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뮤지컬,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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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 콘서트, 내한한 클래식 스타의 공연만큼 티케팅에 서둘러야 입장 가능한 그곳. 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의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2017년 토니 어워즈에서 공연된 '더 그레이트 코멧'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보디가드'.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보디가드'.

브로드웨이의 '아메리칸 사이코'.

어서 와, 처음이지

올해는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을 제법 만날 수 있다. 게다가 파격적인 작품들이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는 카카오M이 인수한 제작사 ‘쇼노트’의 뮤지컬 라인업. 최근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을 거둔 <제이미>는 10대 ‘드랙퀸’이 소재라, 과연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궁금하다. 한국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말과 사람의 우정을 다룬 <워홀스>, 1800년대 후반에 일어난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록 음악으로 공연을 채울 <리지>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쇼노트의 가장 큰 도전은 물론 <더 그레이트 코멧>일 것이다. 관객석이 무대 안에 들어가 있는, 브로드웨이 내에서도 파격적인 무대 구성으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음악마저 실험적이다. 오페라와 팝, 전자음악 등을 결합한 사운드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한 무대에 녹아든다. 오리지널의 강렬하고도 황홀한 무대가 재현될 수 있을지, 뮤지컬 팬이라면 단연 기대될 수밖에. 소설과 영화로도 인기를 얻은 <아메리칸 사이코>가 80년대 뉴욕에서 가장 핫한 신스팝, 뉴웨이브 등의 전자음악과 만난 뮤지컬도 한국에 온다. 오리지널 스코어도 있지만, 곳곳에 뉴 오더, 티어스 포 피어스 등 80년대의 밴드 음악도 섞여 있어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퀴어의 삶을 소재로 한 <펀 홈>도 라이선스 초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 만나는 클래식

뮤지컬 팬이 아니라도 제목은 들어봤을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웃는 남자>, <모차르트!>, <브로드웨이 42번가>, <킹키 부츠>, <서편제> 등이다. <모차르트!>와 <서편제>는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10년 동안 누군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거고, 누군가는 수를 헤아려야 할 정도로 반복 관람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공연된 작품들이라 안정적으로 운영되겠지만, 단순히 배우 캐스팅만 바뀌어 또 무대에 오르는 거라면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들은 더 밀도 있는 연출과 몇 년 전이 아닌 지금 시점에 맞는 호흡의 변화, 무대 구성의 발전은 물론, 필요하다면 스코어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오픈해 223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보디가드>의 경우 3년 만의 재연인데, 초반부와 후반부 연출을 바꾸고 몇 무대는 흐름에 맞게 그 장치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손승연을 제외한 주연 배우가 모두 바뀌면서, 김선영과 해나라는 전혀 다른 매력의 두 배우가 가세해 성공적으로 공연 중이다. 인기 있는 작품들이 안전하게 스타급 라인업으로만 치장하고 돌아올지, 신선한 초연 뮤지컬에 밀리지 않고 다시 파워를 검증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요즘이다.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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