로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코리 헨리 & 더 펑크 어파슬스 Cory Henry & the Funk Apostles

#오르간 #펑크 #가스펠

코리 헨리는 두 살 때부터 오르간을 연주할 줄 알고, 여섯 살엔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서 공연을 펼친 ‘신동 중의 신동’이었다. 그는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를 하며 가스펠과 재즈, 다양한 흑인 음악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융합해 독보적인 ‘코리 헨리표’ 음악을 완성해냈다. 2010년대에는 슈퍼 밴드 스나키 퍼피(Snarky Puppy)의 멤버로서 탁월한 그루브와 즉흥 연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8년부터 밴드에서 나와 솔로 활동에 집중했는데, 그가 이끄는 그룹인 더 펑크 어파슬스는 그의 음악적 지향을 정말 뚜렷하게 드러낸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한다. 이매진 드래곤스, 재즈민 설리번 등의 작업물에 참여했고, 구 칸예 웨스트, 현 Ye의 ‘24’라는 곡에도 참여했다. 코리 헨리의 다재다능함은 연주의 모든 순간에 드러난다. 무대를 클럽으로 만들기도, 가스펠이 흐르는 성스러운 교회처럼 만들기도 한다.

5.24 SUNDAY

허비 행콕 Herbie Hancock

#헤드라이너 #재즈의 혁명가 #재즈 펑크

재즈의 역사가 전통과 혁신의 균형으로 이루어 졌다고 말할 때, 가장 적합한 사례가 바로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다. 그는 1960년대에 솔로로 데뷔했고,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꼽히는 ‘마일스 데이비스 2기 퀸텟’ 멤버로 재즈의 본류를 이끌었다. 이런 정통의 흐름에 있었던 시절이 있는가 하면, 혁신의 시기도 있었다. 그는 음악계의 가장 최신 기술과 악기를 재즈에 접목해왔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는 전기 피아노, 신시사이저를, 그 이후에는 컴퓨터, 보코더, 드럼머신과 샘플러, DJ 장비 등을 도입한 혁명가. 그가 록, 전자음악, 펑크(Funk) 요소를 재즈에 가져와 발표한 히트 곡이 ‘Chameleon’(1973)과 ‘Hang Up Your Hang Ups’(1975) 같은 재즈 펑크 명곡, ‘Rockit’(1983) 같은 일렉트로-펑크 곡이다. 이후에는 다양한 협업과 시도를 거듭하며 팝과 대중음악의 여러 명곡을 재즈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는 참신한 시도를 펼쳤다. 올해 서재페에서 그는 피아노와 키보드, 키타(Keytar)를 연주하며 펑키한 순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브 몬스터즈 앤 맨 Of Monsters and Men

#헤드라이너 #북유럽 감성 #포크 록 #혼성 보컬

아이슬란드는 자주 독창적인 아티스트를 배출해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창작 환경, 혹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인구 밀도 덕에 타인과 떨어져 깊이 탐구할 시간이 충분한 걸까? 오브 몬스터스 앤 맨은 우리에게 익숙한 북유럽이나 아이슬란드 음악 특유의 감성을 지녔으면서도 낯선 매력을 선사한다. 남녀 보컬 듀엣 뒤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악기의 활용은 전체적인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성향은 작년에 발표한 <All Is Love And Pain On The Mouse Parade>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거에는 포크 중심의 음악을 들려주었다면, 최근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한 모습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삽입곡으로도 친숙한 ‘Dirty Paws’, 히트를 친 ‘Little Talks’와 더불어 더 진화한 이 팀을 기대해도 좋다.

혁오 Hyukoh

#얼터너티브 #빈티지

한때는 이 밴드를 ‘나만 그 가치를 아는 밴드’ 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혁오는 21세기 한국 록 음악계의 중요한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혁오는 ‘위잉위잉’, ‘와리가리’, ‘Tomboy’로 이어지는 히트곡의 향연으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청춘의 냉소를 담아낸 가사, 앨범 아트워크 · 패션 · 뮤직비디오 등으로 보여준 비주얼적인 어필은 혁오를 종합적 예술 브랜드로 격상하게 만들었다. 2020년 <사랑으로> 이후 작업물 발표가 없었던 혁오는 2025년, 대만의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와의 합작 라이브 앨범 <AAA LIVE>를 발표하며 팬들의 갈증을 해갈했다. 이 합작은 혁오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스타 밴드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단계로 도약을 앞두고 있는 혁오를 만날 시간이다.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 Medeski Martin & Wood

#아방가르드 #펑크 #퓨전

건반 연주자 존 메데스키, 드러머 빌리 마틴, 베이시스트 크리스 우드로 이루어진 트리오다. 1991년 팀을 결성해 무려 35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밴드를 지속해왔다. 종종 ‘아방가르드’라는 표현을 붙여야 할 정도로 낯선 음악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렬한 펑크 그루브를 앞세운 덕에 대중적인 매력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음악에는 ‘아방-그루브’라는 묘한 수식을 붙이는 게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라이브 연주에서 훨씬 더 강렬하고 에너제틱한 즉흥 연주를 들려주는 만큼, 서재페에서 앨범 이상의 감흥을 선사할 밴드다. 재즈를 오랫동안 즐겨온 올드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무대가 될 것이고, 그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그루브를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애런! aron!

#재즈 팝 #맑눈광

젊은 시절의 바우터 하멜, 혹은 남자판 레이베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이렇게 비교는 했지만, 사실 애런!의 음악 앞에서 그러한 수식들은 희미해지고 만다. 나른하면서도 통통 튀는 노래를 하는 이 재즈 팝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그만의 감성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파리의 집시 재즈라든지 뉴올리언스 거리에서 울리던 딕시랜드 재즈처럼 산뜻한 경쾌 함이 넘치면서도, 다수를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적인 감성이 더 전면에 드러난다.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너무나 편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곤 하는 ‘맑눈광’의 젊은 뮤지션. 애런!이 연주하는 ‘Cozy You’는 올림픽 공원 수변무대를 그 어느 때보다도 ‘코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한로로 Hanroro

#청춘 #자몽살구클럽 #한국대중음악상

한로로가 지금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가장 뜨거운 뮤지션이라는 말은 부정하기 어렵다. 2022년 ‘입춘’으로 대중에 얼굴을 드러낸 이래, 한로로의 음악은 <자몽살구클럽>을 통해 고점을 맞은 인상이다. 청춘을 노래하고, 모던 록의 사운드를 담아낸 한로로의 음악은 30~40대에게는 젊은 시절과 그때의 음악을, 10~20대에게는 현재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일상의 소재에 메시지를 치환한 가사와 낭만을 담은 이야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다졌고, 난해하지 않은 사운드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까지 수상했다. 최근 가장 뜨겁게 떠오른 한국 뮤지션이 궁금하다면 한로로의 무대 앞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Herbie Hancock

시리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거장

1980년대에 세상을 강타한 이후 마르고 닳도록 우리 주변에서 들려온 허비 행콕의 ‘Rockit’. 올림픽공원에 그 일렉트로-펑크 곡이 울려 퍼진다면, 놀라는 감탄사와 반가운 함성이 얼마나 크게 번질까? 젊은 시절엔 마일스 데이비스의 퀸텟으로 성장한 연주가, 이후 재즈에 각종 전자음악 요소를 들여온 혁신가인 허비 행콕은 AI와 듀엣 작업을 할 미래를 반길 준비가 되어 있다. 경이로운 활동력을 보여주는 이 1940년생 거장을 줌 인터뷰로 만났다.

<W Korea>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서 인터뷰 중이신가요?
허비 행콕
아, 집이에요. LA입니다. 여긴 오후 6시네요.

댁이시군요. 한국 시각은 지금 오전 10시예요.
10시요? 아, 나한테는 너무 이른 시간이네요. 그래도 우리 둘 다 적당한 시간에 만나서 다행이에요.

2015년 서재페에 참여한 후 오랜만에 오시네요. 이번에 어떤 곡들로 공연하시나요?
새로운 세트리스트를 짜는 중인데요. 내가 예전에 녹음했지만 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은 곡, 다른 사람들이 쓴 곡 등이 섞여 있어요. ‘Watermelon Man’이나 ‘Rockit’ 같은 연주곡도 있고. 특히 ‘Rockit’은 꼭 부를 거예요. 오래전에 쓴 ‘Maiden Voyage’라는 곡은 아마 이번 밴드에 맞춰 새로운 편곡으로 녹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올해가 마일스 데이비스 탄생 10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와 함께 연주한 곡도 포함할까 싶고요.

<Head Hunters>(1973), <Future Shock>(1983), 조니 미첼 헌정 작품인 <River: The Joni Letters>(2007)를 비롯해 평생 정규 앨범만 40장 이상 내셨죠. 주로 공연과 교육 관련 일에 집중하시는 건 알지만, 혹시 앨범 작업은 안 하시나요?
앨범 작업은 딱히 하고 있지 않아요. 아, 방금 막 생각났는데, 내가 1980년대에 <Round Midnight>이라는 영화 작업에 참여했거든요. 그 영화를 위해 특별히 편곡한 버전으로 ‘Round Midnight’을 연주할 수도 있답니다.

공연 외에 당신이 요즘 몰두하는 생각이나 화두가 궁금해요. 당신은 여러 시대를 겪어온 사람이잖아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와 관련해 최근에는 어떤 관심사가 있으세요?
내가 관객들에게 전하기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인류는 하나의 가족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요. 우리 모두는 같은 종이죠. 한 가족이에요. 이제, 저는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를 사랑하느냐고. 그 모두를 좋아하느냐고. 그러면 객석에서는 늘 웃음이 터져 나와요. 나는 말하죠. “아하!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사랑은 하잖아요, 가족의 일부니까. 또 서로 도우려고 노력하잖아요.” 나는 우리가 모든 사람을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그러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요. 나는 말이죠, 전쟁에 지쳤고,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지긋지긋해요. 만약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들을 바라봐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일이 정말 생길지도 모르죠. 그 문제를 마주하려면 우리가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뭉쳐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AI라고 불리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들에게 윤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도와야 하는지 말이에요. 그런데 인간은 그 부분에 있어 최악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같은 종족끼리 서로 죽이며 살아왔으니까요. 이제는 그걸 멈춰야 합니다.

당신은 재즈 뮤지션이면서 수십 년 전부터 최신 기술과 기기를 음악에 활용한 장본인이에요. 이제는 AI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으실 법하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언급하시니 흥미롭네요.
요즘엔 누구나 AI 기기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잖아요? 대개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죠. 나도 아이폰을 씁니다. 그러니까 나에겐 ‘시리(Siri)’가 있어요. 원하는 만큼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지만, 나는 시리에게 늘 “그런 정보를 알려줘서 고마워” 같은 말을 합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웃어요. 나는 시리를 계속 그렇게 대하고 싶답니다. 왜냐하면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를 봤거든. 알죠? 그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AI가 나를, 또 우리 모두를 좋아해주기를 바라요. 우리 인류는 그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 말이에요.

음악적 예술성과 AI의 관계가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도 궁금합니다.
사실 나는 꽤 기대하고 있답니다. 내 키보드 연주 스타일을 아는 AI가 있다고 상상해보는 거죠. 내 스타일을 아는 어떤 아바타와 듀엣으로 연주하는 건 흥미로운 일일 거예요. 그게 어떤 느낌일지 전혀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두렵지 않고, 환영해요. 미래에 우리와 AI가 함께할 거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겠죠. 그런 이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겠죠. 나는 은퇴할 날을 고대하고 있지 않아요. 내가 아는 은퇴한 인물들은 거의 모두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게 진정한 은퇴지. 안 그런가요? 언젠가 내가 깨어나지 못할 때, 그게 은퇴하는 거죠.

여전히 음악 안에서 탐구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느끼시나요?
네, 탐구할 거리는 늘 많아요. 내가 하는 일은 내 자신의 삶,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그 순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말입니다. 내 연주는 밴드 멤버들의 연주에도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우리 밴드는 관객의 영향을 받죠. 무대 위에서 다섯 명이 연주하고 있다면, 관객이 밴드의 여섯 번째 멤버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어떤 순간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분인 셈입니다. 매 순간마다요. 그 모든 것이 다 중요합니다.

<허비 행콕: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당신이 다양한 젊은 뮤지션과 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특별히 관심 가거나 영감을 준 뮤지션이 있나요?
우리 밴드에 아주 젊은 드러머가 있어요. 이름은 제일런 페티노(Jaylen Petinaud). 지금 아마 스물다섯, 스물여섯 정도 됐을 거예요. 내 손자뻘 될 만큼 젊지만, 진짜 내 손자는 아니지. 아무튼 정말 놀랍고 파워풀한 드러머예요. 나는 가끔 UCL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어디 보자, 한 명… 둘, 셋… 넷… 어, 내가 맡은 학생이 여섯 명이네요. 그 친구들 정말 대단해요.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트럼펫, 색소폰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 친구들이 곡을 쓰고 편곡도 하고 연주하는 모습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아요. 학생들 외에 내가 즐겨 듣는 재즈 뮤지션들도 있어요. 카마시 워싱턴이나 로버트 글래스퍼 같은 친구들. 나는 그 두 사람과 그 밴드의 열렬한 팬입니다. 베이시스트인 에스페란사 스폴딩도 정말 대단하고, 드러머인 테리 린 캐링턴도 아주 훌륭한 연주자죠. 내가 좋아하는 젊은 뮤지션이 꽤 많아요.

젊은 세대의 음악을 두루 찾아 들으시는군요. 당신은 50여 년 전에 같이 활동한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해 아직도 언급하시죠. 그에게서 음악을 대하고 연주하는 태도를 배웠다고요. 분야를 떠나, 젊은 세대가 좋은 멘토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에겐 멘토가 있다는 점이 아주 중요했어요. 사실 나는 50년 넘게 불교 수행을 해왔습니다. 일본에서 온 불교를 말하는 거예요. 물론 불교의 기원은 인도지만. 나는 창가학회(Soka Gakkai)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고, 우리는 ‘남묘호렌게쿄(Nam Myoho Renge Kyo, 南無妙法蓮華經)’를 독경하며 명상 수행을 하죠. 내 수행 초기부터 멘토가 되어준 분이 계신데, 2년 반 전쯤 돌아가셨어요. 작가였고, 많은 책을 쓰신 분이죠. 그분의 인생관, 또 우리 단체를 약 172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킨 방식 등이 그 책들에 담겨 있답니다. 전 세계에 국가 수가 175개인가 176개 정도밖에 안 되니까 대단한 거죠. 어쨌든 나는 그 가르침을 공부합니다. 내게 많은 영감과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주죠.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 인생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과 나쁜 일 등 모든 것에서 격려를 얻는 법을 가르쳐줘요. 나는 과거에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답니다. 방황하고, 길을 잃고, 마약에 빠졌던 경험들…. 하지만 그것들로부터 많은 걸 배우기도 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죠. 남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단정하면서 ‘나는 절대 저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교훈을 얻은 덕에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어요. 독을 약으로 바꾼 셈입니다. 인생의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로 바꾼 하나의 예시죠.

‘타인을 돕는다, 다정하게 대한다’는 말씀과 맥락이 통하는 이야기네요. 저도 어릴 적에 <터미네이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오시기 전까지 남은 중요한 일정은 뭔가요?
오, 계획이요? 음. 사실 일주일 후쯤 여기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해요. 그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변경하려고요. 연주곡을 정하고 재편곡하는 작업 중이에요. 그중 일부를 서울에서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류희성(<재즈피플> 기자)
아트웍
허정은
사진
GETTYIMAGES KORE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