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꿈꾸는 패션의 중심에는 한 여인이 오롯이 존재한다. 바로 로맨틱하고 우아한 동시에 모던한 니나리치(Nina Ricci) 우먼. 지난 3월, 파리에서 펼쳐진 2017 F/W 니나리치 컬렉션을 진두지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욤 앙리 (Guillaume Henry)와 나눈 여자의, 여자를, 여자에 의한 이야기.
<W Korea> 이번 F/W 컬렉션을 성공리에 마친 것을 축하한다. 전반적으로 매우 우아한 가운데 모던함이 엿보였다. 쇼를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무엇인가?
기욤 앙리 고맙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쇼에서 중점을 둔 건 신선함, 자연스러움, 발랄함이다. 서부극이나 서커스처럼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를 가미했고, 우아함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쇼를 선보이고자 했다.
영감은 무엇인가? 당신이 평소 영감을 얻는 방식도 궁금하다.
영감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특히 컬렉션의 실마리를 주는 첫 번째 아이디어는 심사숙고 끝에 나오는 게 아니라 즉흥적인 열망을 통해 불현듯 튀어나온다. 그런 다음 주제와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 이어진다. 그 후엔 이 아이디어가 색채, 볼륨, 배합 등의 구성 요소들을 만나 끊임없이 변모하면서 컬렉션의 틀을 형성한다.
1932년에 설립된 전통 있는 패션 하우스인 니나리치의 아카이브와 당신의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조율하는가?
오늘날 모던한 여성들의 스타일은 매우 독창적이므로 아카이브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난 니나리치의 여성스러움과 신선함 같은 단어가 주는 느낌에 더 집중하고, 이것들을 현재의 맥락으로 끌어들이는 걸 선호한다. 즉, 니나리치를 예전의 메종 뒤 쿠튀르의 전통적 맥락보다는 ‘여성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S/S 시즌 쇼에선 보고타의 석양에서 영감을 받은 강렬한 퍼플 컬러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 F/W 쇼에선 톤온톤의 감미로운 컬러 팔레트가 인상적이었다. 매 시즌 당신이 집중하는 컬러의 선택 기준과 그 영감은 무엇인가?
색채에 대한 아이디어는 종종 방금 끝난 시즌이 반영된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이번 시즌 패션쇼의 파스텔 색조는 지난해 여름의 매우 강렬하고도 관능적인 색채에 대비를 주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현란한 색채로 물들인 무더운 여름 시즌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안정감, 은은함, 유쾌함을 주 는 부드러운 색상을 갈망하게 되었다.
레이스와 실크부터 코듀로이, 벨벳, 가죽과 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가 쇼에 등장했다. 소재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그 섬세한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에게 니나리치 우먼은 생동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이다. 모슬린 소재의 가벼움을 뛰어넘는 여성의 생동감은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가죽, 벨벳, 새틴의 이미지가 주는 질감의 강렬함과 화려함, 또는 관능미를 통해서도 표출된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여성스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니나리치는 쿠티(Kuti) 백을 통해 신선한 액세서리 라인을 개척해가고 있다. F/W 시즌엔 한층 더 흥미로운 백, 모던한 부츠와 소재가 믹스 매치된 뮬, 레트로 무드의 빅 버클 벨트 등을 만날 수 있었고 말이다. 액세서리 라인에 대한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액세서리는 컬렉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주요 요소로 패션 스토리의 근원이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가방이나 벨트 컬렉션에 대해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창작 과정 내내 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다.
당신의 모던한 터치를 통해 니나리치가 한층 더 동시대적 감각을 품게 되었다. 이번 쇼엔 스트링 장식을 활용한 스포티한 요소도 있었고, 또 깊게 파인 네크라인을 통해 레이어링한 브라렛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혹은 스커트에 과감한 컷아웃 효과를 더하는 등 센슈얼한 분위기까지 보여주었다. 이전의 여성스럽고 우아하기만 한 캐릭터에서 나아가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이 느껴졌달까. 당신이 추구하는 ‘니나리치 우먼’은 어떤 여성인가?
니나리치 우먼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런 것처럼 모순으로 가득하다. 상냥하면서도 제멋대로고, 매혹적이면서도 뾰로통하며, 우수에 어린 듯하면서도 생기 발랄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니나리치 우먼 본연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룩을 만들기 위해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이미지를 늘 상상한다.
오늘날, 패션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이 지켜가려고 하는 니나리치 하우스의 가치는 무엇인가? 반면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요소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떠들썩한 브랜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울림을 주는 브랜드였으면 한다. 아울러 소통을 통해 우리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일방적인 소통방식이 아닌 SNS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당신이 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컬렉션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각자가 하는 일 안에서 즐거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패션을 통해 보여주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 에디터
- 박연경
- PHOTOS
- COURTESY OF NINA RICCI, INDIGITAL, JASON LLOYD-EV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