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유발자들

이채민

‘허리를 숙인 채 토사물을 시원하게 게워내고 있는 스케이트 소년’은 왜 토하고 있을까? ‘보밋키드(Vomit Kid)’의 디자이너 옥근남 (Okeh)에게 물었다.

2013년 선보인 보밋키드 오리지널.

양산형으로 처음 선보인 화이트 버전.

한정판으로 제작된 풀야광 버전.

이벤트성으로 선보인 라스타 버전.


5-11 W 1076 완성
<W korea>‘아트토이컬쳐 2018(줄여서 ATC2018)’에 참가했다. 어떤 계기로 참가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말해달라.
옥근남 사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지난번에는 ‘나는 이런 사람인데’ 내가 앞으로 보밋 키드라는 것을 만들 것이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출시된 보밋키드를 전시하고 판매도 했다. 준비한 물량이 전부 판매될 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시간이었다.

보밋키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처음에는 평면 작업에만 등장하는 나의 캐릭터를 아트토이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아트토이 아티스트 송필영 작가를 만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내가 보밋키드의 아버지라면 송필영 작가는 보밋키드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하는 말인데, 그는 아마도 천재가 아닐까 싶다.

왜 구토하는 모습인가? 보밋키드가 가진 의미 같은 것 이 있을까?
한때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보았을 때, 마치 나의 배설 같아 보였다. 그런 것들을 사람들 앞에 내놓을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을 없애지 못했다. 지금도 작가나 아티스트로 불릴 때면 어디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아트토이를 만들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토하는 포즈를 만들고 싶다’였다. 재미있지 않나? 그림을 그릴 때도 워낙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어릴 적 B급 스래셔(Thrasher) 무비나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만화를 좋아한 것도 연관이 있겠고.

사실 누군가 토하는 모습을 ‘굳이’ 사서 장식한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발매하는 족족 순식간에 품절되더라.
일단은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가 담긴 결과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보여준 나의 작업물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니까.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보밋키드를 보면 많이들 재미있어한다. 레진, 3D프린트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아트토이 신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소프트비닐 소재라는 점도 한몫한 것 같고.

처음엔 판매가 아니라 전시를 위해서 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양산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최초 송필영 작가와 제작한 오리지널 버전도 레진 베이스였다. 충격에 취약하고 다소 무거웠다. 100% 수작업으로 진행해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판매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보밋키드를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부담 없이 가볍게 접근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마이티 작스(Mighty Jaxx)라는 싱가포르 토이 브랜드와 협업하게 되었고, 국내에선 진행이 어려운 소프트비닐 베이스로 아트토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 4년이 걸렸다.

그래픽, 즉 평면적인 작업을 위주로 하다가 최근에는 피규어, 공간과 같은 입체적인 작업을 꽤 자주 선보이는 것 같다. 이 두 작업의 차이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역시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평면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똑같이 신경 써야 하니까. 그래도 다양한 방식으로 내 배설을 표현해보고 싶다.

작업 스타일을 보면, 보밋키드 외에 피규어로 만들면 인기 있을 작업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사실 보밋키드 이후에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제작한 킥킥이라는 양말 캐릭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애착이 커서 이 녀석을 송필영 작가와 피규어로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상품화해 판매까지 하기엔 그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도 다음 단계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계속해서 아트토이 이야길 했지만, 사실 옥근남 하면 국내 스트리트 신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디자이너다. B급 정서 그래픽을 주로 다루던 옥근남의 옷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브랜드나 협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패션에는 마음이 떠난 지 오래라 들어오는 제안도 대부분 외면했다. 하지만 아직도 존경하는 브랜드 파운더들, 디자이너들은 꾸준히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다시 옷에 접근해볼 생각이다. 예전보다 힘을 좀 빼고, 편하게 해보려고 한다.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온다면 물론 감사한 일이고.

어느새 2018년이 절반이 흘러갔다. 가장 아쉬웠던 점과 스스로 칭찬하고 싶었던 순간은?
시간에 대해선 항상 아쉽다. 올해부턴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자 했는데 그것이 부족해서 아쉽고, 어쩌다 보니 벌써 반이나 흘러간 것이 아쉽다. 살면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ATC2018’ 때 줄 서서 보밋 키드를 구매하고 내 사인을 받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조금 뿌듯했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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