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원작과 뭐가 다를까?

우영현

원작 못지않은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생물이 한국에 떨어지면?

Netflix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전 세계인들과 공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개 후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부문 글로벌 1위를 달성했죠. 영어 시리즈를 포함한 전체 차트에선 2위에 올랐다고 해요. 비평 사이트에서도 후한 평가를 기록 중인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와아키 히토시의 원작 만화 <기생수>의 기본 설정을 한국으로 확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뻗어 나갑니다. 1988년부터 7년 동안 연재된 <기생수>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 연상호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닌 “기생생물이 한국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 아래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들었다고 해요.

주인공이 완전히 다르다

Netflix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인공은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수인(전소니)’입니다. 괴한의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수인의 몸에 침투한 기생생물 ‘하이디’는 치명상을 치유하느라 뇌를 다 장악하지 못해 변종이 되고 말죠. 결국 하루에 15분 동안만 수인의 몸을 쓸 수밖에 없는 하이디와 수인은 기묘한 공생을 하게 됩니다. 하이디가 수인의 오른쪽 얼굴에서 긴 촉수로 튀어나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동안 수인의 의식은 사라집니다. 연상호 감독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이자 영화 <파이트 클럽>과 같은 설정”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관계성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만화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는 이어폰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묶어 기생생물이 뇌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습니다. 오른팔을 잠식한 기생생물 ‘미기(오른쪽이)’와 신이치의 공존, 공생이 시작되는데요.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지내면서 서로 교감하고 이해하며 깊은 유대 관계를 쌓고 함께 성장합니다. 그들의 티키타카가 재미 포인트이기도 했죠. 주인공들 간의 차별점은 또 있어요. 원작 만화에서 미기는 기생생물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신이치를 되살리는데요. 그 과정에서 미기의 세포가 몸 전체로 퍼져 신이치의 신체 능력이 강화됩니다. 이를 통해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볼 수 없는 주인공의 맨투맨 액션도 펼쳐집니다.

새로운 전개

Netflix

<기생수: 더 그레이>와 원작의 두드러지는 서사적 차이. 바로 기생생물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타이밍입니다. 단행본 10권 분량의 <기생수>는 신이치와 미기의 공생이 비밀스럽게 그려지고 인간 사회에 퍼져 있던 기생생물의 실체가 공론화되기까지 다양한 사건이 이어져요. 반면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첫 장면부터 기생생물의 존재가 군중들에게 노출됩니다. 때문에 기생생물 특수 전담반 ‘더 그레이’의 팀장 ‘준경(이정현)’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기생생물에 대한 조사가 빠르게 이뤄지고, 극 초반 등장하는 ‘더 그레이’ 팀의 존재가 설득력을 갖습니다.

조직과 개인 간의 이야기

Netflix

“모든 생명체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모두 무언가에 기대어 산다. 어쩌면 우리는 하나다”. 만화 <기생수>는 기생생물의 변종이 된 신이치가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기생생물 무리에 맞서 싸우는 서사 속에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난 뭘 위해 태어났는지.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 다른 의문이 솟아나”라는 대사처럼 존재론적 고찰을 제시해 작품성까지 챙겼죠. <기생수: 더 그레이>는 수인과 하이디라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캐릭터와 오리지널 스토리를 통해 조직과 개인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기생생물은 종교 단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동족을 찾아 세력 확장을 꾀하고, 이를 박멸하는 더 그레이 팀도 조직이며, 수인의 협력자인 ‘강우(구교환)’는 믿었던 조직에 버림을 당하죠. 연상호 감독은 신뢰와 배신이 난무하는 다양한 조직의 형태를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에게 숱한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 의지해 살겠다고 다짐하는 수인을 통해 희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원작과의 크로스오버

Netflix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의 세계관만 가져온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원작에 없는 캐릭터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는데요. 원작과 특별한 접점 없이 평행으로 뻗어 나가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소름 돋는 떡밥을 투척합니다. 원작 주인공인 이즈미 신이치(스다 마사키)가 더 그레이 팀과 만나는 장면인데요. 그는 기생생물 전문가인 르포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준경에게 악수를 청하죠. 이때 클로즈업된 오른손을 보며 원작 팬이라면 분명 내적 환호를 질렀을 거예요. 시즌2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연상호 감독은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이즈미 신이치가 중요한 역할로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니 시즌2 당장 진행시켜!

사진
넷플릭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