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은 꽃으로 작업해요

W

뉴욕 패션위크에서 만난 한국인 플로리스트 눈코(Nunko)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 19FW 크로맷 쇼에서 독특한 플라워 스타일링을 발견했다. 이를 맡은 한국인 플로리스트를 만났다.

크로맷 패션쇼를 위해 작업중인 플로럴 디자이너 눈코(Nunko)

2019 F/W 크로맷 쇼 피날레

피날레에 등장했을 때 반가웠어요. 한눈에 한국인임을 알아봤죠. 크로맷과 콜라보래이션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인인 네일 아티스트, 레이디 팬시 네일(Lady Fancy Nails) 자매가 연결고리였어요. 그들은 크로맷과 함께 일하고 있었죠. 크로맷은 패션계에서 외면 받아오던 외형, 가치관의 사람들과 작업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브랜드죠. 저는 일반적으로 ‘예쁘다’는 느낌의 꽃보다는 개성 있고 기이한, 보통의 꽃꽂이에서 외면 받는 식물을 활용하는 편이죠. 크로맷 디자이너에게 저의 작품을 선물했는데 그것이 연이 되었어요. 헤드 디자이너는 제 작품과 크로맷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표현이 같은 방향이라 생각했죠.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2019 F/W CHROMAT BACKSTAGE

꽃을 고르는 기준이 색다르네요. 본인 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꽃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 감정 그리고 개성을 표현하고 교감하고자 하는 플로럴 디자이너 황유경(Yuky Hwang), ‘눈코’에요. 현재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스케치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스케치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스케치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헤어 시안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헤어 시안

2019 F/W 크로맷 쇼를 위한 헤어 시안

눈코’의 의미가 뭔가요? 

꽃은 인간의 다양한 감각 중 ‘눈’이라는 시각과 ‘코’라는 후각을 통해 인간의 시지각을 자극하고 깨울 수 있는 강렬한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꽃을 사랑하는 저는 시각(Nun)과 후각(Ko)을 꽃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 브랜드 이름을 ‘눈코(Nunko)’라 지었어요.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매주 바꿔 진행하는 사무실 플라워 스타일링

꽃’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어린 시절, 운 좋게 하이닉스의 후원을 받아 3살 때부터 10년간 작업한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개인전을 연 적이 있어요. 당시 코스모스를 화면 가득 그린 작품이 기억에 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제가 ‘꽃으로 마음을 채우는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저의 작업은 순수미술보다는 상업적인 디자인으로 흘러갔죠.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중 우연히 일년 전부터 회사의 플라워 스타일링을 맡게 된 것이 플로럴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된 계기의 시작인 것 같아요.

크로맷 외에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을까요?

꽃과 그래픽 디자인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 H&M과의 프로젝트요.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로 다니는 회사의 고객인 H&M의 ‘Employee Brand Place of Possible’ 캠페인을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었어요. H&M이 직원들의 커뮤니티 형성과 발전을 위해 몇몇의 직원들을 선정해 그들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이벤트인데 이를 브랜딩했죠.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형상화하는 작업에 꽃을 포함시켰어요. 컨셉트는 ‘Realistic Dream’ 이었는데 분홍, 파랑, 초록, 보라, 노랑과 같은 밝은 색에 파티 컨셉트였던 글램 이미지를 골드로 더해 완성했죠. 마른 식물들을 골드로, 아스파라거스 풀은 분홍색으로 칠해 깃털을 형상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살렸어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기억해요.

눈코의 작업은 ‘커스터마이징 플라워 스타일링’이라고 표현했어요.

맞아요. 개개인의 스토리를 꽃으로 풀어내는 작업이죠. 현재까지도 매주 사무실과 숍에 정기적으로 꽃 작업을 하는데 그 때의 날씨, 계절, 무드, 사회적 분위기, 기념일 뿐 아니라 그 공간 속 사람들의 느낌, 생각, 사건과 흐름에 따라 꽃을 조합하고 제작해요. 마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처럼요. 상대방을 세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움직임과 특징을 포착한 후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고마운 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대신 그려주는 작업인 셈이죠. 같은 사람이 의뢰해도 매번 다르게 표현해주려 해요. 사람도 꽃도 숨쉬고 살아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그 조합 역시 변화하는 것이 맞다고 여겨요. 이것이 제가 꽃을 다루는 매력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래픽 디자인과 순수 미술, 그리고 아트 디렉팅 경력을 살려 ‘눈코’를 플라워 디자인 서비스에서 사람, 공간, 관계와 조직을 브랜딩하는 ‘플로럴 &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감각적 언어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이미지와 공간을 만들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각화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해요. 작년엔 패션쇼와 협업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뤄진 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기대가 되네요.

플로리스트 눈코(Nunko), Instagram @nunko

디지털 에디터
사공효은
사진
Courtesy of NUNKO, Miguel Paolo Yatco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