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은 지금 패션 신과 결을 같이한다.
팬덤은 VIP 고객이 되었고, 음반은 컬렉션 아이템이 되었으며, 아티스트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음악과 패션의 관계, 그 리드미컬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써 내려간 뮤직&패션 다이어리.
걸 파워
R&B, 얼터너티브 팝, 케이팝 등 다채로운 음악 신을 통틀어 지금 가장 강력한 패션 레퍼런스는 다양한 장르에 포진한 여성 뮤지션들이다. 두아 리파와 찰리 xcx부터 에디슨 레이, 핑크팬서리스 같은 신예까지. 이들은 음악만큼이나 뚜렷한 스타일로 패션 신을 이끌고 있다. 마이크로 쇼츠와 과감한 미니스커트에 크롭트 톱을 매치하고, 살짝 흐트러진 태도를 겸비할 것. 틱톡을 중심으로 다시 떠오른 ‘Party Girl Revival’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이들의 스타일은 클린 걸과의 깔끔한 이별을 선언한다.
다크 나이트
EDM, 트랩, 하이퍼팝, 하드 테크노와 함께하는 강렬한 레이빙. 클럽 신을 넘어 스트리트 웨어 전반으로 확산된 레이브 룩의 인기는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핀터레스트 2026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밤중의 무도회 (Midnight Masquerade)’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으며, 이와 함께 다크 로맨틱 룩, 클럽 아웃 핏, 레이브 패션을 향한 관심 역시 큰 상승세를 보였다. 한 층 더 어둡고, 대담하고, 관능적인 레이브 룩을 위해 다채로운 올 블랙 룩을 제안한다.
미술관이 살아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걸어 나오는 살아 있는 작품들. ‘패션은 예술이다’라는 드레스 코드로 진행한 올해 멧 갈라의 중심에는 배우보다 더 영화 같은 연출을 선보인 뮤지션들이 존재했다. 10년 만에 참석한 비욘세부터 한스 벨머(Hans Bellm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를 착용한 카디비, 황금의 여인으로 변신한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모델들과 함께 입체적인 연출을 보여준 마돈나까지 그 면면도 화려하다. 블랙핑크 멤버들을 비롯해 K-뮤지션의 위상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오직 너만을 위한
단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유일무이한 커스텀 룩. 이제 무대 의상은 단순히 공연을 위한 준비물을 넘어 뮤지션과 브랜드 사이 긴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블랙핑크 월드 투어 ‘DEADLINE’에서는 글로벌 하우스 브랜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커스텀 룩이 무대에 재미를 더했고, 송지오는 이번 BTS의 컴백 쇼케이스를 위해 한국적 미감과 서사를 담은 의상을 제작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슈퍼 볼 LX 하프타임 쇼에서 배드 버니를 위한 올 화이트 룩을 디자인한 자라까지. 한 벌뿐인 커스텀 룩은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브랜드의 감성이 가장 선명하게 맞물리는 순간이다.
뉴 맨
남성 팝스타들의 옷장이 변했다. 2026 그래미 시상자로 등장한 해리 스타일스. 디올의 컬렉션 룩에 그린 컬러의 리본 플랫슈즈로 앙증맞은 포인트를 더한 그는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때 여성복의 영역으로 여겨 졌던 러플 디테일, 시스루 소재, 라인 잡힌 재킷들은 당당히 남성의 옷장 안으로 침투했다. 남성성에 대한 정의를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스타일 언어를 만들어가는 뮤지션들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위시리스트
생 로랑의 사운드트랙 바이닐, 루이 비통의 뮤직 트렁크, 에르메스의 헤드폰. 패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위시리스트를 공개한다. 나의 선택은 세상에 단 10대만 존재하는 생 로랑 리브 드와 X 뱅앤올룹슨 베오그램 4000c 턴테이블. 당신의 선택은?
N잡러
몸이 몇 개인지 의심되는 뮤지션들의 행보.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 예(Ye)의 브랜드이자 1인 레이블 YEEZY, 벌써 세 번째 컬렉션을 마무리한 에이셉 라키의 브랜드 AWGE,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골프 왕, 저스틴 비버의 SKYLRK. 힙합 신 뮤지션들의 앨범 활동보다 패션 활동이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기분 탓일까?
한여름 밤의 꿈
사막 위를 가르는 뜨거운 함성. 올해 그 함성의 가운데에 저스틴 비버가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맥북만으로 ‘비버첼라(Bieberchella)’가 된 현장. 무대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것은 그가 두 차례나 착용한 로에베 바비 핸들 부츠였다. 반면 사브리나 카펜터는 정반대 무드를 택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디자인한 디올의 커스텀 룩을 입고 나타난 그녀는 극강의 화려함으로 한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캐주얼한 로에베 부츠와 스팽글과 레이스 디테일이 뒤덮인 디올의 커스텀 피스. 이렇게만 들어도 얼마나 다른 무대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쇼쇼쇼
패션쇼와 공연장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뮤지션들이 런웨이 위에 등장하고, 직접 레코딩한 사운드트랙이 흐르며, 무대 한복판에는 거대한 악기들이 자리한다. 패션쇼 는 이제 옷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음악과 퍼포먼스를 함께 경험하는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ERD의 오프닝을 장식한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2026 F/W 쇼에서 존 레전드, 잭슨 왕, 에이셉 라키와의 협업 곡을 공개한 루이 비통, 마테오 가르시아(Matéo Garcia)의 대형 사운드 오브제를 쇼장에 세운 셀린느까지. 패션과 음악은 서로의 배경이 아닌 공통의 언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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