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웬즈데이

우영현

웬즈데이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가 피범벅이 된 채 오디션을 봤다고? 최고의 화제작 <웬즈데이>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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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11월 23일 공개 직후 4일간 3억 4,123만 누적 시청 시간을 달성했다. 넷플릭스의 일등공신 <기묘한 이야기 4>를 넘어서며 영어 TV 시리즈 최고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영어 부문에서 83개국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마땅히 <웬즈데이> 신드롬이 일었다. 여기저기서 앞다퉈 “Wednesday”에 대해 말하니 마치 매일이 수요일처럼 느껴진다.

제나 오르테가는 뉴질랜드에서 영화 <X>를 촬영하는 동안 웬즈데이 역이 걸린 온라인 오디션을 봤다. 영화는 비명과 유혈이 난무하는 슬래셔 장르였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오디션에 참석한 제나 오르테가는 피칠갑 분장 그대로였다. 이마에는 크게 베인 상처가 나 있었다. 아아악 비명을 자아내고도 남는 꼴이었지만 이를 본 팀 버튼 감독은 단박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합격 목걸이와 같은 함박웃음. <웬즈데이>에는 주인공이 비슷한 몰골을 한 장면이 나온다. 제나 오르테가가 분장을 지우지 않은 건 과연 우연이었을까?

<웬즈데이>는 1930년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연재한 찰스 아담스의 만화 ‘아담스 패밀리’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1964년부터 2년에 걸쳐 TV 드라마로 방송됐으며 1990년대에는 영화화되어 3편이 나왔다. 당시 감독으로 팀 버튼이 물망에 올랐다. <비틀쥬스>, <가위손>을 떠올리면 그때나 지금이나 팀 버튼 만한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감독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담스 패밀리’는 2010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웬즈데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연락처는 이에 관한 이스터 에그이다. ‘4195551938’에서 1938은 원작 드라마가 처음 연재를 시작한 년도이며, 419는 뮤지컬이 초연된 날을 뜻한다.

스핀오프 시리즈의 관례랄까. 전작의 출연 배우가 새로운 역할이나 카메오로 재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사례가 <웬즈데이>에도 발견된다. 기숙사 사감이자 식물학 교사인 마릴린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는 1991년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 출연했다. 당시 11살이었던 크리스티나 리치가 맡은 배역은 바로 웬즈데이. 쏘아보는 것 같은 눈빛과 싸늘한 표정을 하고선 꿈에도 엄습할 ‘반송장상’ 캐릭터를 비범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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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제작 비화가 있다. 신스틸러나 다름없는 웬즈데이의 손가락 비서 ‘씽’은 CG의 산물인 줄 알았으나 이를 손수 연기한 배우가 있다. 루마니아의 마술사 빅터 도로반투가 손연기를 했다. 공개된 촬영 비하인드 컷을 보면 그는 파란색 크로마키 수트 차림으로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착 붙은 채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실로 혼신의 손연기라 할 만하다.

앞으로 드라마 속 최고의 댄스 장면을 추릴 때 빠지지 않을 명장면이지 싶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파티에 마지못해 참석한 웬즈데이는 무언가에 홀린듯 기묘하고 괴이한 댄스를 펼친다. 너무 오묘해서 자꾸 보게 되는데, 제나 오르테가가 웬즈데이가 출 법한 춤을 상상하며 안무를 직접 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괴상하지만 납득이 가는 미친 춤사위이다.

<웬즈데이>의 열렬한 흥행 소식을 접한 루마니아 관광청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팀 버튼식 환상동화의 음산하면서 신비로운 세계는 루마니아에서 구현됐다. 주요 배경인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외부는 부스테니에 위치한 칸타쿠지노 궁전에서 촬영했다. 내부 장면의 로케이션으로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의 유서 깊은 고택과 식물원 등이 낙점됐다. 여담이지만, 루마니아는 드라큘라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웬즈데이는 라이벌 비앙카와 펜싱 대결을 벌인다. 마지막 득점을 둔 상황. 웬즈데이가 먼저 피 내는 쪽이 승리하는 룰을 제안한다. 비앙카는 물러서지 않고 이렇게 맞받아친다. “피도 흑백인지 보자.” 이 대사는 1964년 흑백으로 방영된 TV 드라마 <아담스 패밀리>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제나 오르테가는 인터뷰를 통해 웬즈데이가 라틴계 캐릭터임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웬즈데이는 가족 제단 이야기를 하면서 중남미의 전통 축제인 ‘망자의 날’을 언급한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우 라울 줄리아가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서 웬즈데이의 아버지인 고메즈 아담스를 연기했지만, 주인공 가족이 라틴계라는 사실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적은 없었다. <웬즈데이>에서 비로소 공식화된 것으로 제나 오르테가는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녀의 부모님은 멕시코와 푸에르토리고 혈통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웬즈데이는 네버모어 아카데이의 비밀 통로를 발견한 뒤 수수께끼를 푼다. 정답은 ‘손가락 튕기기 2회’. 웬즈데이가 보기 드문 미소를 짓고 손목을 쓱 돌린 뒤 손가락을 튕기자 비밀의 문이 열린다. 이때 원작 골수팬들의 입꼬리도 슬쩍 올라갔을 거다. 흑백 드라마에서 오프닝 테마송이 시작되면 딱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아담스 패밀리’ 세계관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사운드로 <어벤져스>의 타노스가 등장하기 이전, 가장 유명한 핑거 스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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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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