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흡수하고 싶어요.” 미야오 가원이 만난 봄날

김신, 권은경

숨어 있던 계절이 서서히 형채를 드러낸 순간. 미야오 가원이 만난 봄날.

회색 모헤어 재킷, 안에 입은 실크 스웨터, 꽃무늬 리넨 브리프, 빈티지 가죽 부츠는 Prada 제품.

<W Korea> 화보 촬영은 즐겼어요? 봄이 막 피어나려는 어느 산속에, 사람 홀리는 존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신비로운 모습이에요.
가원 이번 <더블유> 커버 촬영이 올해 미야오의 첫 단체 화보이기도 하고, 지난 활동과 새로운 활동 사이에서 컴백을 예고하는 느낌이라 더 특별하게 와닿았어요. 그래서인지 조금 비장한 태도로 임한 것 같아요(웃음). 촬영 현장과 분위기에서 저희가 준비한 작업과 공통적인 부분들을 느끼기도 해서, 확실히 미야오의 다음 단계를 보여줄 좋은 기회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촬영을 아이폰으로 한 거 또한 굉장히 새로웠어요!

그 신비로운 존재는 프라다 백을 든 채로 드넓은 산속을 자기 집처럼 활보했죠. 프라다 앰배서더로 사는 기분은 어떤가요?(웃음)
저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라, 어떤 일을 비현실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잦진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프라다 앰배서더라는 사실은 여전히 비현실적일 때가 있어요. 그만큼 꿈같아요. 데뷔하기 전부터 프라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 큰 감사를 느껴요. 무조건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어요.

꽃무늬 드레스, 미니 캐리 백, 캔버스 가죽 부츠는 Prada 제품.
하얀 캔버스 드레스, 캔버스 가죽 부츠는 Prada 제품.

작년에 <더블유>와 첫 화보를 찍을 때, 가원 씨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는 중이라고 해서 화들짝 놀랐거든요. 혹시 다 읽었어요?
제가 병렬 독서를 하는 편이라 시작하고서 끝을 보지 못하는 책이 꽤 있어요. 정말 아쉽게도 <죄와 벌>이 그런 책이 되었습니다….

활동하는 와중에 틈틈이 읽기엔 너무 어려운 책이긴 해요.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고요! 그 책을 읽을 완벽한 타이밍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느낌이 올 때 꼭 다시 펼쳐서 끝내고 <더블유>에 가장 먼저 소감을 알려드릴게요!

가원 씨가 말을 하거나 쓸 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펼치는 걸 보면 어릴 적부터 독서량이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동안 재밌게 본 책들이 있나요?
올해 들어와서 재밌게 읽은 책은 <구의 증명>이에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모순>… 그리고 제가 시집을 좋아하는데요, <사랑의 정의는 고양이>라는 시집도 정말 재밌게 잘 봤어요.

꽃무늬 드레스, 미니 캐리 백, 캔버스 가죽 부츠는 Prada 제품.
꽃무늬 드레스, 미니 캐리 백, 캔버스 가죽 부츠는 Prada 제품.

미야오 유튜브에서 가원 씨가 LP 쇼핑하는 걸 봤는데, 가원의 LP 컬렉션이 꽤 될 것 같더라고요. 빛과 소금 1집 LP를 갖고 있다는 점에 또 놀랐어요. 1990년엔가 데뷔한 밴드인데 그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LP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나요?
LP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조금 웃긴데요. 데뷔를 준비할 때, ‘EP’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는데 당시에는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 ‘LP’라는 단어도 자주 들렸어요. 비슷한 두 단어가 헷갈려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서야 알았죠. 그렇게 LP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소장한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빛과 소금 선배님은… 1980~90년대 한국 시티팝에 꽂혀서 찾아 듣다가 스포티파이 자동 추천으로 ‘샴푸의 요정’을 들었는데, 듣자마자 너무 제 취향이어서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했죠! 레코드 스토어에서도 그 앨범과의 인연이 이어졌고요.

요즘 가원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큰 덩어리의 이슈들이 궁금해요.
압도적으로 큰 덩어리는 ‘미야오 컴백’. 이 덩어리 안에는 저희의 새로운 음악, 안무, 의상, 그리고 관련된 모든 부분 하나하나가 다 섬세하게 포함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컴백 준비를 하면서 특별히 더 찾아 듣는 음악이라든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집이나 영화까지도요. 그 외 나머지는 ‘건강’과 ‘단 것’. 모순적이긴 하지만! 건강을 더 철저하게 챙기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인데, 제가 단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오늘은 어떤 거로 당 충전을 해볼까? 내일은?’ 같은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어요. 하지만 건강도 열심히 챙기고 있으니까, 적당히 당 충전을 해도 될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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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에 대해 살짝 스포 좀 해주세요.
‘No Skip Album’. 노래 한 곡 한 곡이 다, 정말, 정말,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이건 미야오로서 당연히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클래식하면서도 새롭다는 소개를 해볼게요. 타이틀곡을 처음 들으시면 예상보다 친숙하면서도 충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프로듀서나 음악 관련 스태프들에게 자주 들은 말, 기억나는 거 있어요?
이번에는 저희 다섯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참여를 많이, 더 깊게 했거든요. 녹음 때나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프로듀서님들한테서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이전에는 대부분 피드백을 수용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그 성장에 더해 멤버 각자의 생각과 기준을 더 확실하게 세우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저희의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그래서 그 과정도, 결과물도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미야오가 2024년 9월 데뷔했죠. 그동안 경험치가 쌓이면서 생긴 변화를 체감하나요?
아티스트로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꼈어요. 이건 사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지녀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아티스트는 자신이 만든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적인 결과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본인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그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의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어떤 동작이나 가사의 의미를 누군가에게 진실되게 닿게 하려면 그것에 대한 믿음, 또 ‘내가 이걸 표현할 수 있고, 표현을 해내겠다’라는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무대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또렷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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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지금까지 ‘인정받았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요.
가까이서 일하는 분들,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과정을 함께한 분들에게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는 것 같아요.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입장이면 남보다 더 촘촘하고 엄격하게 보실 테고, 그만큼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결과를 두고 칭찬하는 정도라면 저희가 아주 잘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큰 시상식 무대를 하고 내려왔는데,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자마자 스태프분들의 칭찬과 환호를 받으면 저 개인적으로도, 미야오 단체로도 인정을 받았다는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활동하면서 아직도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거나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까요?
아직까진 저의 다양한 모습을 온전히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저 자신을 좀 내려놓고서 더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이 성격상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제가 아티스트로 성장하면서 그 문제를 점점 극복하는 게 보이고, 늘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멤버 중 가원 씨와 가장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수인이요. 첫 만남 때부터 느꼈거든요. 저희가 중학생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 저는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었고, 수인이는 정말 외향적인 장난꾸러기였어요. 저는 누군가와 깊이 친해져야 나오는 모습이 수인이에게서는 처음 인사할 때부터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물론 많이 친해졌고 재밌게 지내는 사이죠. 서로 다른 만큼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활동하다 보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기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그룹에 속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리더십 있는 모습을 보이는 면은 전혀 없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미야오로 활동하면서 제가 생각보다 그룹 활동에서도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일 수 있겠다고 깨달았어요. 저는 원래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데뷔하니까 먼저 그 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일 때가 많더라고요. 그렇게 하는 게 저희 미야오가 지향하는 아티스트로서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하고요. 저만의 의견을 더 확실하게 세우면서 주도적으로 표현하며 행동을 하는 가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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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원 씨를 보면 ‘정신적으로도 우아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화려한 세상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자칫 자기 중심을 잃기 쉬운데, 가원 씨도 업 앤 다운을 겪나요?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는 어떻게 대처해요?
너무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내적 카오스, 감정적 불안정함이 느껴질 때면 그 흔들림의 원인을 찾으려고 해요.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파악하면 이해도 할 수 있잖아요. 그 기복과 싸우려고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죠. 그러면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어요. 만약 답이 없다고 하면, 그냥 ‘그렇구나’, ‘무의식적으로 무언가에 영향을 받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해요. 나의 감정들이지, 감정들이 나를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감정들이 저를 지배할 수 없고, 컨트롤하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아예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쉽게 안 흔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멤버들과 이용진 씨 유튜브 예능에 출연했을 때 “일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불도저 모드인 것 같다”, “욕심이 많다”라고 했죠. 가원 씨에게 현재 어떤 욕심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언젠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날도 올까요?
음, 욕심, 되게 많은데요(웃음). 현재는 미야오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크고, 그 외에는 정말 다양해요. 이걸 더 잘 알고 싶고, 저걸 더 잘하고 싶고. 저는 그런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시간이 지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확률이 꽤 낮아요. 살면서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흡수하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저에게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은 온전히 저의 것으로 만들고 싶고요.

미야오는 성장 중인 그룹이에요. 어딘가 묘한 소녀들이기도 하죠. 미야오만의 본질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말하겠어요?
틀보다 태도. 그 태도를 음악, 스타일, 퍼포먼스를 통해서 전달하는 독보적인 능력.

모든 화보 이미지는 iPhone 17 Pro로 촬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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