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콘서트, 내한한 클래식 스타의 공연만큼 티케팅에 서둘러야 입장 가능한 그곳. 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의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어서 와, 처음이지
올해는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을 제법 만날 수 있다. 게다가 파격적인 작품들이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는 카카오M이 인수한 제작사 ‘쇼노트’의 뮤지컬 라인업. 최근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을 거둔 <제이미>는 10대 ‘드랙퀸’이 소재라, 과연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궁금하다. 한국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말과 사람의 우정을 다룬 <워홀스>, 1800년대 후반에 일어난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록 음악으로 공연을 채울 <리지>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쇼노트의 가장 큰 도전은 물론 <더 그레이트 코멧>일 것이다. 관객석이 무대 안에 들어가 있는, 브로드웨이 내에서도 파격적인 무대 구성으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음악마저 실험적이다. 오페라와 팝, 전자음악 등을 결합한 사운드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한 무대에 녹아든다. 오리지널의 강렬하고도 황홀한 무대가 재현될 수 있을지, 뮤지컬 팬이라면 단연 기대될 수밖에. 소설과 영화로도 인기를 얻은 <아메리칸 사이코>가 80년대 뉴욕에서 가장 핫한 신스팝, 뉴웨이브 등의 전자음악과 만난 뮤지컬도 한국에 온다. 오리지널 스코어도 있지만, 곳곳에 뉴 오더, 티어스 포 피어스 등 80년대의 밴드 음악도 섞여 있어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퀴어의 삶을 소재로 한 <펀 홈>도 라이선스 초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 만나는 클래식
뮤지컬 팬이 아니라도 제목은 들어봤을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웃는 남자>, <모차르트!>, <브로드웨이 42번가>, <킹키 부츠>, <서편제> 등이다. <모차르트!>와 <서편제>는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10년 동안 누군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거고, 누군가는 수를 헤아려야 할 정도로 반복 관람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공연된 작품들이라 안정적으로 운영되겠지만, 단순히 배우 캐스팅만 바뀌어 또 무대에 오르는 거라면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들은 더 밀도 있는 연출과 몇 년 전이 아닌 지금 시점에 맞는 호흡의 변화, 무대 구성의 발전은 물론, 필요하다면 스코어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오픈해 2월 23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보디가드>의 경우 3년 만의 재연인데, 초반부와 후반부 연출을 바꾸고 몇 무대는 흐름에 맞게 그 장치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손승연을 제외한 주연 배우가 모두 바뀌면서, 김선영과 해나라는 전혀 다른 매력의 두 배우가 가세해 성공적으로 공연 중이다. 인기 있는 작품들이 안전하게 스타급 라인업으로만 치장하고 돌아올지, 신선한 초연 뮤지컬에 밀리지 않고 다시 파워를 검증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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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럭(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