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라면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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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역에서 이미 고수가 된 이들이 재미난 일을 벌였다. 두 번째 직업으로 인사를 건네는 패션 피플들이 그들의 공간으로 더블유를 초대했다.

CURMAS PUB 커머스 펍

커머스 모델 에이전시 대표 김성현

식사 전 간단한 애피타이저 음식과 함께 와인, 음료를 즐기는 이태리의 대표적인 식사 문화인 아페리티모에 꽂혀 이를 한국에 정착시키고 싶었다는 김성현이 펍을 오픈했다. 이름하여 커머스 펍. 그가 아페리티모를 좋아한 이유는 물론 와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그곳에 모인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다. 커머스 에이전시의 모델들이 모이는 아지트이자 촬영이 끝나면 스태프들이 함께 뒤풀이를 하는 곳. 축구 동호회 친구들, 가로수길의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두루두루 친구가 되는, 그런 문화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그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나 프로젝트가 탄생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모델이 가져야 하는 기본기는 물론 성실성과 겸손함까지 겸비한 모델들을 키우며 고집스럽게 운영한지 어느덧 10년. 펍을 운영하지만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지금도 해외 컬렉션에서 활동하고 철저한 식단 조절을 하는 그를 보며 단단하게 쌓아 올린 에이전시의 곧은 철학이 전해졌다. 그를 따라 혹독한 트레이닝 속에 모델의 길을 걷고 있는 서경덕, 최민홍, 민준기 역시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펍의 공기를 유쾌하게 채우고 있다. 게다가 직접 피자와 볶음밥, 육떡과 소시지 등을 근사하게 만드는 장기까지 겸비했으니 먹거리도 즐길거리도 풍성한 곳이다. 친교를 위해 만든 공간이라는 그의 말이 무엇 인지를 소속 모델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어 보기에 참 좋았다.

1. 펍 한쪽 벽면에 모델들의 멋진 포트폴리오가 걸려 있다.2. 직접 와인을 내려 마실 수 있는 셀프 와인 기계도 구비했다.

1. 펍 한쪽 벽면에 모델들의 멋진 포트폴리오가 걸려 있다.
2. 직접 와인을 내려 마실 수 있는 셀프 와인 기계도 구비했다.

3. 서핑 보드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드를 완성한 커머스 펍.4. 낮은 테이블과 캠핑 의자 덕분에 글랭핑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3. 서핑 보드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드를 완성한 커머스 펍.
4. 낮은 테이블과 캠핑 의자 덕분에 글랭핑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SUNSHINE CLEANING 선샤인 세탁소

스타일리스트 한종완, 전진오

듀오로 함께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팀, 팩토리 83의 한종완과 전진오는 세탁소를 차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주인 아저씨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고 기준 없이 제품을 다루는 기존 세탁소들의 제멋대로 방식에 피로가 쌓였고 이를 매번 대하기에는 세탁할 옷이 많고, 까다로운 데다가 고가의 제품이 많았기 때문. 원하는 대로 세탁을 잘해줄 곳을 찾아 헤매다보니 이럴 바엔 하나 차려서 제대로 세탁을 해보자는 결심에 이르렀고, 그러고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약 한 달만에 정식 오픈을 하게 되었 다. 세탁 과정을 전문으로 배운 스태프와 함께 가죽, 퍼, 패딩 등 다루기 힘든 소재를 전문적으로 세탁하는 것이 이 숍의 존재 이유며, 두 점 이상의 의류를 같은 드럼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 여기에 신속함은 기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거대한 세 탁 기계 앞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이 젊은 듀오의 이색 창업은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을 더 잘해내기 위한 노력임을 알 수 있었다. 햇살이 쨍한 기분 좋은 날을 떠오르게 하는 세탁소의 정겨운 이름이나 화려한 골드 샹들리에와 감각적인 세탁용품이 진열된 매장 안에서 데님 소재의 맞춤 작업복을 입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거침없이 뜻을 펼치는 두 남자의 추 진력이 사뭇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세탁 작업에 열중인 스태프. 오픈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 제법 많은 의류가 쌓여 있었다.2. 간결한 간판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매장 전경. 담백한 그들의 성격이 엿보인다.

1. 세탁 작업에 열중인 스태프. 오픈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 제법 많은 의류가 쌓여 있었다.
2. 간결한 간판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매장 전경. 담백한 그들의 성격이 엿보인다.

HALO CANDLE 알로 캔들

헤어 스타일리스트 황지희

고양이 엄마 황지희는 우연한 기회에 동물 임시 보호소에서 코카스패니얼 알로를 만났다. 만남과 동시에 가족으로 들이게 된 그녀는 동물 5마리와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다양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향초를 피우게 됐다. 그러다 동물들이 좋아하는 향을 찾아 피워주고 직접 만들기에 이르면서 점점 향초의 종류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다양한 향도 개발해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고. 때문에 브랜드의 이름은 주저 없이 동거동락하는 강아지의 이름인 알로. 잡냄새를 제거하고 동물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향인 ‘킁킁 향’을 비롯해 평소 좋아했던 파리 마레 지구에서 발견한 파우더 향, 런던의 작은 향수 숍에서 맡은 야생 풀잎 향 등이 알로 제품의 기반이 되었다고 전한다. 꽃향기 가득한 정원으로 온 듯 편안하고 달달한 향기로 구성된 알로의 제품은 천연 성분의 3가지 왁스를 블렌딩하고 퍼퓸 에센스를 더해 완성한다. 전 과정을 모두 직접 하는 만큼 시간과 제법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이 작업을 할 때만큼은 정신이 집중되고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향초를 대하는 진심과 자신감, 이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에게 향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은 열정이 전해졌다.

다 쓴 향초 병은 화분으로 활용한 황지희의 센스.

다 쓴 향초 병은 화분으로 활용한 황지희의 센스.

VOTRE 보트르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미영

향초를 좋아해 취미 삼아 직접 만들고 지인들에게 선물하던 것이 반응이 좋아 얼떨결에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는 오미영. 유난 떨며 홍보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담아 선물한 향초를 받은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알뜰한 단골이 된 보트르는 어느덧 선 물할 일이 있으면 떠올리게 되는 어엿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신사동에 자리한 매장에는 오렌지, 녹차, 무화과, 장미, 은방울 등 각종 과일과 꽃의 달콤하고 청량한 향이 가득하며 촬영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늘 숍을 지키며 직접 만든 향초에 대해 나지막이 설명해주는 그녀가 손님을 맞이한다. 또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특별한 날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새롭게 출시하 며, 향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 그녀는 수많은 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호불호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테 스트를 하며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근성 있는 그녀가 자신만의 향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방법이다. 좋아 하는 조합으로 만들어놓은 향초만 벌써 100가지나 된다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냄새를 맡아가는 작업이 메이크업만큼이나 재 미있어 자신도 신기하다며 웃는다. 반복되는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우울해지던 시점에 시작한 향초 사업이 그런 고민을 훌훌 털게 해주었다는 그녀는 얼굴을 만지는 섬세한 손길 그대로 향초를 완성해낸다.

1. 모던한 보트르의 디퓨저 케이스.2. 파리의 숍을 보는 듯 감각적인 매장 외관.

1. 모던한 보트르의 디퓨저 케이스.
2. 파리의 숍을 보는 듯 감각적인 매장 외관.

아니그래가주구

가르텐 모델 에이전시 대표 김장환

입버릇처럼 쓴다는 ‘아니 그래가지고~’에서 이름을 따온 위트 있는 김장한의 술집은 아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곳이다. 10개 남짓한 소박한 안주는 모두 엄마표 음식들로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맛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이곳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2층에 자리한 술집의 위치 역시 평범하지 않다. 평소 이곳을 지날 때마다 맘에 들어 혹시라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알려달라고 몇 년 전에 이야기를 던져놓았는데, 연락이 온 것. 그렇게 운명적으로 ‘아니그래가주구’가 탄생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받아 좋았다고 덧붙인 그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를 펼 틈이 없지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며 웃는다. 오로지 개인적인 호기심과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기에 에이전시 일과는 별개로 철저히 분리하여 일 한다는 그는 오전에는 에이전시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중이다. 경중이 어떠하든 누구나 막연하게 꿈을 꾸는데 그것을 현실로 뚝딱 실현해내고 이를 위해 밤낮으로 달리는 그를 보니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꿈을 꾸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며,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 전경.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 전경.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포토그래퍼
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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