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의 에틀레티시즘, 하이 주얼리의 확장

김민지

빛과 구조, 그리고 움직임이 교차하는 순간, 주얼리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

불가리의 ‘에클레티카’ 컬렉션은 회화와 조각, 건축의 언어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감각을 결합하며 하이 주얼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한다.

옐로 골드에 루벨라이트, 핑크 투르말린, 아메시스트,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밀라노의 밤, 고전 건축의 실루엣을 드러낸 빌라 아르코나티의 파사드는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교한 장식과 비례를 유지한 채 서 있는 이 건축물은 그 자체로 완결된 미학이지만, 이날만큼은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공간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감각을 설계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관람객은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하나의 장면 속 인물이 된다. 이 무대 위의 주인공은 불가리의 2026 하이 주얼리 컬렉션 ‘에클레티카(Eclettica)’. 밀라노에서 공개된 이번 컬렉션은 160점 이상의 에클레티카 켈렉션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워치, 주얼리 백, 향수까지 망라하는 총 650여 점의 크리에이션으로 선보이며 브랜드의 창조적이고 방대한 스펙트럼을 집대성했다. 에클레티카 컬렉션은 서로 다른 시대와 미학을 결합하는 ‘에클레티시즘’을 기반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한 스타일의 절충이 아니라, 불가리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창조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컬렉션은 다양한 예술 언어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며, 주얼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한다. 행사가 열린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건출물과 정원을 갖춘 빌라 아르코나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사유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으로, ‘밀라노의 작은 베르사유’라 불린다. 이곳은 단순한 역사적 장소가 아니라, 시간과 예술이 중첩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과거의 건축적 유산과 동시대적 연출이 결합되며, 에클레티카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구현한다. 이날 현장에는 글로벌 앰배서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각적 밀도를 더했다. 앤 해서웨이, 두아 리파, 김지원 등이 등장한 순간, 쇼는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확장되었다. 셀럽들 존재 자체가 브랜드가 구현하는 현대적 이미지와 맞물리며, 공간과 인물, 오브제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앤 해서웨이의 사랑스러운 미소
무어 건축과 파사드의 장식적인 기하학, 시적인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에클레틱 엠브레이스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조형적 환영에 대한 탐구를 담은 세르 펜티 일루지오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이번 쇼는 관람의 개념을 넘어 경험을 코드로 설계되었다. 관람객은 입장과 동시에 빛으로 강조된 건축적 장엄함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며 칵테일 리셉션을 경험하고, 이어지는 디너를 통해 감각의 밀도를 점진적으로 높인다. 공간은 세 가지 예술언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살라 디 페톤테’에서는 프레스코화와 조명이 결합되며 회화적 장면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주얼리는 색채의 일부로 작용하며, 빛과 젬스톤이 상호작용하는 순간 시각적 깊이를 형성한다. 이어지는 ‘살라 델 파에사조(풍경의 방)’에서는 물성과 구조가 강조된다. 주얼리는 표면과 질감을 통해 조형적 긴장을 만들어내며, 오브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 ‘로코코 볼룸’에서는 반사와 리듬이 공간을 지배한다. 앤티크 거울은 빛을 증폭하고, 주얼리의 구조적 정교함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흐름은 회화, 조각, 건축이라는 세 가지 예술 언어를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연결하며, 관람객을 점진적이고 중층적인 몰입 상태로 이끈다.

불가리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Lucia Silvestri)
인콘트로 세그레토 하이 주얼리 링.
건축 디자인의 수직성과 리듬에서 영감 받은 에메랄드 스트라타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쇼의 하이라이트는 공간의 중심에 등장한 빛의 기둥에서 시작된다. 이 구조물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건축적 오브제이자 상징적 축으로 기능하며, 공간의 흐름을 재구성한다. 기둥 내부에서는 음악가들이 클래식 연주를 선보이고, 그 실루엣은 그림자로 투영되며 시간성을 시각화한다. 여기에 프란체스코 무라노의 맞춤 드레스를 착용한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주얼리는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디지털 아트 스튜디오 ‘fuse’와의 협업으로 구현된 프로젝션은 공간을 또 다른 층위로 확장한다. 벽면은 주얼리를 확대 해석한 색채의 풍경으로 변화하고, 실제 오브제와 이미지가 중첩되며 주얼리는 물질과 개념 사이를 오간다. 이 순간, 주얼리는 더 이상 착용의 대상이 아니라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강렬한 예술 작품으로 기능한다.

불가리 앰버서더로서 2026 하이 주얼리 이벤트에 참석한 배우 김지원.
포토월에 선 불가리 앰버서더 두아 리파.
BOLLATE, ITALY – MARCH 23: Priyanka Chopra attends the Bvlgari Eclettica High Jewelry And High-End Watches Event at Villa Arconati on March 23, 2026 in Bollate, Italy. (Photo by Daniele Venturelli/Getty Images for Bvlgari)

에클레티카 컬렉션의 중심에는 불가리가 정의하는 ‘아츠맨십(Artsmanship)’이 자리한다. 이는 예술적 직관과 장인 정신의 결합을 의미하며,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다. 이를 대표하는 피스 중 하나가 ‘세레스 스카프(Seres Scarf)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다. 패브릭처럼 흐르는 구조로 설계된 이 네크리스는 주얼리를 고정된 형태가 아닌 유연한 움직임의 매체로 확장한다. 사파이어와 에메랄드의 대비는 색채의 긴장을 형성하며, 착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연출한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는 하나의 젬스톤에서 출발한다. 중심에 놓인 파파라차 사파이어는 핑크와 오렌지가 교차하는 독특한 색감을 띠며, 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디자인은 하나의 회화적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와 함께 ‘세르펜티 인피니아(Serpenti Infinia)’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은 불가리의 아이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다이아몬드의 구조적 배열과 유기적 곡선은 빛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며, 조형적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피스들은 각각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에클레티카는 하이 주얼리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하나의 형식으로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통해 제시한다. 불가리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주얼리를 장식의 영역에서 분리하고, 예술과 구조, 개념이 결합된 하나의 매체로 재정의한다. 에클레티시즘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하며, 서로 다른 요소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결국 에클레티카가 제시하는 것은 명확하다. 주얼리는 더 이상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상호작용하고, 움직임 속에서 의미를 변화시키며, 감각과 개념을 동시에 전달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확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PHOTOS
GETTY IMAGES, DAVID AT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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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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