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사람의 감각과 감성을 자극하지만, 그 전에 제 자리를 잘 찾는 게 중요하다. 어떤 향을 뿌리느냐 만큼 중요한, 어디에다 뿌리는가의 문제.
요즘 향수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고가의 니치 향수부터 룸 프레그런스, 패브릭 퍼퓸까지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죠. 일상의 디테일 한 순간에서, 구석구석 다채로운 향을 즐기는 문화가 넓어진 것 같아 반가운 현상이에요. 후각이란 것은 매우 감성적인 감각입니다. 화학적인 처치로 어떤 종류의 향을 풍기는 것이냐의 문제일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향을 즐기고, 또 기억에 남기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되니까요.
얼마 전 친구의 파우치에서 깜찍한 물건을 하나 발견했어요. 바로 샤넬 No.5 헤어 전용 향수! 사실 넘버 파이브는 이제 코카콜라만큼이나 유명해져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머리카락만을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사진 속 파우치의 주인인 트렌스젠더 친구는, 허리까지 늘어뜨린 긴 머리에 저 향수를 뿌리고, 머리카락에서 살랑살랑 향을 풍기며 남자를 유혹할 게 틀림 없어요.
향마다 어울리는 신체 부위가 따로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겨드랑이나 속살에서는 프레드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가 풍기는 게 어울린다면(매춘부의 살 냄새 모티브 라나요), 록시땅 핸드크림의 아로마틱한 향은 손끝에서 어른대면 적당할 것이며, 바비브라운 립글로스의 달달한 바닐라 향은 입술 위에서 코끝으로 올라올 때 치명적이죠. 이와 같이 향이란 제 위치를 잡아야 사람의 감성을 콕 찌르는 법!
이제 알코올 많은 오데코롱을 공중에 뿌려 온 몸으로 보슬비 맞듯 하는 식은 하지 맙시다. 고깃집에서 패브리즈 뿌리는 거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