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으로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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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욘드 뮤지엄’이 도시의 성역 같았던 옥상 문을 열었다. 그러곤 청량한 하늘과 따뜻한 차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뮤지엄 카페’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곧잘 옥상에 올라 마음을 다독인다. 하지만 도시에 살면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이라 할 수 있는 옥상에 오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도시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빌딩 옥상은 대부분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갤러리 ‘비욘드 뮤지엄’이 그 자물쇠를 끄르고,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구를 열었다. 그리곤 몇 개의 화분과 탁자 그리고 의자를 놓고는, 갤러리 이름을 따 ‘뮤지엄 카페’라 이름 지었다. 휘황찬란한 꾸밈새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곳엔 당장에라도 맞닿을 듯한 하늘이 있고, 햇빛과 바람이 주거니 받거니 머물다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프리미엄 티 브랜드인 ‘타바론’의 차가 준비되어 있다. 크랜베리, 오렌지, 체리 등이 한데 섞여 향과 맛이 새콤한 크림슨 펀치, 사과의 상큼한 향기를 가진 로열 캐머마일 등 어떤 것을 골라 입안에 머금어도 충분히 평온하고 달콤하다. 금세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겠지만, 곧 하늘을 가리지 않는 정도의 지붕이 생길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아래층에 세 들어 <인 비트윈>전을 열고 있는 다카시 구리바야시의 작품 중 하나인 포장마차가 나가고 나면, 그 자리에 난로도 들여놓을 계획이다. 무릎 위에 담요를 올리고, ‘museum.people’이라 또박또박 쓰여 있는 큰 컵을 양 손에 들고 호호 불어가며 차를 마시는 차가운 계절의 정취는 추위만큼이나 힘이 세지 않을까. 물론 1층과 2층에서 자리 잡은 전시를 둘러보지 않고 곧장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테라스 카페에 들렀다면 2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전시를즐길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입구로 내려가기보다는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며 전시를 즐길 것을 권한다. 10월 28일부터 11월 10일 사이라면 아모레퍼시픽이 주최하는 <설화 문화전>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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