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쿠튀르를 품은 부쉐론 주얼리

명수진

부쉐론이 ‘이스뚜아 드 스틸’의 2024년 컬렉션 ‘파워 오브 쿠튀르’를 공개했다

부쉐론이 메종의 아카이브 피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스뚜아 드 스틸(Histiore de Style)’의 2024년 컬렉션 ‘파워 오브 쿠튀르(The Power of Couture)’를 공개했다. 오트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은 파워 오브 쿠튀르는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대담하고 상상력 넘치는 스타일링을 제시하며, 부쉐론의 도전적 역사를 이어간다.

부쉐론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 중 ‘노우드’, ‘부통’, ‘에귀예트’, ‘메다이으’를 스타일링했다.
435개의 락 크리스털로 그로그랭 리본을 재현한 ‘노우드’ 목걸이.

2,000여 시간의 세공을 통해 완성한 하이 주얼리는 아름다운 현대판 설화 같다. 거기에 놀라운 상상력까지 담겼다면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쁨을 전한다. 리본, 니트, 레이스, 자수, 단추, 견장, 메달 등 오트 쿠튀르 오브제를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부쉐론의 2024 이스뚜아 드 스틸 ‘파워 오브 쿠튀르(The Power of Couture)’ 컬렉션처럼 말이다.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의 대담한 도전정신과 부쉐론의 보석 장인들이 만나 경이로운 주얼리를 탄생시킨 것. 우윳빛의 모던한 락 크리스털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믹스하여 독창성을 더한 총 24개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 드레스처럼 정교하고 섬세하며, 게다가 유연하면서도 변형 가능한 형태로 제작되어 웨어러블한 미덕까지 지니고 있다! 창의적이되 착용성을 고려하고 젠더 플루이드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부쉐론다운’ 컬렉션의 탄생이다.

영감의 기원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의 기원은 부쉐론의 창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쉐론의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Frederic Boucheron)의 아버지 루이 부쉐론(Louis Boucheron)은 1817년부터 파리에서 포목상으로 일했다. 1822년에는 사업을 발전시켜 실크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으며, 1837년에는 레이스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이를 보며 자란 프레데릭 부쉐론은 훗날 주얼리를 제작할 때 이런 패브릭 소재를 떠올리곤 했다. 그는 19세기 내내 골드와 스톤을 가공하여 오트 쿠튀르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데 몰두했다. 패브릭을 함께 매치하거나 골드나 젬스톤을 가공하여 패브릭의 유연한 모습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소재의 결합을 통해 패션과 주얼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얼리를 제작한 것이다. 2011년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클레어 슈완은 2022년 1월, 메종의 헤리티지에 창의적 디자인을 더하는 이스뚜아 드 스틸 ‘뉴 마하라자(New Maharajahs)’ 컬렉션을 론칭하고 도전적인 하이 주얼리 세계를 탐험했다. 그가 2024년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다시 한번 부쉐론의 헤리티지를 새롭게 해석했다. “부쉐론 아카이브에는 폼폼(pompom), 리본(ribbon), 벨벳(velvet), 레이스(lace), 보(bow), 그로그랭(grosgrain) 등 다양한 패션 모티프가 남아 있습니다. 네 번째로 선보이는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에서는 요란하지 않은 차분한 방식으로 오트 쿠튀르 테마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클레어 슈완은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을 지양하고 락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를 활용하여 모노크롬 테마를 구현했다.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예복을 대담하고 신선하게 해석한 것도 흥미롭다. 클레어 슈완은 “언뜻 보기에 딱딱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련된 장식의 조합인 예복의 모순적 매력에 이끌렸고, 권력의 상징을 해체하고 이를 재구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컬렉션 중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단단한 골드와 스톤에 패브릭의 특징을 불어넣는 것이었는데, 부쉐론의 파트너인 주얼리 장인들은 락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실크 패브릭처럼 유려한 주얼리를 완성했다. 이처럼 부쉐론은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주얼리의 본질을 표현하고 수많은 스타일링 방식을 제시했다. 이번 컬렉션은 다양하게 스타일링이 가능한 키트 형식으로 제안해, 여러 요소 중에서 특정 디테일을 선택하여 원하는 대로 다채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전통적 예복의 재해석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새하얀 리본 형태의 ‘노우드(Noeud)’ 이다. ‘노우드’는 오트 쿠튀르에서 특별히 사랑받는 리본 장식을 재현했다. 화이트 모노톤의 반투명 락 크리스털과 화려한 다이아몬드의 대비를 활용하여 굵은 가로무늬가 있는 그로그랭 리본(grosgrain ribbon) 장식의 특징을 정교하게 포착하고 주얼리 특유의 화려한 광채를 더했다. 리본 형태의 네크리스는 수작업으로 커팅한 프로스티드 바게트 컷 락 크리스털 435개를 화이트 골드 프레임에 배치하여 완성했다. 메종의 장인들이 2,600시간 동안 작업하여 완성한 ‘노우드’의 네크리스는 각 부분을 분리해 각각 브레이슬릿, 브로치, 어깨 장식 등 총 6가지 방법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다. 여기에 2개 링을 더해 ‘노우드’의 한 세트를 완성한다. 하나의 링에는 5.16캐럿의 D FL 타입 IIA 다이아몬드가, 다른 하나의 링에는 락 크리스털과 2.50캐럿의 D VVS1 페어형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는데, 네크리스 센터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링 위에 세팅하면 솔리테어 링으로 변신하는 가변성이 매력적이다.

‘트히꼬(Tricot)’ 네크리스 역시 니트 소재를 재현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락 크리스털을 샌드블라스트 텍스처 처리한 후 니켈과 티타늄 합금인 니티놀 케이블로 연결하고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여 니트 특유의 셰브런 패턴을 재현했다. 초커 중앙에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라운드 다이아몬드, 락 크리스털을 파베 세팅하고, 2.01캐럿의 D VVS2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방점을 찍었다. 트히꼬 네크리스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1,070시간. 한편, 티아라를 연상시키는 ‘꼴(Col)’은 실제로 부쉐론이 1900년대에 제작한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한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락 크리스털이 레이스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골드를 실처럼 뽑아내서 스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필-쿠토(Fil-Couteau)’ 세공으로 1,900시간을 들여 완성한 것이다. 초커 네크리스와 플래스트런(plastron, 가슴 장식) 형태의 네크리스를 풀 세트로 착용하거나, 초커와 플래스트런을 각각 단독으로 착용할 수도 있다. 662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여 같은 레이스 디자인으로 완성한 이어링이 함께 ‘꼴’에 포함되어있다.

자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로드리(Broderies)’는 프레데릭 부쉐론이 특별히 여겼던 양치식물의 섬세한 형태미가 특징이다. 화이트 골드 프레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2개의 잎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다용도 잠금장치를 활용하여 브로치나 헤어피스 등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브로치, 티아라, 이어링이 한 세트로 구성되었다.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을 더욱 매력적으로 하는 것은 훈장이나 어깨 견장 등 전통적인 남성 예복 요소의 재해석이다. ‘메다이으(Médaille)’는 전통적으로 재킷의 왼쪽, 심장에 가깝게 착용하는 훈장을 새롭게 해석했다. 강인함의 상징인 메달 모양의 15개 펜던트를 둥근 형태로 합치면 아름다운 네크리스로 새로 태어난다. 메달리온은 부쉐론의 유서 깊은 노하우에 따라 고부조 혹은 저부조 방식으로 크리스털을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하여 완성했고, 메달리온을 지탱하는 페넌트(Pennant)는 15개의 크리스털 블록을 각각의 선에 맞춰 작업하여 리본의 그로그랭 텍스처를 구현했다. 메종의 장인들이 ‘메다이으’를 완성하는 데 2,230시간이 소요된다.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두른 2개의 메달리온은 네크리스에서 분리하여 브로치로 연출할 수 있다. ‘메다이으’는 2.04캐럿의 D VVS2 다이아몬드 1개가 세팅된 링 하나를 포함하여 클립 이어링 한 쌍과 2개의 링으로 구성된다.

어깨 견장에서 영감을 받은 ‘에폴렛(Épaulettes)’은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에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더한다. 클레어 슈완은 영국의 왕세자비였던 테크의 메리(Mary De Teck)를 위해 부쉐론이 1902년에 제작한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아 나선형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도입했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어깨 견장은 브레이슬릿으로도 변형할 수 있다. 라운드 다이아몬드의 화이트 골드 티아라, 드롭 이어링까지 한 세트를 이룬다. ‘에귀예트(Aiguillette)’는 브레이드 디테일을 재해석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네오 아르데코 스타일임에도 락 크리스털 소재가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11캐럿의 E VVS2 라운드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다. 네크리스는 2개의 브로치와 브레이슬릿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창의적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고,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락 크리스털 소재의 펜던트 이어링 한 쌍 역시 다양한 길이로 연출이 가능하다.

파워 오브 쿠튀르의 또 하나의 개성 넘치는 피스는 락 크리스털이 세팅된 15개의 화이트 골드 버튼 세트 ‘부통(Boutons)’이다. 하얀 단추 형태의 각각의 버튼은 헤어 장식이나 넥타이 장식 등으로 단독으로 사용해도 좋고, 다른 주얼리와 함께 스타일링하기에도 좋다. 모던한 매력을 품은 ‘부통’은 15개의 브로치, 4.63캐럿의 D VVS2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반지, 길이 조절이 가능한 이어링과 한 세트를 이룬다.

사진
부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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