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ni 2022 F/W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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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니 2022 F/W 컬렉션.

지난 시즌, 관객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피지컬 쇼를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카 리쏘는 다시 한번 희망을 이야기했다. 무대와 객석을 딱히 구분짓지 않은 채 모델들은 어두운 숲속을 어슬렁 거리는 것처럼 등장했다. 관객들은 각자 원하는 자리에 서서 이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어쩐지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Wear After’를 테마로 한 컬렉션은 한 마디로 ‘해체와 재조합의 끝판왕’. 니트, 재킷, 드레스 등 모든 아이템이 엄청나게 낡고 헤졌는데 이를 수선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컬렉션을 탄생시킨 것! 울 재킷이나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잘라내서 모자를 만들어 쓰고, 헤링본 코트는 다 찢어져서 소매 부분은 거의 다 사라졌으며, 니트 셋업은 상의와 하의를 바꿔서 입었다. 제멋대로인 것처럼 스타일링을 하고 머리에는 리사이클 면류관처럼 생긴 헤드피스를 뒤집어 쓴 모델들은 동화 속 주인공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아나키스트 같기도 했다. 컬렉션에 담긴 철학은 흥미로웠으니 결과물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2022 F/W에도 백그라운드 뮤직은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데브 하인즈(Dev Hynes)가, 아트 디렉팅은 바박 라드보이(Babak Radboy)가 맡았다. 프란체스카 리쏘는 본인이 직접 27번째 모델로 등장해 아나키스트의 일원이 됐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사진
Courtesy of Mar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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