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아니면 못 만나는 술 6

이채민

애주가들은 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어디론가 향한다. 그 한 잔 때문에.

세인트 버나두스 abt 12 by 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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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도원에서 양조하거나, 같은 방식으로 제조해서 보통 ‘수도원 맥주’라고도 불리는 벨지안 에일. 홍대의 누바(Nuba)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키며 온갖 진귀한 벨지안 에일을 들여오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세인트 버나두스(St. Bernardus) abt 12’는 누바를 대표하는 술. 벨기에 맥주 가운데 가장 도수가 높은 쿼드루펠(Quadrupel) 스타일로 화사하게 퍼지는 과일 향부터 커피, 초콜릿, 캐러멜 향이 감돌아 단 한 모금만으로 두세 종류의 와인과 맥주를 경험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시즌에 따라 최상의 벨지안 에일을 탭으로도 만날 수 있다는 게 누바의 가장 큰 매력. 지금은 세인트 버나두스 abt12와 ‘세인트 버나두스 크리스마스 에일’이 온 탭되어 있다.

브레이크 타임 by 헬카페 스피리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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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카페 스피리터스는 커피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보광동 헬카페의 동부 이촌동 지점이다. 차이점은 각종 주류를 판매하고 저녁 7시부터는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는 것. ‘브레이크 타임’은 가장 흔한 기호 식품인 커피와 술을 동시에, 제대로 즐길 만한 곳이 없다고 판단한 오너 바리스타와 오너 바텐더가 협업해 만든 이 집의 시그너처 메뉴다. 레시피는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재해석한 것. 보통 보드카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유럽에서 브랜디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드카 대신 칼바도스를 넣는다. 덕분에 커피 맛은 보다 더 깊고 부드러워지며, 어느새 늦은 밤 카페인에 대한 걱정은 잊은 채 잔을 비우게 된다.

진 & 토닉 인퓨전 by 마크스 다이닝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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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Mark’s)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담근 진’을 베이스로 한 시그너처 칵테일을 선보인다. 계절과 손님의 취향에 맞춰 재료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가장 추천하는 것은 ‘인퓨전 2. 진 & 토닉’.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구연산이 풍부한 히비스커스 차, 달큼한 건포도, 잡내를 없애고 향을 돋우는 생강이 어우러진 붉은 진에 시트러스 향이 강한 라임과 청량감을 위한 토닉을 넣어 완성한다. 추천 페어링 메뉴는 저온 숙성한 바비큐 폭립이다. 그 외에 사과, 계피, 구기자가 들어간 진, 엘더 플라워와 레몬 그라스의 조화가 매력적인 진, 커피와 사탕수수가 어우러진 진, 라벤더 향이 아로마테라피 효과까지 주는 진 등 다양한 인퓨전 진이 준비되어 있다.

나푸에 진 by 더그리핀바 JW메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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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스퀘어서울 11층 루프트 톱에 위치한 더그리핀바는 흥인지문의 야경을 전망 삼아 국가대표 타이틀을 가진 두 바텐더의 믹솔로지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막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핀란드의 진 ‘나푸에(Napue)’를 다루는 소수의 바 중 한 곳. 호밀을 베이스로 하는 나푸에는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생산되며 핀란드 청정 지역인 이소쿠로의 자작나무 잎, 산자나무, 크랜베리 등이 가미되어 이른 아침의 안개를 연상시키는 맛과 향이 특징이다. 더그리핀바는 나푸에를 허브와 크랜베리만 띄워 진토닉으로 즐기기를 권한다.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를 간접 체험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술은 없다.

덕 덕 구스 by 구스아일랜드 강남점, 종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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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온 구스아일랜드는 전 세계 특산품을 재료로 맥주를 개발하는 1세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2016년 시카고 밖으로는 최초로 서울 강남에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를 열었고, 최근 익선동에 좀 더 캐주얼한 구스아일랜드 펍을 론칭했다. ‘덕 덕 구스(Duck Duck Goose)’는 한국의 두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맥주로 강남점에서 양조된다. 열대 과일과 복숭아, 파인애플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가볍고 경쾌한 오스트레일리안 서머 에일. 식사 시작 전 입맛을 돋우거나 홉 향이 강한 IPA를 마신 뒤 체이서 역할을 하는 데 적절하다. 세계 3대 맥주 어워드 중 하나인 AIBA의 ‘베스트 브리티시 스타일 서머 에일’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말레짐 1979 by B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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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위치한 바 B28은 다른 바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스피릿 컬렉션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알마냑은 프랑스 아르마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통칭하는 말로, 프랑스 코냑 지방의 브랜디인 코냑 다음으로 인정받으며 최근 희소성에 집중하는 애주가에게 인기가 높다. 알마냑 ‘말레짐(Millesime) 1979’는 1979년 증류한 고숙성 브랜디인데, 당시 아르마뉴의 기후는 상반기에는 불안정하고 후반기에는 온화해져 질 좋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던 해로 기록되어 있다. 캐러멜 향이 식욕을 자극하고 달콤한 코코아 향과 나무 향이 어우러진 풍미가 특징. 평소 브랜디와 다크럼, 와인을 즐기는 이라면 틀림없이 반할 만한 술이다

프리랜서 에디터
신정원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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